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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합리화 -19.2.8.금

시각 합리화 -신성- 남자는 시각에 약하단다 아무 생각없는 본능대로 산단다 두 눈을 부릅뜬 채 저지르는 50%들의 잘못 합리화 내 죄를 내가 알렸따! 약하니 어쩔 수 없는것이냐! 바꿀 수 없으니 그냥 방치하는 것이냐! 한치의 미안함도 없이 동고동락했던 두눈을, 익숙한 시각을, 한순간 죄인으로 맹글어도 되는 것이냐! 네 이놈! 약해서 어쩔수 없다니 그게 변명이냐! 그렇다면 네말대로 내 손도 약하니 싸대기 좀 맞아야겠따 내 발도 약하니 걷어차야쓰것따 내 무릎도 약하니 니킥을 날려야되것따 약한 걸 핑계로 죄의 몽둥이를 휘두르다니 더이상은 합리화를 벗어버리는게 더 합리적인 삶이렸따 네 이놈! 내 죄를 내가 알렸따 *보지 않는 용기, 피하는 용기, 악한데는 미련한 것도 지혜중 하나이다. 잘못을 핑계대고 변명하기전..

눈치게임 -19.2.7.목

눈치게임 -신성- 눈을 감으려 애썼다 감기지도 않는 눈을 똑바로 보지도 못하는 눈을 떠야만 갈 수 있는 길들 보아버려서 알아버려서 피곤한 인생길이여 길이 아닌 길도 없는 넓은 들판을 한없이 달리고 싶다 보아버려서 뛰어야만 했던 길 나무아래 예쁜 의자 대신 곧게 앞으로만 달려야했던 길 나의 눈은 내 것이다 그 뻔한 거짓말도 함부로 대꾸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감을 두 눈 풍경을 더이상 해석할 필요가 없는 눈치게임이 끝난 고요한 침실에서 까만 눈꺼풀을 고이 덮고 무르익어갈 잠을 애타게 바람이여 * 남쪽에 있다가 서울을 올라오니 추울꺼라는 생각을 못하고 눈치게임에 실패했다​ ​

지게 짐 -19.2.6.수

지게 짐 -신성- 짐을 나르자 울타리 밖 짐들을 안으로 들이자 이동한 것은 내 소유가 되고 소유는 곧 존재의 무게가 된다 묵직한 무게가 느껴진다 큼직한 규모가 느껴진다 됐어 이정도면 훌륭해 입가 번지는 미소도 잠시 더 담을 수도 없는 지게를 불평한다 지게의 무게를 들지 못하는 자아를 불평한다 애써 실어도 못 나르면 말짱 도루묵. 울먹이며 실은 짐을 하나씩 내려놓는다 속에서 반향하는 혼잣말한 타레 적당히 싣는다는게 무얼까 적당히 나른다는게 무얼까 적당한 삶의 무게는 무얼까 적당한 삶의 크기는 무얼까 대신 짐을 질 사람은 없을까 인생을 날라줄 사람은 없을까 짐은 점점 줄어드는데 무게는 줄어들 생각이 전혀 없다 아 하늘은 넓고도 푸르구나 대기는 깊고도 가볍구나 * 고향을 떠나면서 반찬을 싸는데 많이 싸가도 무..

가족이니까 -19.2.5.화

가족이니까 -신성- 가족이니까 치고박고 싸우는 것이지 가족이니까 남이라면 경찰서 갔겠지 가족이니까 그카고 푸는 것이지 가족이니까 그래요? 가족이라서요? 그래서 어머니 가슴에 대못이 박혔나보다 그래서 엄마가 한없이 울었나보다 가족이니까 뭘 어찌 할 수가 없으니까 *외가에 갔더니 또 술을 거하게 드시는데 또 누가 실수할까봐 조마조마한데 외삼촌은 가족이니까 실수해도 괜찮단다 ​

세상이 튀긴다 -19.2.4.월

세상이 튀긴다 -신성- 세상이 무고한 사람을 튀긴다 판사, 의사, 교사, 기술사 모두다 때려넣고 쉴새없이 튀긴다 "기름을 더 부어라 기름없이 무슨 맛이 나겠느냐 맛깔나는 기름, 노동의 맛이여" 세상이 외치는데 입을 막는 사람이 없다 미끄러져 헤어나올 수 없는 노동의 저주 고소한 자본의 향이 진동을 한다 누가 불을 조절하는지 어디서 재료가 오는지 묻는 이도 답하는 이도 없이 세상은 돌고 돌았다 사람을 섞고 섞으며 또 튀겼다 덜 익어서 또 튀기고 잘 익어서 또 튀기고 탄 놈은 버리고 새 놈을 또 넣고 이리 굽고 저리 굽고 익어도 먹지 못하는 것들을 왜 튀기는지도 모른체 타지않는 배려심으로 세상은 사람을 뒤집어된다 * 설명절이라 어머니 전을 같이 부쳤는데 연기에 눈이 매워도 재미요었다 ​

