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젖어들다 -신성- 한 마리 고기가 육지를 헤엄치다 익숙한듯 마른 땅을 쏜살같이 헤엄쳐 네모난 상자속으로 쏙 들어간다 거기서 아가미를 뻐금거리며 하루란 긴 시간을 숨가쁘게 보낸다 타들어가는 갈증을 헤치고 불이나케 마른 육지를 헤엄쳐 와선 집이란 어항 속으로 쏙 들어온다 왜 젖지 못하나 물로 된 몸도 투명함을 버리고 육지인 마냥 투박한 흙색을 입고 흙위에 살다 흙으로 돌아가는 고기들. 눈가의 물방울조차 젖지 못하고 땅바닥에 흘러 꽂히고 마는 비운의 고기들. 왜 젖어들지 못하나 나이가 들면 애가 된다던데 죽으러 가는 길은 엄마 뱃속 같을까 천국은 양수처럼 가득찬 물속을 헤엄치고 있으려나 모든 것이 가득차 있는 그곳에선 맘껏 젖어들 수 있겠지 경계와 경계를 허물고 너와 나 다같이 스며들며 젖을 수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