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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깜짝 -19.2.28.목

계획대로 깜짝 -신성- 기분대로 네가 따라 오지 않아 커피처럼 쪼르륵 반쯤 네게 부어주고 싶은 심정 계획대로 네가 따라 오지 않아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까 서로 아는 만큼만 끄덕이는 한계 이기분 저기분, 내맘 니맘, 이사람 저사람 널린 돌발변수들은 미처 몰랐던 신비한 상자 갑자기 열려서 당황스러워 울다 웃다 기겁하고 순간인줄만 알았던 오늘은 참 넓고 길고 휘황찬란 했어 내일도 계획대로 안 되겠지 한순간 모든게 와르르 끝나도 이상하지 않게 야심찬 각오를 단단히 묶어보지만 한 우주의 접접에서 열려버린 내 눈동자는 또 휘둥그레 커지겠지 *북미정상회담도 결렬되고 난다던 인사발령도 안나고 모든 일은 계획대로 되기엔 변수들이 너무 산재해 있다​ ​

둘이 눕다 -19.2.27.수

둘이 눕다 -신성- 하루종일 옥신각신 하던 둘이가 오늘도 한 침대에 돌아와 누웠다 다시는 안볼것처럼 돌아선지 몇시간인데 화해도 말도 없이 등을 맞대고 잠이 든다 파기할 수 없는 서로를 향해 분노하고 격분하고 저주하다가 다시금 한 침대에 누워 한 잠을 잔다 포개어진 둘은 하나가 된다 잠든 그림자를 쳐다보노라 그놈도 이제 주름이 깊게 패였다 더 사랑해 줄껄 그랬나 자다깨 잠든 몸을 쳐다보노라 이놈도 이제 까무잡잡해졌다 까만 머리결을 스다듬다 이내 잠이 든다 몸부림과 잠꼬대에 서로가 뒤엉켜도 의식하지 않는 서로는 한없이 따뜻하다 새 아침이 밝았다 기상의 진동소리에 하나는 둘이 되고 갈 바 목적지를 놓고 한바탕 싸우고선 서로의 갈 길로 떠나버렸다 긴장되는 하루의 시작 오늘밤은 침대를 데펴놔야겠다 *공과 사, 절..

전야(前夜) -19.2.26.화

전야(前夜) -신성- 곧 비밀이 열린다 부푼 꿈도 푸른 계획도 일체의 발설은 허락되지 않는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내일은 입을 열지 않는다 옛따 이거라도 먹고 떨어져라 그 흔한 동냥도 오늘에게 던져주지 않는다 내일이 옹알이할 때를 기다리는 밤 비밀이 얼레리 꼴레리할 때를 야리는 밤 웃을지 울을지 망설였다네 시퍼런 확률의 날이 아른거리는 밤 잠들어라 단잠을 자거라 오늘이 죽어야 내일이 산다매 상황에 울고 웃는 건 초보지 않니? 상황이 움직이는 건 하수지 않니? 좌던 우던 자정이 열리면 뛰쳐들어가자 꿈꾸던 내일이든 참담한 오늘이든 뛰쳐들어가자 우선 살고 봐야지 전야(前夜) 깜깜할수록 별이 반짝인다던 먹구름이 뒤덮여도 별이 보였다던 밤이야 매일 알몸으로 코골고 이를 갈아대던 그 흔한 밤이야 새벽이 와야 세상이 ..

가공자 -19.2.25.월

가공자 -신성- 이쁘게 그림을 그려놓으면 그는 덧칠을 한 후 자기 이름을 넣었어요 제게 말하지도 않고 말이죠 화가 나서 한마디 하려다 말았어요 다음에 자기 그림에다 똑같이 복수해줄까 하다 똑같은 사람같아 치사해서 참았어요 자신은 처세술에 능하다고 생각하겠지? 일도 잘 하고 홍보도 잘 한다 착각하겠지? 이젠 그렇게 그냥 놔둘래요 더이상 제 입을 더럽히긴 싫거든요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건 제게 넘 피곤한 일인거 같아요 내 감정을 그에게 쏟기엔 시간이 아깝네요 화내고 욱해도 그는 바뀌지 않을테니까요 내일은 그냥 웃으며 말할래요 잘 마무리해줘서 고마워요 빠듯한 제 일을 도와줘서 고마워요 바빴는데 덕분에 잘 처리됐네요 그냥 웃으며 지나갈래요 어려운 내 마음도 가벼이 그냥 지나가길 바래요 아무일 없었던듯 내일 ..

