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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의 삶 -24.8.7.(수)

진상의 삶 -박원주 나그네로 온 자가 무리한 걸 요구한다. 나그네가 누리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애매함을 넘는 진상 짓에 주의하라. 요청하는 자체가 진상일지 모른다. 존재하는 자체가 진상일지 모른다. 엄마의 양분을 빼앗아 먹고 태어나 누군가의 자리를 빼앗아 눌러앉고는 먹고 자고 싸고 진상 짓만 하다가 썩을 몸과 썩지도 않는 뼈다귀만 남긴 한 진상의 삶이여. * 와이프에게 진상이다라는 말을 했다가 화가 난 와이프 달래느라 힘들었네.

무서운 상상 -24.8.6.(화)

무서운 상상 -박원주- 내안의 두려움에게 형체를 입혔다. 자고로 무서움이란, 거대하고 괴상하고 잔인하고 징그럽고 끔찍해야지. 그런 무서움이 없어서 만들오야 했다. 세상에 그런 게 있을 만도 한데 하나도 없네? 내 속이 제일 무서운 건지 내 상상력이 제일 무서운 건지 무서운 게 전혀 없으니 세상은 살만한 건지 모른다. 살만한 세상에게 겁을 줘봤는데 시시해서 세상이 다시 고요해졌다. 내 속이 다시 고요해졌다. * 사카 박물관에 전시된 발리 오고오고 악령 인형들을 보면서 사람의 무의식 속에 사는 악령의 거대함을 느꼈다.

바다가 그리웠던 이유 -24.8.5(월)

바다가 그리웠던 이유 -박원주- 바다가 그리웠다. 왜 그리 사무치게 바다가 그리웠을까? 짠 소금물에 몸을 담그고 파도에 일렁이며 몸을 씻으며 왜 그럴까 생각해도 둥둥 떠다니는 생각은 잡히질 않는다. 내 몸이 물로 되어있어서 그리도 갈증이 난걸까? 저 망망대해에 무엇을 마시고자 몸을 담근걸까? 해가 물에 빠져 꺼져가는 세상은 마지막으로 불타고 빛나는 밤하늘은 바다처럼 다시 나를 담근다. 왜 그리 사무치게 바다가 그리웠을까? 부서져버린 해변의 모래알처럼 알수없는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그냥 누워버린 그곳에 뭍혀 모래가 된 한 알갱이 * 일년만에 쿠부비치를 오니 너무 이쁘고 석양도 아름답다.

방생 -24.8.4.(일)

방생 -박원주- 생명은 어찌 떨어져 싹이 나는가? 죽지 않은 모든 것은 살아야한다. 애처로워도 살고 흐느껴도 살고 땅으로 떠난 생명이 하늘로 떠나기까지 방생된 생명이 아둥바둥 살아간다. 부화한 게 힘들었다 투덜대기도 전에 사는게 힘들었다 위로받기도 전에 진리에 침묵하며 바쁜 척 하다 어찌 사는건지 깨달으면 죽고 진짜 끝나버린 인생은 아무말도 없이 떠나가버렸다. * 아기 거북이 방생 프로그램을 참여했는데 바다로 가는 거북이가 짠하다.

비누방울 -24.8.3.(토)

비누방울 -박원주- 존재가 뭔지 들여다 봤더니 원자란다. 원자가 뭔지 들여다 봤더니 전자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란다. 아이들은 이걸 눈치챈 걸까? 텅 빈 비누방울이 그렇게도 좋단다. 알록달록 멋지게 날아도 터지면 끝나버리는 비누방울이 그렇게도 좋단다. *비누거품 놀이를 해주는데 생각보단 거품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여행을 가는 이유 -24.8.2.(금)

여행을 가는 이유 -박원주- 어제가 지겨워서였을까? 나는 오늘 여행을 떠났다.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가 더부륵한 배를 두드리며 나를 소화시키지 못해 다시 글라인더를 돌린다. 아직은 찾지 못한 어느 보물을 찾아서 찾아야 끝나는 미션 탈출처럼 아직도 끝나지 않은 목적을 찾아 어딘가 있을 나를 찾아 오늘도 여행을 떠났다. * 두번째 발리. 비슷한 듯 다른 현실을 보며 여행을 가는 이유를 찾는다

괜찮겠지? -24.7.31.(수)

괜찮겠지? -박원주- 아담이 선악과를 먹으며, 받아먹은 건 괜찮겠지? 죄를 짓는 첫번째 말, 아무도 모르니 괜찮겠지? 독배를 마시며 죽은 자들의 유언, 한번은 괜찮겠지? 아무도 괜찮다는 이들이 없는데 왜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신기한 호모 사피엔스여 그렇기에 누군가는 죽었고 죽었기에 자원이 순환되는지도 모르겠구나. 괜찮겠지?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아! * 사람들은 위험과 안정사이를 교묘히 줄을 타며 즐기는데 익숙하다.

사육 당하는 인간 -24.7.30.(화)

사육 당하는 인간 -박원주- 내가 가지고 키우고 늘리고 더하고 계속 내게 담기만 익숙하게 살다가 내게 담아주는 누군가의 동작에 무슨 수작인가 꿍꿍인가 눈초리가 올라간다. 정작 나는, 엄마가 낳아 기르셨는데 정작 나는, 선생님이 키우며 물을 주셨는데 전부 내가 다 한 것인냥 착각하며 산 세월이 이렇게나 길었구나. 내가 전부 받은 걸 돌려줄 날이 오기전 미리 알게되어서 참 다행이다. 고맙다는 말을 미리 해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 * 먹고 자고 쉬고 하는 게 좋긴 한데 동물 사육당하는 느낌이 든다.

쉼표 방향치 -24.7.29.(월)

쉼표 방향치 -박원주- 문장에는 띄움이 있고 노래에는 쉼표가 있고 호흡에는 날숨이 있고 차에는 브레이크가 있고 창조주조차 마지막에 휴식을 했다는데 아므것도 모른 나는 너무 앞만 보고 달렸구나. 탈이 나서 쉼을 배우는 욕심쟁이가 되었구나. 언젠가 영원히 쉴 까봐 무서웠던 두려움 때문에 더 무모히 달리다 방향치가 되었구나. 결국 영원히 쉬는 숙명이 저깄구나. 쉬고 숨 쉬며 나를 가득 채운 공기조차 내뱉으며 쌓인 피로도 욕심도 썰물처럼 밖으로 흘려보낸다. 쉬어도 좋단다. 빨리 쉬나 영원히 쉬나 우리는 언젠가는 쉬어야하는 존재니까. * 코로나로 격리되어 방에서 쉬고 있으니 좋긴 한데 여러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