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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삽겹살 -19.3.30.토

흔한 삽겹살 -신성- 어릴 땐 삽겹살 정말 귀한 음식이였지 요즈음은 삽겹살 너무 흔해 널려부렸지 먹고 싶을 때 먹고 하고 싶을 때 하고 자고 싶을 때 자는 요즈음 그땐 왜 그리 흔한 걸 못했나 싶네 그땐 왜 그리 날 울게 두었나 싶네 당연함이 지나가고 또다시 당연하지 않은 그때가 오면 지글거리던 삼결삼의 촉감도 배고팠던 허기도 지나갔듯이 그 때를 잘 견디길 바래보네 그 때가 지나면 또다시 성큼 당연한듯 피어나는 봄날을 잊지않길 바라네 그대 흔들리지 않길 바라네 * 간만에 집에서 월남쌈을 해먹는데 옛날 삽겹살도 못먹던 생각이 난다 ​

협상에 척 -19.3.29.금

협상에 척 -신성- 싫어도 싫은 티 좋아도 좋은 티 말고 가질 수 있어도 더 가지려 말고 잃은 것도 잃을 것도 아쉬움과 함께 잊고 버려진 것보다 버려질 것을 생각하노라 유한한 것들이 모여 유한한 것들을 위로하는 척! 협상에 척 협상에 척척 협상에 척 척척 *기관 간에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잃을 것과 얻을 것을 곰곰히 따져가면서 고민해야할 시간이다. ​

때를 느끼다 -19.3.28.목

때를 느끼다 -신성- 씨 앗 그 비좁은 방에 널 가둔채 까만 대지 속에 널 묻어버렸다 침묵에 한참을 잠들다 보이지 않는 소리에 눈을 뜨다 이때다 굳었던 날개 죽지를 펴고서 어찌 피어날 때를 알아 수북히 꽃잎을 피워내는 것이다 한점의 설움 한점의 인내 한점의 침묵을 딛고 형형색색 빛나는 숨결을 입고서 그리운 너를 애타던 너를 내 눈가에 화사히 틔워낸 것이다 *봄이라서 곳곳이 봄꽃으로 가득차 오르고 있다 ​

이른 벚이여 -19.3.27.수

이른 벚이여 -신성- 벚이여 만개한 그대 꽃잎이 분주히 시선을 맞기전 몽울져 꽃잎을 틔워내는 그대 여림을 나 먼저 반기노라 아무도 보지않을 바람결에 흐르는 그대 옆 빈자리 나 다소곳이 앉아 그대 피는 소리를 귀기울여 듣노라 아장아장 산길을 넘어 따스한 때악빛에 숨은 그댈 보고자 하염없이 벗은 한 절정을 보고자 벚이여 나 먼길을 돌아 왔노라 그렇게 그댈 먼저 만났노라 *벚꽃이 슬슬 피기시작했다 ​

내 인생의 수박들 -19.3.26.화

내 인생의 수박들 -신성- 여름밤이였구나 더위에 잠못드는 소쩍새가 울면은 청마루에 모여앉은 우리네 하루도 구슬펐지 흐르는 눈물 흐르는 땀을 무엇으로 닦으며 위로해 주었던가 고단했던 생 우리네 하루를 담은 수박이여 고단했던 길 우리네 지구를 닮은 수박이여 한 여름밤 우리는 흥에 겨워 박 타던 흥부가 되었어라 거대한 물을 안고 우리품으로 굴러온 수박 그는 알더라 줄기에서 떨어져 태어나는 순간 우물 냉수에서 건져내 지는 순간 어찌 생을 살고 끝낼지 이미 다 알고 있더라 십자가에 흘리던 피와 살처럼 신나게 자신의 육즙을 파먹고 살으라 하네 물로된 인간에게 물을 뺏은 노동을 꾸짓으며 다시 주어질 내일을 파먹고 꿈꾸라 하네 숟가락으로 파먹고 설탕을 뿌리며 파먹고 애착과 집착과 즙착을 다해 주어진 수박 그 육즙을 먹..

