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39

반죽 인생 - 19.4.9.화

반죽 인생 -신성- 무엇을 만드는건지 목적지가 어딘지 알려달라 부르짖었네 때리고 누르고 인생이 이런건가 아픔이란 당연한건가 단순한 한 덩어리 내 인생 주어진 생을 걸어만 갔네 비가 내린다 털썩 주저앉은 골목식당에 어느새 칼국수 한그릇에 놓여있다 캬 이 맛이야 터져나오는 해탈에 꼬인 면발이 풀어져 버렸다 이제사 알았네 이 때를 위해 빚어진 쫄깃한 내 과거를 이제사 맛보았네 애닮게 감춘채 우러난 얼큰한 내 현재를 이제사 느꼈네 땀과 함께 흘러내린 시원한 내 미래를 *비가 내리고 어머니 해주시던 칼국수 생각에 한그릇 뚝딱했다​​

따인 꽃줄기 -19.4.8.월

따인 꽃줄기 -신성- 왜 사는게냐 수많은 꽃들이 피고 지고 들판에 다시 녹음이 짙어져 갈때 하늘을 우러러 두 눈을 지켜 뜨면 우렁차게 내리 쬐는 소리 왜 사는게냐 죽지 못해 사옵니다 여차저차 하려 사옵니다 변명처럼 늘어놓은 내 꿈들은 숱한 그들의 소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들판에 핀 무수한 꽃처럼 피고 졌다가는 간절히 피어낸 내 몽우리에게 크나큰 대역죄를 지어버린 것이다 똑딱 이제 내 꽃을 따 주소서 하늘에 길게 드리운 줄거지 주르륵 쏟아버리고 가도록 지금 내 모가지를 자르소서 지나는 나그네가 내 향기를 맡고서 잠시만 쉬어 갈 때까지 살아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내 여린 꽃잎을 잠시만 살려 주시옵소서 *포럼을 마치고 시간이 나서 양화진에 들러 순교자들의 묘지를 둘러보았다. 왜 살고 왜 죽는지를 아는 생이..

고난이도 사랑 -19.4.7.일

고난이도 사랑 -신성- 사랑해서 널 안았는데 어느새 해야하는 일처럼 널 안아버렸다 설레이며 피웠던 사랑이 시들어 버린걸까? 애태우며 포갰던 사랑이 쪼개져 버린걸까? 하고픈 사랑과 해야할 사랑은 멀어서 닿을 수 없는걸까? 사랑은 힘들다 변해 가는걸까? 오늘도 난 네게 사랑한다 말해놓고 사랑인지 의무인지 문득 의심해 버렸다 다시 사랑한다고 껴안아 놓고 당연한 일이라 되뇌어 버렸다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사랑의 행동인 것이, 정말 내 속에 사랑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사랑없는 의무나 다른 것인지 너와의 관계를 항상 생각하게 된다​

압축러(er) -19.4.6.토

압축러(er) -신성- 하늘에게 할 말이 많아서 악기를 들었다 수많은 어제를 잊기 싫어서 펜을 들었다 네게 비밀을 보여주고 싶어서 붓을 들었다 똑같은 인생인지 묻고 싶어서 무대에 섰다 벗은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 너를 만났다 *작곡대회에 나가려 했는데 한곡을 그리는데도 참 많은 시간이 걸려서 다음에 나가기로 했다​

한강 동경 -19.4.5.금

한강 동경 -신성- 서울 살면은 이렇게 살아야지 "아침에 일어나 한강을 조깅하고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한잔 하고 회사에 출근해 신선한 뉴스를 읽고 회사를 마치면 영어회화 모임을 나가고 헬스 후 샤워하고 쇼파에 책을 읽다 문득 저무는 하루를 보며 조용히 잠이 드는 것이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서울 산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저 삶들은 동경이 되어 되는게 하나 없는 것인지 일상을 침노당한 참람한 불구자여 *간만에 날이 풀려 봄에 처음으로 한강 자전거 드라이브를 했다. ​​

