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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동경 -19.4.5.금

한강 동경 -신성- 서울 살면은 이렇게 살아야지 "아침에 일어나 한강을 조깅하고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한잔 하고 회사에 출근해 신선한 뉴스를 읽고 회사를 마치면 영어회화 모임을 나가고 헬스 후 샤워하고 쇼파에 책을 읽다 문득 저무는 하루를 보며 조용히 잠이 드는 것이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서울 산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저 삶들은 동경이 되어 되는게 하나 없는 것인지 일상을 침노당한 참람한 불구자여 *간만에 날이 풀려 봄에 처음으로 한강 자전거 드라이브를 했다. ​​

4번(四番) -19.4.4.목

4번(四番) -신성- 4번! 학교 때부터 익숙히 불리던 내 번호 모두가 죽음이라 꺼렸기에 더 희귀하고 애착이 묻었던 번호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거라 죽어도 끝나는 건 아니니 안심하렴 고통보다 숭고한, 죽음 뒤의 것을 바라보렴 4월 4일에 드리는 기도. 언젠가 끝 날 모든 인생에게 매순간 죽음이란 짜릿한 익숙함이 선사되길 바라노라 어제밤 죽었던 의식이 생경하게 살아난 아침처럼 죽음도 부활도 흔하디 흔한 일상이 되길 간절히 발아(發芽)노라 *4월 4일. 특별한 일이 없지만 4라는 반복된 숫자 그 의미가 어느새 익숙하다​

우리 부르기 -19.4.3.수

우리 부르기 -신성- 분주한 역삼역 달빛으로 모이자 세상의 불소시게를 들고 화롯가로 모이자 얼기설기 엉성한 우리 삶에 엄청난 간증을 끼얹고 내 시름 네 시름 잡다구리 후덕찌덕 짱박혔던 지꺼기를 꺼내 마구 쏟아 부어 재끼자 세상에서 모두가 그리도 피우지 말라던 끄라고 고래고래 잔 소리지르던 내 외진 침대에서조차 피우지 못했던 그, 빠알간 불을 피우자 노릿노릿 익은 기다림을 타기전에 낼름 집어 삼키자 아 그랬구나 홀로 걸어갔구나 이 고개 저 사람 우여곡절을 넘었구나 꺼내지지 않는 침묵속에 말못할 상황을 지났구나 찢어진 가슴을 부둥켜안고 안길 가슴을 여태껏 기다리고 있었구나 우리, 그래서 우리가 우리를 애타게 불렀구나 그때의 그리움이 이제사 익어갔구나 한때의 추억이 이제사 고여갔구나 우리가 앉았던 빈 자리에 ..

사람을 피우기까지 -19.4.2.화

사람을 피우기까지 -신성- 한 사람을 알고 한 사람을 이해하고 한 사람을 사랑하고 한 사람을 견디고 아 아직도 한송이 꽃도 피우지 못했구나 언제쯤 눈을떠 영혼을 알아 한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한 봄이 시들기전 진심으로 그대를 피워낼 수 있을까 아직도 피지 않은 봉우리 피우지 못한 그대를 보며 기다리고 애태우다 간간이 부는 바람에 잘가라 빈손으로 손짓만 해댄다 *구미로 출장을 다녀왔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건 한 사람의 마음도 얻기가 어렵다는 것. ​

장난없이 -19.4.1.월

장난없이 -신성- 하루가 간다 장난없이 어릴 적 그렇게 쉬도 때도 없이 쳐댔던 장난 하나없이 누군가의 빈 공간 요철 하나없이 진지함과 무료함의 애메한 경계를 지나며 하루가 간다 장난하나? 업씨 해맑은 어린 웃음 하나없이 쳇 그 흔한 투정 한마디없이 내일이 오늘을 훅 덥친다 *만우절인데 장난하나 치는 친구가 없으니 좀 허전하고 서운하다​