불꽃의 생애 -19.2.3.일

불꽃의 생애 -신성- 죽어있던 고목​ 잠들었던 육체가 열기에 불이 붙는다 잠자던 영혼이 놀라 비명을 지르는데 불이 꽃을 들고 춤춘다 어디서 나온 꽃들인가? 어디서 나온 감흥인가? 형형색색의 불꽃이 비단 날개 승천을 하며 펄럭 형체도 규모도 없이 짧은 생을 발하고 날아가더라 열매가 없어도 아름다워라 후련히 태워버린 꿈같은 날들이여 화끈한 이별로 방점을 찍고서 흔적도 없이 미련도 없이 후~ 날아갔더라 * 곰탕을 끓이는걸 도와드렸다 ​

창고를 열다 -19.2.2.토

창고를 열다 -신성- 세월이 창고에 쌓여있네 두벅두벅 거대한 창고문을 제치고 화석을 발굴하듯 조심스레 딱딱한 먼지를 걷네 아래 지층엔 책상이 자네 그 위에 책들이 자네 그 위에 소쿠리가 자네 서로 추억의 무게에 눌려도 불평하지도 않고 딱딱한 몸을 뉘이고 굳은 잠 긴 세월을 잘도 자네 옛 필름을 꺼내 현상을 하네 시선에 담그자 떠오르는 상들 그 시절 그 상황 난 어찌 장면을 연출했을까 흩날리는 먼지에 꺼내들었던 노트를 다시 뭍네 묵직한 창고 문을 닫고선 가지런히 먼지를 다시 덮네 세월을 덮네 * 어머니랑 창고 정리를 했는데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어항등 별의별 물건이 다 임ㅅ었다 ​

거리의 거리 -19.2.1.금

거리의 거리 -신성- 거리란 무엇인가? 뻔하다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네 걷다보면 다 알겠지 걸어도 걸어도 감이 없던 젊은 날들 소원하거니 부딪히거니 정처가 없었네 거리란건 뒤돌아 재는 거다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네 이제사 거리가 나에게 말하네 멀다고 먼 건 아니라고 막힌다고 막히는건 아니라고 돌아갈 목적이 있기에 다다라 쉴 수 있기에 긴 길이 행복한거라 고백을 하네 이제사 거리와 긴 대화를 하네 아득한 거리를 디뎌보네 * 고향 가는 길이 멀고 막혀도 고향이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

ISO 1010235 : Love -19.1.31.목

ISO 1010235 : Love -신성- 사랑을 의뢰 받았습니다 사랑의 계획을 수립합니다 모든 요구사항은 문서로 코딩합니다 어떤 사양을 원하십니까? 어떤 조직을 그리실 겁니까? 어떤 절차로 만들 예정입니까? 필요한 재료는 무엇입니까? 발생할 불만족은 무엇입니까? 다른 요구사항이 있으십니까? 기록을 검증합니다 이제 사랑을 시작하십시오 사랑의 프로세스가 종료되면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결국 수많은 업데이트 후 사랑의 요구사항은 더 복잡해지고 그렇게 사랑은 표준의 이상이 되었다 * 회사에서 ISO 9000 교육을 받았는데 모든 행위를 품질경영으로 정의하고 품질로 관리하는게 신기했다 ​

마음 강아지 -19.1.30.수

마음 강아지 -신성- 마음에 무슨 일이 있으려나? 심심해 하는 마음에 목줄을 채우고 산책을 나선다 널린 거리의 옷들을 보고 새로움이란 냄새를 맡고 거리의 먹거리를 보고 식욕을 뭍혀댄다 꼬리를 흔든다 좋단다 마음 눈가에 웃음이 머문다 한바퀴 동네 밤마실을 마치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아무일 없었네 다행이다 풀린 마음이 잘 자는 걸 보고 나도 비로소 잠이 든다 * 야근하고 심심해서 홍대 밤마실을 다녀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