4번(四番) -19.4.4.목

4번(四番) -신성- 4번! 학교 때부터 익숙히 불리던 내 번호 모두가 죽음이라 꺼렸기에 더 희귀하고 애착이 묻었던 번호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거라 죽어도 끝나는 건 아니니 안심하렴 고통보다 숭고한, 죽음 뒤의 것을 바라보렴 4월 4일에 드리는 기도. 언젠가 끝 날 모든 인생에게 매순간 죽음이란 짜릿한 익숙함이 선사되길 바라노라 어제밤 죽었던 의식이 생경하게 살아난 아침처럼 죽음도 부활도 흔하디 흔한 일상이 되길 간절히 발아(發芽)노라 *4월 4일. 특별한 일이 없지만 4라는 반복된 숫자 그 의미가 어느새 익숙하다​

우리 부르기 -19.4.3.수

우리 부르기 -신성- 분주한 역삼역 달빛으로 모이자 세상의 불소시게를 들고 화롯가로 모이자 얼기설기 엉성한 우리 삶에 엄청난 간증을 끼얹고 내 시름 네 시름 잡다구리 후덕찌덕 짱박혔던 지꺼기를 꺼내 마구 쏟아 부어 재끼자 세상에서 모두가 그리도 피우지 말라던 끄라고 고래고래 잔 소리지르던 내 외진 침대에서조차 피우지 못했던 그, 빠알간 불을 피우자 노릿노릿 익은 기다림을 타기전에 낼름 집어 삼키자 아 그랬구나 홀로 걸어갔구나 이 고개 저 사람 우여곡절을 넘었구나 꺼내지지 않는 침묵속에 말못할 상황을 지났구나 찢어진 가슴을 부둥켜안고 안길 가슴을 여태껏 기다리고 있었구나 우리, 그래서 우리가 우리를 애타게 불렀구나 그때의 그리움이 이제사 익어갔구나 한때의 추억이 이제사 고여갔구나 우리가 앉았던 빈 자리에 ..

사람을 피우기까지 -19.4.2.화

사람을 피우기까지 -신성- 한 사람을 알고 한 사람을 이해하고 한 사람을 사랑하고 한 사람을 견디고 아 아직도 한송이 꽃도 피우지 못했구나 언제쯤 눈을떠 영혼을 알아 한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며 한 봄이 시들기전 진심으로 그대를 피워낼 수 있을까 아직도 피지 않은 봉우리 피우지 못한 그대를 보며 기다리고 애태우다 간간이 부는 바람에 잘가라 빈손으로 손짓만 해댄다 *구미로 출장을 다녀왔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건 한 사람의 마음도 얻기가 어렵다는 것. ​

장난없이 -19.4.1.월

장난없이 -신성- 하루가 간다 장난없이 어릴 적 그렇게 쉬도 때도 없이 쳐댔던 장난 하나없이 누군가의 빈 공간 요철 하나없이 진지함과 무료함의 애메한 경계를 지나며 하루가 간다 장난하나? 업씨 해맑은 어린 웃음 하나없이 쳇 그 흔한 투정 한마디없이 내일이 오늘을 훅 덥친다 *만우절인데 장난하나 치는 친구가 없으니 좀 허전하고 서운하다​

풍경을 보고 왔어 -19.3.31.일

풍경을 보고 왔어 -신성- 내 인생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헷깔릴 때마다 산을 올라가봐 헥헥대며 오르는 길이 꼭 인생을 닮았거든 정상에 오를 때처럼 생의 마지막에도 살아온 풍경을 지긋이 내려다볼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을 내려다보았다면 소소한 일엔 좀더 관대했을텐데 어짜피 오를 정상이라면 좀더 여유롭게 얘기하며 올랐을텐데 지는 노을을 너와 바라다보며 인생의 중심을 기대여도 보았을텐데 야호 외침 한번에 내려갈 길이였다면 좀더 천천히 더 천천히, 그 외칠 단어를 고민해봤을텐데 배를 타고 별나라로 떠났던 우주인처럼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았다면 나는 좀더 덜 인생을 방황했을까? 아님 좀더 활짝 꽃들에게 웃어주었을까? 오늘도 힘겹게 정상에 오르다 외치는 한마디 비명을 듣는다 ㅇㅑ ㅎ ㅗ 누군가가 생을 잘 살아냈구나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