풍경을 보고 왔어 -19.3.31.일

풍경을 보고 왔어 -신성- 내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헷깔릴 때마다 산을 올라가봐 헥헥대며 오르는 길이 꼭 인생을 닮았거든 정상에 오를 때처럼 생의 마지막에도 살아온 풍경을 지긋이 내려다볼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을 내려다보았다면 소소한 일엔 좀더 관대했을텐데 어짜피 오를 정상이라면 좀더 여유롭게 얘기하며 올랐을텐데 지는 노을을 너와 바라다보며 인생의 중심을 기대여도 보았을텐데 야호 외침 한번에 내려갈 길이였다면 좀더 천천히 더 천천히, 그 외칠 단어를 고민해봤을텐데 배를 타고 별나라로 떠났던 우주인처럼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았다면 나는 좀더 덜 인생을 방황했을까? 아님 좀더 활짝 꽃들에게 웃어주었을까? 오늘도 힘겹게 정상에 오르다 외치는 한마디 비명을 듣는다 ㅇㅑ ㅎ ㅗ 누군가가 생을 잘 살아냈구나 누..

흔한 삽겹살 -19.3.30.토

흔한 삽겹살 -신성- 어릴 땐 삽겹살 정말 귀한 음식이였지 요즈음은 삽겹살 너무 흔해 널려부렸지 먹고 싶을 때 먹고 하고 싶을 때 하고 자고 싶을 때 자는 요즈음 그땐 왜 그리 흔한 걸 못했나 싶네 그땐 왜 그리 날 울게 두었나 싶네 당연함이 지나가고 또다시 당연하지 않은 그때가 오면 지글거리던 삼결삼의 촉감도 배고팠던 허기도 지나갔듯이 그 때를 잘 견디길 바래보네 그 때가 지나면 또다시 성큼 당연한듯 피어나는 봄날을 잊지않길 바라네 그대 흔들리지 않길 바라네 * 간만에 집에서 월남쌈을 해먹는데 옛날 삽겹살도 못먹던 생각이 난다 ​

협상에 척 -19.3.29.금

협상에 척 -신성- 싫어도 싫은 티 좋아도 좋은 티 말고 가질 수 있어도 더 가지려 말고 잃은 것도 잃을 것도 아쉬움과 함께 잊고 버려진 것보다 버려질 것을 생각하노라 유한한 것들이 모여 유한한 것들을 위로하는 척! 협상에 척 협상에 척척 협상에 척 척척 *기관 간에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잃을 것과 얻을 것을 곰곰히 따져가면서 고민해야할 시간이다. ​

때를 느끼다 -19.3.28.목

때를 느끼다 -신성- 씨 앗 그 비좁은 방에 널 가둔채 까만 대지 속에 널 묻어버렸다 침묵에 한참을 잠들다 보이지 않는 소리에 눈을 뜨다 이때다 굳었던 날개 죽지를 펴고서 어찌 피어날 때를 알아 수북히 꽃잎을 피워내는 것이다 한점의 설움 한점의 인내 한점의 침묵을 딛고 형형색색 빛나는 숨결을 입고서 그리운 너를 애타던 너를 내 눈가에 화사히 틔워낸 것이다 *봄이라서 곳곳이 봄꽃으로 가득차 오르고 있다 ​

이른 벚이여 -19.3.27.수

이른 벚이여 -신성- 벚이여 만개한 그대 꽃잎이 분주히 시선을 맞기전 몽울져 꽃잎을 틔워내는 그대 여림을 나 먼저 반기노라 아무도 보지않을 바람결에 흐르는 그대 옆 빈자리 나 다소곳이 앉아 그대 피는 소리를 귀기울여 듣노라 아장아장 산길을 넘어 따스한 때악빛에 숨은 그댈 보고자 하염없이 벗은 한 절정을 보고자 벚이여 나 먼길을 돌아 왔노라 그렇게 그댈 먼저 만났노라 *벚꽃이 슬슬 피기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