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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젖어들다 -19.3.20.수

우리 젖어들다 -신성- 한 마리 고기가 육지를 헤엄치다 익숙한듯 마른 땅을 쏜살같이 헤엄쳐 네모난 상자속으로 쏙 들어간다 거기서 아가미를 뻐금거리며 하루란 긴 시간을 숨가쁘게 보낸다 타들어가는 갈증을 헤치고 불이나케 마른 육지를 헤엄쳐 와선 집이란 어항 속으로 쏙 들어온다 왜 젖지 못하나 물로 된 몸도 투명함을 버리고 육지인 마냥 투박한 흙색을 입고 흙위에 살다 흙으로 돌아가는 고기들. 눈가의 물방울조차 젖지 못하고 땅바닥에 흘러 꽂히고 마는 비운의 고기들. 왜 젖어들지 못하나 나이가 들면 애가 된다던데 죽으러 가는 길은 엄마 뱃속 같을까 천국은 양수처럼 가득찬 물속을 헤엄치고 있으려나 모든 것이 가득차 있는 그곳에선 맘껏 젖어들 수 있겠지 경계와 경계를 허물고 너와 나 다같이 스며들며 젖을 수 있겠지 ..

물귀신 공략법 -19.3.19.화

물귀신 공략법 -신성- 침몰하는 무게는 버려라 익숙해진 배 딱딱한 가슴 무거워진 머리 가라앉는 몸뚱이는 버려라 영혼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몸은 진실하지 못했다 영혼을 부둥켜안고 추락하며 저 깊은 어둠속으로 가라앉기로 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침전하는 몸에 쏟아 부었나 잊어야지 하면서도 또 달라붙는 몸뚱이 이제는 버리고 올라가야 한다 함께 침전하지 말자 더이상은 침전하지 말자 투자했던 본전 생각은 버리고 얼굴도 버리고 머리도 버리고 가슴도 버리고 근육도 버리고 하나 영혼만은 살아서 물귀신이 되지 말아라 *여인아 너를 정죄하던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으니 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

너의 농부 -19.3.18.월

너의 농부 -신성- 내 눈동자에 네가 뿌려져 네 모습이 자라고 내 귓가에 네가 뿌려져 네 말이 자라고 내 가슴에 네가 뿌려져 네 마음이 자란다 어떤 향기일까 꽃이 필때를 기다린다 섯불리 향기 없다 꽃이 피지 않는다 뽑지 않으리 연이은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한 계절 주어진 시간 너를 가꾸리 촉촉히 스미어든 눈물 개울 가볍게 진동하는 웃음 하늘 따뜻하게 비추는 마음 햇살 자라나는 네 모습에 땀흘리는 한 농부가 있으리 *사람들의 성향을 보면서 나와 다르다고 섣부르게 판단하기 보다 그들이 향기날때까지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

네 마음에 닿을 때까지 -19.3.17.일

네 마음에 닿을 때까지 -신성- 나름의 열정으로 열심히 달렸건만 넌 왜 칭찬 한마디 격려 하나 건네주지 않을까? 허물어진 결핍속에 열등감이 밀려와도 넌 그 작은 구멍 하나조차 왜 막아주지 않을까? 일은 자꾸만 꼬여 가는데 넌 왜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까? 한탄하며 울고 울어도 네 모습은 보이지 않아 이젠 기댈데가 너 밖에 없는데 정말 너 밖에 없는데 힘들어도 같이 아파하고 같이 웃으며 함께 걸어가고픈데 내 인생은 너 없이 안되는 걸 뼈져리게 느끼는데 이제 너 밖에 생각이 안나는데 네가 너무 보고 싶은데 울먹이며 뒤돌아서는 순간 그제서야 내 곁에 있는 네 모습을 봤어 요술랩프의 지니처럼 그저 소원을 들어주는 관계 부르면 나오고 부족하면 채워주는 단순한 관계 대신 나이고, 나여야만 하는, 나 아니면 안되는, ..

벼락치기 후 -19.3.16.토

벼락치기 후 -신성- 까만 먹구름이 밀려와 땅 땅 땅 몇발의 총성과 함께 번쩍 방심한 대지를 향해 벼락이 날아들었다 눈에 띄지 않게 때려도 될 것을 저리 요란스럽게 애써 모은 에너지를 마구 뿌려댄다 꼭 그래야 하는 절박한 순간 불어닥친 폭풍 가운데 다급히 넘어가야하는 혼자만의 벼락치기 벼락이 치고 나는 메시야의 권능을 받아 하루를 천년같이 시계를 멈추고 일상을 깨뜨린다 위대하게 살 수 있어 일상은 바뀌는거야 땅도 놀라 산맥도 꿈틀댄다 벼락이 그치고 곧 어둔 장면이 갠다 무지개 기적처럼 내린 선물을 냉큼 받고선 구름이 떠나간 아무일도 없는 빈 하늘 속으로 자그만 까만 눈동자를 들고 홀로 걸어 들어간다 *업무가 밀리고 밀려서 야근을 하고 밤을 새고 토요일도 이어서 계속 책상에 앉아 일했는데 하루가 통째로 날..

