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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πr[1] 먼지를 돌아보며

먼지를 돌아보며 박원주 어제와 동일한 계단을 오르다 수북이 쌓인 먼지 인사에 깜짝 놀란다. 휴지처럼 외면당한 채 목화꽃을 피우곤 검은 솜을 덮어쓰고 응달에 앉아 구시렁댄다. 무관심 속에 닳아 버린 나의 그림자. 내 앞길 속에 묻혀 져간 나의 뒷모습. 이제부턴 사분사분 너 닳지 않도록 조심해서 인생길 오르마 다짐을 한다. 빛 밝은 마당가에 먼지를 털며 헤어진 내 그림자 꿰매어 본다.

[고2詩] 추상실험

추상실험 박원주 “있소, 당신에겐 힘이 있단 말이오.” 두뇌 속 바다를 넓히고 삐뚫어진 지구축을 바로 잡앗! 잘못된 사고 -내가 언젠가 안중근의 손가락을 하나 더 자른 그 피가 아직도 나를 꾸짖는 무지의 사고-를 자유 여신의 청동 횃불에 던지려오 그리고 은하수 빗물을 떠다 부으리다. “있소, 당신에겐 힘이 있단 말이오.” 두뇌 속 바다를 넓히고 삐뚫어진 지구축을 바로 잡을 힘이 당신에게 있단 말이오. 썩은 두뇌의 고뇌를 뜨거운 바다에 쏟아 부어 삐뚫어진 지구축을 바로 잡을 용기가 당신에게 있단 말이오.

[고1詩] 뇌사(COMA)

뇌사(COMA) 박원주 사고의 회로가 끊어지려는 찰나에 고요한 수평선처럼 나의 뇌리에 진리가 여명을 뿌리며 다가선다 자서전을 펴들고 나의 미래를 관할한다면 왜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어야 하며 왜 어떤 존재는 또 다른 존재에 의해 영향을 받아야 하는가. 有...무한의 자문, 無...유한의 공간. 제2세상의 법칙들이 무서운 압력같이 내 진실을 마취시킨다. 하지만 나는 엄연히 그 속에 존재하고 그 공간을 떠나버리려 시도할 때 그 힘은 내 존재를 없애버릴지도 모른다 난 단지, 아주 여린 살로 그 강철을 뚫어야겠지 허나, 뇌사에 빠져 무중력의 상태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 진리-그 분과 황혼역의 그 섬에서 연인과 별과 함께 거니는 젊은 시의 청년과 그리고 나만 알고 있는-를 얻기 위해 내 있는 힘을 다해 그의..

[고1詩] 여기선

여기선 박원주 나는 철학자요, 시인이란 대명제를 걸고 견강부회의 진모리, 자진모리를 마구 울린다 나는 나는 신이 나서 산허리 들쳐 메고 홍해 한번 갈랐다가 어느 날 문득 어떤 원인의 화살 -데카르트의 제1명제를 흔들-을 맞고 나는 앓았다. 오랜 시간을. 그러나 나는 한 시인이란 대명제를 걸고 비유를 써서 나를 의사가 되게 했다 직유로써 '훌륭하다'는 지나친 수식을 붙여 보았고 은유를 통해 그것을 합리화하려 애썼다 하지만 나는 반어를 몰랐다 의사가 자신을 치료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말이다 현실은 그 강한 힘으로 은유 아닌 은유로 나를 문둥이로 만들어 버리곤 낮선 외딴 곳에 던져 버렸다 나는 힘을 잃은 고독의 시인이 된다. 허나, 절망의 끝에서 피어나는 우발적인 역설의 혼. 상처받은 영혼들에 들려줄 고독이..

스위치를 끄다

스위치를 끄다 -박원주- 흥겹게만 치던 지루한 키보드소리에 여기가 어딘가? 스르르 두눈이 감긴다. "너는 가슴한번 열지않고 사랑을 썼더냐? 한숨소리 한점없이 추억을 지우고 그토록 해맑게 웃어댔더냐?" 너는 디지털, 나는 아날로그. 만날듯 비켜가는 온-오프 스위치. 나는 오늘도 힘겹게 하루를 그리고 나를 쓰는데 너는 그리도 쉽게 하루를 그리고 나를 지우는구나. 각본같이 잘짜여진 네 인생 시나리오보다, (그게 프로그램인지 벽돌인지 나는 모른다. 어쩌면 그 계획들이 즐거운 퍼즐일지도) 내 울음 뒤에 눈물을 닦으며 다시 쓰는 머쓱한 인생을 더 사랑해주며 꼭 안아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