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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작곡가 -19.3.10.일

쉬운 작곡가 -신성- 모두가 오늘의 노래를 불렀네 고되면 고된대로 슬픔의 가사로 기쁘면 기쁜대로 흥겨운 멜로디로 훌쩍이다 흥얼대며 노래를 불렀네 오늘을 마치며 작곡가로 서는 시간. 비운을 격은 연인은 격정을 마음에 세겨야지 봄이 만개한 들판은 발랄한 비트를 담아야지 오늘 걸은 걸음만큼 심장이 뛰어댄 만큼 가요로 랩으로 삶을 남겨야지 열심히 노래했던 그들은 누구도 작곡가가 되지 않았네 흥얼대던 노래를 그냥 적으면 되었는데 그토록 애닳게 불렀던 곡들을 흘러가는 소리로 잊으려하네 왜일까? 쉽게 쓰여질 곡들이기에 더욱 작곡가가 되어야했네 노래하며 그 이유를 부숴야만 했네 믿음으면 너무 쉽게 쓰여지는 길. 흥얼대던 내 노래를 떳떳히 사랑하고 형식 두려움없이 길지않게 노래했네 콩나물 기타가 아니어도 녹음기라도 틀어..

산책길 소리 -19.3.9.토

산책길 소리 -신성- 햇살이 비치는 오후 수영장에 맨몸을 담그고 나와도 햇살은 여전히 중천에 떠있네 내가 무얼 하려나 아직 궁금한가 보다 내가 하려는 건 잃어버린 걸 찾는 거야 뭘 잃어버린지 몰라서 그냥 찾는 것일뿐 즐비한 음식 냄새를 맡으며 살아있음을 찾았네 홍대 꽃가게를 걸으며 싱그러움을 찾았네 문방구 진열된 소품을 보며 아기자기한 이쁨을 찾았네 경의선 산책길을 걸으며 연인의 애뜻함을 찾았네 한 아이가 너무 신나 소리치네 "강아지 발자국 소리 너무 귀여워" 눈밟는 소리처럼 사각대다가 장난감 기차처럼 착착대며 그렇게 강아지는 걸어갔다네 아이의 외침에 동심을 찾았네 그냥 걸었던 산책길에서 잃은 나를 찾았네 *토요일은 한적하니 쉬고 묵상하는 시간이 좋다. 무언가 더 나은 가치를 묵상하는 일은 소중하고 감사..

모난 눈동자 -19.3.8.금

모난 눈동자 -신성- 같은 것을 보고 있어도 다른 말을 한다 서로 다른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눈을 가졌어도 같은 곳을 바라본다 우린 서로 같은 믿음을 가졌기 때문에. 두사람이 함께 즐거워하고 있다 한사람이 때리면서 즐거워한다 한사람은 맞으면서 즐거워한다 원래는 두사람 중 맞은 한사람만 아플텐데 지나가던 사실이 갸우뚱하다 가던 길을 간다 눈이 실상을 보게끔 모난 시각을 동그랗게 되돌려줘야할까 정의를 바로잡고 같은 것을 말하게 눈과 입과 생각을 다시 수술해야할까 난 의사가 아닌데 어찌 해야할까 *보고서 정리를 세사람이 각각 쓰다보니 한명이 용어를 취합하기도 애먹는다. 정의부터가 다른 동일한 단어가 문제다. ​

진동의 목표물 -19.3.7.목

진동의 목표물 -신성- 몸보다 빠른 말이 달린다 그냥 뱉은 한마디에 급하게 그 사람이 튀어나와 느린 몸을 대신해 달린다 모양도 굴곡도 재각각인 말. 한차례의 진동이 울리자 혓바닥에서 화살이 날아가더니 막을 수도 없이 막을 틈도 없이 이 귀에서 저 귀로 곧게 관통한다 내게서 네게로 한차례의 지진. 투명한 공기를 철썩 때리며 정확히 귓구멍의 과녁에 명중하며 살아있던 한 생각을 사살한다 잠깐 울린 총소리에 생각들이 혼비백산한다 한번의 진동에 굳은 신념이 요동친다 저멀리서 나에게 다시 소리가 울린다 투명한 진동이 밀려와 온몸에 부딪힌다 잠잠해지던 마음에 다시 여진이 몰아친다 * 팀원마다 즐겨쓰는 말을 따라하는데 긍까 / 또 왜 이러세요 / 키키사장님? / 제가요? 각각 말투를 보며 웃는다​

불투명한 일상 -19.3.6.수

불투명한 일상 -신성- 보이지 않는 미세한 것들의 거대한 것들을 향한 반란 작아서 잊혀졌던 그들의 거대한 등장에 빡빡한 내 일상은 더욱 비좁다 보이지 않아서 무시했던 투명함들이 불투명한 액체속에 나를 담그며 거대한 수압속으로 나를 침몰시킨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갑자기 들이닥칠 죽음을 묵상한다 가늘고 길게 죽을 것이냐 짧고 굵게 죽을 것이냐 놓여진 선택지를 이리저리 쳐다본다 잠잠히 늙어죽는 건 평안이 아니구나 사력을 다해 달리다 헐레벌떡 죽어야겠구나 저멀리 놓여진 죽음을 빨리 되감아본다 하늘엔 먼지가 덮히고 불투명한 일상이 내 인생을 가린다 나는 숨이 멎는 순간 그 죽음을 꺼내본다 짧고 굵게 짜릿하게 살다 죽는것이다 간만의 굳게 결단에 힘을 주어 마침표를 찍는다 다시 나의 하늘엔 먼지가 덮히고 나는 콜록대..