동요없는 삶 -19.2.24.일

동요없는 삶 -신성- 나이는 점점 들어가는데 옛날 못다이룬 사랑에 아직 미련이 남았다 풋풋했던 사랑에 설레이던 마음 그녀의 한마디에 뛰던 가슴과 부끄러워하던 빨간 볼은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덤덤히 대화를 이어가고 사람에게 빠지거나 젖지 않고 안정된 상황이 익숙한 어른이 동요를 불러대도 즐거움은 부를 수 없는 아이 봄바람이 불때면 설레이던 순간이 그립다 아차하던 풋풋한 실수 그 옛날 그 사랑이 그립다 지나가버린 사랑과 같이 잊혀져버린 그때의 내가 그립다 *새순에서 모임을 하는데 나이대가 올라가니까 다들 반응이 별로 없고 격하지 않은데 내가 그런 나이대가 된더같아 좀 서글프다​

울어머니 꽃 -19.2.23.토

울어머니 꽃 -신성- 고향 텃밭에 봄이 찾아와 사랑초가 활짝 피었습니다 어머니 퇴근길 잠긴 대문을 열며 활짝 핀 꽃에 인사를 건넵니다 "꽃아 꽃아 너는 이쁘게 피었는데 아무도 볼 사람이 없이 혼자 빈집을 쓸쓸히 지키는구나 꽃아 꽃아" 어머니 인생도 아름답게 피었더랬지요 자식들 간간히 찾아가 뵈었더랬지요 그래서 그 말이 더 맘이 아팠더랬지요 고향집에 피어난 꽃 고향을 지키는 꽃 우여곡절 많아도 피어난 울 어머니 꽃 *어머니 환갑을 맞아 가족들이 함께 모여 즐기고 집으로 들어오는데 어머니께서 텃밭꽃에게 건네는 인사를 들려주신다​

짐을 쌉니다 -19.2.22.금

짐을 쌉니다 -신성- 짐을 쌉니다 어디론가 떠나나 봅니다 익숙함 하나 부담스럼 하나 잡다함 하나 은밀함 하나 작은 캐리어에 삶을 옮겨다 담습니다 짐을 나눠지면 좋겠지만 저마다 무게에 많은 부탁도 힘듭니다 중요함 하나 필요함 하나 보험 하나 명분 하나 작은 캐리어에서 삶을 다시 빼내 봅니다 뭔가 빠뜨린건 없나 한번더 짐을 훑어봅니다 이제는 떠나나 봅니다 가야만 하나 봅니다 두려움을 짐과 함께 닫습니다 *팀원들이 출장 짐을 캐리어에 나눠담는데 프린터까지 챙기는 대공사 느낌이다​​

무궁화 꽃이 폈슴돠 -19.2.21.목

무궁화 꽃이 폈슴돠 -신성- 왜 악은 없어지지 않는걸까? 누구나 원하는 삶은 왜 누구나 누릴 수 없는걸까? 더 쉽게 삶을 살고파서 더 큰 쾌락을 쾌고파서 더 큰 사랑을 사고파서 내가 저질렀던 모양을 닮았다 짧은 선택이 긴 악을 낳았다 오늘도 여기저기 널부러진 시간과 유한한 자원은 무한한 욕심의 먹이감으로 사라졌다 알면서도 묵인하는 시간 뒤돌아보자 한순간 피어버린 꽃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저지른 사람은 잊어도 당한 사람은 잊지 못하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언젠가는 피어 들통날 그때 움직였던 죄악의 사슬들이 끊어져 다시 리셋될 그때 "무궁화 꽃이 폈슴돠!" 착하디 착했던 원점을 향해 악에게 미련했던 원점을 향해 냅다 달려 들어가야한다 죽어라 뛰어 침노해야한다 "스탑!" 한순간 길었던 내 영혼이..

뒤에 계신 님 -19.2.20.수

뒤에 계신 님 -신성- 애타게 님을 기다립니다 따뜻하게 쪼이는 햇살에도 행여나 님이 오실까 살짝 옅어진 앞산의 색깔속에도 양지바른 언덕 부는 바람을 타고 아장아장 걷는 아기 걸음말 따라 행여나 님이 오실까 이제는 오실까 내 마음은 설래 뛰였습니다 찬 바람이 녹아서 흰 눈이 개울이 되면은 두꺼운 얼음 대지를 부수고 내 마음에도 반가이 스며 오소서 눈물 한바가지 머금고 기댈 마음을 찾는 갈한 망울 멍울 함께 터트리자 함께 축복하자 그날 그 봄날과 함께 내게 오소서 *부는 바람도 점점 살랑대는게 봄 기운이 느껴진다 ​

버림의 뜻 -19.2.19.화

버림의 뜻 -신성- 오래쓴 일상이 느려진 이유 여기저기 설치된 프로그램의 흔적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지우개 버리는 것 하나없인 시간이 가벼워지지 않겠지 재밌어도 사랑해도 버려야하는 것들 어느새 내 시간의 일부가 되어버린 잡다한 공간들과의 작별 지우개 지금은 허전해도 시간의 공간에 자랄 의미의 싹을 틔우며 생산과 소비의 기로에서 창조적인 자아를 다시 잉태한다 가벼운 시간을 달리며 가벼운 몸과 가벼운 바람과 가벼운 풍경과 가벼운 인생을 익혀야겠다 *우울한 나날이 갑자기 무겁다면 버려야할 것을 과감히 지우고 버려야하는 건 당연한 결단이다. 그 시간에 다른 독서와 묵상과 운동을 채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