CCBB AD. -19.3.14.금

CCBB AD. -신성- 엎질러진 물을 보고 왜 쏟았냐 시비를 거는 건 서로에게 아무 유익없는 소모전 일어난 사실은 과거에 세겨지고 모두가 공유해버린 기억들은 유통기한 없는 파생 상품을 내다 팔았다 바꿀 수 있는 미래를 가져와 조그만 마술을 부리는 것이 최선의 대안 들었던 네 마음을 내려 놓으며 흘러내리는 모래시계의 모래 알갱이처럼 무거웠던 마음이 가라앉는 율동을 넋놓아 쳐다본다 모두가 웃을 날을 기다린다 너가 웃는 모습을 스케치한다 *다들 일어나고 나서 바꾸라 아쉽다 이런 말을 하는 건 할 수도 없는 과거에 대한 한탄일뿐. 생산적인 미래를 생각하며 바꾸자​

마른 하늘이 우는 이유 -19.3.14.목

마른 하늘이 우는 이유 -신성- 천둥소리가 들렸다 억장이 무너져내리는 소리 아무것도 없는 파란 하늘인데 아무일도 없는 평평한 하늘인데 뜬금없이 깊은 한탄을 뱉으며 울었다 심장도 놀라 뛴다 화가 많이 났을테지 자기는 열심히 뛰는데 무덤덤히 하루를 반복하는 겉떼기들에게 짜증이 많이 났을 것이다 화이트데이라 건넨 사탕으론 일상을 녹이기 역부족이지 그래서 하늘이 최후변론을 길게 늘어놔야했다 그래서 땅이 흔들리며 붉게 물들어야했다 아무일도 없다는 착각 당연한 듯이 흘러가는 일상에게 또 나에게 천둥이 울고 번개가 번쩍이며 광광 울어대야했다 *화이트데이인데 그냥 사탕을 주고 받고 분주한 업무로 일상을 살았던 날이다 ​

꼬인거 어떻게 풀지? -19.3.13.수

꼬인거 어떻게 풀지? -신성- 꼬인거 어떻게 풀지? 성격이 차이나서 꼬이고 마음이 안 맞아서 꼬이고 이리저리 틀어지다보니 마음이 서로 상하고 상처가 쌓이니 서로 싸우고 싸우다보니 소원해지고 멀어지다보니 서먹하고 서먹한데 계속 피할순 없고 가까이 가려니 의도가 의심스럽고 오해가 쌓이니 믿음도 없고 복잡해 지는데 신경쓰긴 싫고 신경쓰긴 싫은데 자꾸만 더 신경 쓰이고 늘어가는 '경우의 수'에 머리는 더 아프고 고심은 하는데 답은 없고 답이 있어도 행동은 안 되고 행동을 하더라도 결과는 반대고 결국은 처음보다 상황은 더 꼬이고 싸늘해진 서로에게 기대는 전혀 없고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진심일까 전략일까 밑도 끝도 없이 꼬여버린 우리 어떻게 풀지? * 경영진과 노조, 팀장과 팀원, 서로를 향..

자유롭게 죄인 -19.3.12.화

자유롭게 죄인 -신성- 자유롭게 살고 싶어 날 구속하려 들지마 난 자유롭게 죄 지을 권리가 있어 솟아나는 욕망들 하고 싶은 쾌락들 모두다 해보고 마음껏 살다 갈꺼야 죄의 자유를 찾아 떠났던 청춘들은 어디로 갔을까? 무절제한 쾌락이 질주해 받아버린 사고의 현장 한번 죄를 저질렀을 뿐인데 왜 영원한 죄인되고 말았을까? 한번 사고를 당했을 뿐인데 왜 영원한 불구가 되었을까? 죄의 선택은 처음 한번뿐 그리곤 중독의 늪에 빠져버렸나봐 수렁에서 나오는건 불가능했나봐 죽은 자가 죽은 후를 말하지 못하듯 오지말라 말하기엔 숨도 버거웠겠지 도살장으로 들어오지 말란 절규는 비명소리에 뭍혔겠지 결국 자유로운 죄인은 살아남지 못했어 자유는 틀안에 있다고, 사랑과 약속의 틀안에서 가능하다고, 누군가는 정신줄을 붙들고 미친듯이 ..

중간 자리에 서다 -19.3.11.월

중간 자리에 서다 -신성- 두 사람 사이에 서서 중재하는 자리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에 마냥 욕 먹는 자리 끝없는 협상에도 끝날 기미가 없는 지치고 힘들어도 심장을 껴안고 품어야하는 자리 곁에 둘은 껴안아야지 다짐하다 흐르는 눈물에 손등을 적시는 최소한의 자리 내 눈물보다 네 눈물을 먼저 바라보는 자리 눈물짓다 토닥이다 물러서야만 하는 자리 너와 너 사이에서 포기할 수는 없는 공간 오늘도 내가 서는 자리 중간 그 자리 *업무를 받아서 두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중재하고 팀원들의 고충을 듣고 중재하고 그렇게 사람을 품어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