지나고 보면 -19.3.5.화

지나고 보면 -신성-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더라 막막했던거 걱정했던거 어떻게든 지나서 일상이 되더라 지나고 보면 아무일도 아니더라 근데 지나봐야 알겠더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그래서 좀더 웃기로 했어 좀더 신경 쓰지 않기로 했어 지나고 보면 아무일도 아니니까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일이니까 미리 아름다움을 감상하기로 했어 지나고 나서 또 속았네 할까봐 미리 웃음을 머금기로 했어 지나는 순간 바로 웃을 수 있게끔 저멀리 놓인 웃음을 미리 좀 주욱 당겨쓰기로 했어 혹시 웃음 빚이 늘었으면 더 크게 웃어댈려고 혹시 내가 속았으면 더 미친듯이 웃어댈려고 *경찰과 안산 출장도 잘 마치고 인사발령도 무난히 나서 걱정하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절정을 지나며 -19.3.4.월

절정을 지나며 -신성- 세상에 모든 것을 먹고 마시거라 단, 동산 중앙의 사과만 먹지말거라 사과를 깨무는 순간 깨져버린 금기 축복은 받되 누리지 못하는 괴리의 저주가 내린다 마음껏 먹되 넘기지는 마라 눕기는 눕되 잠은 자지 마라 사랑은 하되 관계는 마라 자위는 하되 사정은 마라 솟구치는 마그마를 주워담을 수 없어 분출해야했던 광기의 화산처럼 자극의 짜릿함은 결국 종말을 부른다 꼭 가야만하는 다음 정차역처럼 냅다 달리는 욕망 내 것이기에 당연히 내가 멈출 수 있는 것인양 시작의 도화선을 너무 쉽게 붙여버렸다 절정의 피스톤을 멈출 자가 있는가 더 빨라지는 절정의 절벽에서 나는 추락하고 낙하하며 환희의 비명을 지르며 웃어댄다 점점 다가오는 절정의 순간이여 근질거리는 오감을 막고 저기 앞까지 다가온 혓바닥이여 ..

세뇌의 스킬 -19.3.3.일

세뇌의 스킬 -신성- 먹이감을 찾아라 착하고 부지런한, 쓸만한 자를 찾아라 성실한 자는 세뇌도 후에도 성실할 것이다 그런 자중에 자만한, 방심한 자를 찾아라 친해져라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르게 일상을 공유하라 운동, 악기, 공부, 그런 평범한게 무난하다 친밀함은 어떤 불신도 깨뜨릴 비장의 무기다 비밀을 유지하라 적에게 먹이감을 노리는 걸 들켜선 안된다 친분과 동정으로 비밀스런 협조를 구하라 선량한 먹이감은 덪으로 홀로 들어갈 것이다 조금씩 빠뜨려라 경전을 조각내 원하는 논리를 만들어라 완전한 전체의 부분이 오류일꺼란 생각은 못할 것이다 비유와 일반화는 좋은 세뇌법이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게, 빨간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원하는 결론을 향해 하나씩 시인시키며 이끌어라 틀에 가두어라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두려움을..

솔직한 연기자 -19.3.2.토

솔직한 연기자 -신성- 나는 나로 살고 팠는데 내가 원하는대로 살기엔 이미 걸렀네 그건 철이 들때 알아버린 사실 내가 원하는대로 못산다면 남이 원하는대로 살아주고자 했는데 한정된 자원에 그것도 쉽지 않네 결국 늘어가는 건 연기력 뿐이야 사랑해 너무 좋아 괜찮아 신경쓰지 않아 난 관대하니까 다 받아줄께 감정을 숨기는 연기부터 날 바꾸는 연기까지 자연스러웠지 연기가 끝나고 샤워를 할때면 화장이 지워진 내가 거울에 보이더라 아름답지도 멋지지도 않은 나체의 맨모습이 유리에 비치더라 난 얼만큼 날 포기해야할까 너에게 깍이고 세상에 깍여서 동글동글 동글해진 나 언젠가 너무 닳아서 조그만 나만 남진 않을까 걱정이 돼 늘어가는 연기력에 액션씬도 연애씬도 무난히 소화하지만 언제나 일상과 만남이란 대본이 부담스런 난 나에..

스케쥴 서퍼 -19.3.1.금

스케쥴 서퍼 -신성- 어릴땐 먹고 자고 놀고 단순한 일정 아니 일정이 없었지 학생이 되어서 시간표를 짜고 일정에 끼워 맞추는 법을 배웠지 직장을 다니면서는 일정을 쪼개고 쪼개어도 매일 늘어나는 일정을 쳐내기 바쁘다 일정이란게 쉽게 노크를 하고 들어와선 이제 끝났으니까 끝내고파도 붙박이처럼 붙어서 날 조정하고 있다 일정은 일의 파도가 되어 끊임없이 밀려오고 난 평소 유능한 서퍼처럼 익숙하게 넘고 넘어간다 해변에 다다를 때도 됐는데 수평선으로 밀려가는 느낌 내가 쓰러지길 바라는듯 쉬지않고 몰아친다 누가 내 일정을 지워줄 것인가 빠지지 않으려 균형잡기 다급한 날 대신해 밀려오는 프로세스들을 죽여달라 부탁한다 잠잔한 호수로 날 데려가달라 애원한다 -죽여야할 프로세스 목록- [기상], 스트레칭, 정리, 아침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