서열 정리 -19.3.25.월

서열 정리 -신성- 가야할 길이 너무 달라 반대편에 설 수 밖에 없던 이들 앙숙이요 숙적이라 거창한 타이틀을 걸고 둘중 하나는 사라져야 끝날 운명이라 단정한 서로를 향해 창날을 들이댄다 너무 잘 알기에 눈에 가시같은 서로를 정리하는 시간 빨리 하는게 좋을지 천천히 하는게 좋을지 고민하다 드러나다 다시 숨는 발톱들 수면위 일렁이는 서로의 파문에 촉각을 곤두 세운다 단판으로 사활을 걸지않는 새가슴들이 이해할 수 없다고, 사랑할 수 없다고, 너는 내 왠수라 질러버린 첫번째 기억의 단추. 어느새 그어진 국경선 사이 쌓여만 가는 담벼락을 보며 으르렁 거리다 또 쉬어버린 목구멍으로 으르렁 거리다 또 상처뿐인 몸뚱이 털을 곧추 세우며 으르렁 거린다 언젠가 사라진 서로가 사무치게 그립도록 선을 침노하며 피터지게 싸우는..

반복, 동일, 기억 -19.3.24.일

반복, 동일, 기억 -신성- 누가 나를 가두었나 기억이 난다 분명 어제의 그 시간 그 곳을 지나는게야 벗어나려면 기억을 지워야해 지우자 오늘을, 어제를, 나를 이 돌고 도는 반복을 벗어나야해 동일한 복사의 저주를, 누군가 녹화된 내 CCTV를 그대로 복붙한 듯한 관음 나의 은밀함을 즐기는 그대는 나를 닮아서 싫소 가두어진 나는 시간의 틀속을 돌고 돌아 감가상각이란 허물을 뒤집어 쓰고 마모마모마모마모 안돼안돼안돼안돼 외치는 비명은 그냥 추임새처럼 동굴을 울려대다 노화노화노화노화 늙어 죽겠지 마음도 같이 돌고 돌아버리지 왜 너만 따로 놀아서 이리 힘든 시간을 보내는건지 영원, 그 비현실적인 꿈을 들먹거려선 안됐어 꺼져! 애초에 그 마음이 어디서 왔는지 주리를 틀어서라도 영원을 찾아내 죽였어야 했어 지금은 영..

긴 주례를 지나며 -19.3.23.토

긴 주례를 지나며 -신성- 성혼을 선포하면 끝났을 결혼식이 한번뿐이란 희소성 하나 때문에 주례조차 이리 긴 걸 보면 짧고 굵은 감동이란 참으로 어렵구나 핵심만 이야기하면 끝났을 인생길이 주인공이 죽지 않았단 이유만으로 하루를 이리 반복해서 주는 걸 보면 짧고 굵은 생이란 참으로 어렵구나 *회사 동료 결혼식을 다녀왔는데 주례 하시는 분이 참 길게도 준비하셨구나 ​

당신의 수습 기자 -19.3.22.금

당신의 수습 기자 -신성- 지금 막 일이 터졌는데 어딜 도망가시는거죠? 저기, 한 말씀 부탁합니다 또 사고가 났는데 왜 핑계만 대고 피하는거죠? 한두번도 아니고 슬슬 짜증이 나는데 언제까지 뒤치닥 거리를 해야되죠? 다 때려치고 싶은데 저기, 한 말씀 부탁합니다 다 보이는 일인데 왜 모른 척 하시는거죠? 진짜 안보이는 건 아니죠? 보이는 저만 신경쓰이는건가요? 성격 좋은 당신은 그냥 넘어가는 건가요? 잔소리하는 저만 나쁜 사람인가요? 저도 같이 개길까요? 저도 같이 배쨀까요? 이제 저도 하기싫어요 긴 수습 기간에 너무 지쳐 버렸어요 그래도 무덤덤한 당신, 마지막으로 더 할 말은 없으세요? 또 당신은 황급히 자리를 뜨고 그 뒷모습을 쓸쓸히 바라보는 오늘도 난 당신의 수습 기자 *누군가가 계속 펑크를 내고 지..

여유 못찾기 -19.3.21.목

여유 못찾기 -신성- 길어서 잡힐 것 같은 여유를 분주히 찾아 다녔네 문득 발견한 여유는 놓치기 일쑤 그런 반복된 짧은 동거는 더 큰 상실감으로 밀려왔네 저 넓은 하늘엔 두둥실 구름이 떠가는구나 저 넓은 대지엔 한송이 꽃이 피었구나 저 넓은 바다엔 한마리 고래가 노니는구나 그마저도 그들에겐 분주함 같아라 어쩌면 여유는 여유를 찾지 않는데 있는지도 모르지 *팀원들 모두 사업하랴 일하랴 바쁜데 해결방안이 잘 안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