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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꺼내며 -2017.04.06.목

하루를 꺼내며 -박원주- 오늘은 어떤 하루를 꺼낼까? 두리번 두리번 항상 보던 옷장에서 가장 새로운 오늘을 꺼내 입는다 어제를 꺼내려다 집어넣고 녹쓸지 않은 오늘을 걸친다 내가 꺼낸 오늘 거룩한 일출처럼 상쾌한 마음으로 하루의 손을 잡는다 너무도 새로와 감격스런 그 태초의 하루 * 아침에 옷장에서 옷을 꺼내는 나는 하루를 어떻게 시작할지 많은 고민과 기대로 하루를 연다 ​

봄비다 뚜득뚜득 -2016.04.05.수

봄비다 뚜득뚜득 -박원주- ‪봄비다 뚜득뚜득 ‬ ‪내마음을 두드린다 뚜득뚜득‬ ‪어디 마른데는 없는지?‬ ‪어디 공허한덴 없는지?‬ ‪꼭 거길 찾아 두드린다 뚜득뚜득‬ 아 내가 참 메말랐구나‬ ‪아 내가 참 휑했었구나 ‬ ‪한 반가움만 찾아와도 ‬ ‪세차게 날 흔들어버릴만큼‬ 촉촉할 틈도 없이 갈라진 금들‬ 간만에 내리는 봄비에 영혼을 축이자 내 마음은 가녀린 몸매를 드러내며 흠뻑 젖는다 한 파문 두 파문 나도 봄비의 마음을 두드리며 걷는다 * 간만에 내리는 봄비에 젖어드는 내 마음 내 우수 ​

하청 하청 -2017.04.04.화

하청 하청 -박원주- 동일하게 태어난 인간은 각기 다른 힘을 가지고 살아간다 힘은 쓸수록 거대해지고 그 힘으로 일을 시킨다 시킬수록 편해지는 맛에 어느덧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자기합리화를 들어 아랫사람에게 시킨다 하청의 하청 내려가고 내려간 일의 무게에 아랫사람은 쉴 틈이 없다 * 회사에서 일하면서 누군가는 일하고 누군가는 덜 일하는 구조를 보면서 구조적 모순을 느낀다 ​

사공 많은 배 -2017.04.03.월

사공 많은 배 -박원주- 왜 이리 사공이 많은지 다들 이 작은 배에 선장이 하고픈건지 조용히 배를 저어야 하는데 바람에 돛을 올려야 하는데 키를 잡고 운전해야 가는데 명령이 하고 싶은 걸까 누굴 시키고 싶은 걸까 광을 팔고 싶은 걸까 여기 저기 질러대는 소리에 수평선 노을을 볼 시선도 파도 소리에 흥얼거릴 흥도 갈매기에게 먹거리 하나 던져줄 관용도 없다 수많은 선장들의 바다 속에서 우리 배는 아직도 표류중이다 * 업무 처리 하나 하는대도 여기 저기 이사람 저사람 말이 많고 감나라 배나라 참견을 하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서로를 못믿고 이해하지 않으면서 한배를 탄다는 게 얼마나 소모전인지 체감을 한다 ​

성취의 근원 -2017.04.01.일

성취의 근원 -박원주- 무에서 유가 창조될 수 있을까? 아무튼 지금 나는 있다 나의 몸은 부모님이 주셨고 내 성격은 사랑한 분들이 주셨고 내 지혜는 선생님들이 주셨고 내 돈은 사장님들이 주셨고 내 먹거리, 내 차, 내 집도 내가 창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가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는데 이 모든 걸 누리고 있다면 감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소유물도 음식도 자연도 내가 창조한게 없이 공유하니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갈 뿐이다 소풍 나온 강아지마냥 바람을 맞고 흘려보내며 마냥 뛰어 놀 뿐이다 * 직장도 몸도 와이프도 건강도 모든 걸 가진 남자후배가 작은 기부를 아까워하는 걸 보면서 내 소유가 내 것이라고 움켜쥐는 건 별로 아름답지 않다고 느낀다 ​

이탈의 발아 -2017.04.01.토

이탈의 발아 -박원주- 짜여진 틀에 대한 반역 해서는 안되는 내면의 규율은 해야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을 쉴새없이 필터링하다 순간 멈춘다 농담 - 웃고 넘길 수 있지만 기분 나쁠까 건네지도 못했구나 거짓말 - 좋게 쓸 수도 될 수 있는데 거짓이라는 이유로 정죄부터 했구나 금기 - 나이, 종교, 성별이란 이유로 입술하나 뻥긋 하지 못했구나 일상속에 우리는 숟한 농담과 거짓말을 하고 수많은 일탈을 저지르면서도 나는 그렇지 않은 듯 포장하며 지낸다 모두가 공유하는 공식적인 일상을 개인의 사적 일상속으로 꾸며가는 것 시스템으로 규격화되는 현실에서 일탈의 씨를 뿌려야 하는 이유 * 2017년 만우절을 보내며 사람들의 일탈에 웃음짓는 나를 보면서 이탈이 나쁜 건 아닌데 시스템화되는 인격체들의 안타까운 미래를 바라..

큰아버지의 노크 -2017.03.30.금

큰아버지의 노크 -박원주- 어릴적 바람부는 밀밭에서 아득했던 부모님의 사랑마저 잃어 버렸다 외로운 타지에서 어린 생을 연명해 나갔다 그의 고단함을 신은 알았을까 새롭게 내디뎠던 하루하루는 그에게 또 다른 이름을 선사해주었다 쌓여가는 만남과 작은 성공들이 고단했던 삶을 위로하며 짧은 아픔은 긴 기쁨으로 덮어갔다 이제는 흰머리를 흩날리는 황혼의 시절 그는 다시 그 바람부는 밀밭으로 뛰어들었다 어릴적 상처와 고단함을 대면하는 시간 무엇이 다시 그의 심장을 뛰게할지 아직도 남겨진 새로운 긴 생을 두드리고 있다 그리고 문득 그는 나에게 노크를 했다 나도 그의 심장을 두드리고 싶다 * 큰아버지께 간만에 안부전화를 드렸는데 인생사 이야기를 많이 건네며 나를 자랑스러워하시는데 사실 저도 큰아버지의 긴 인생사가 자랑스럽..

새삼스런 길 -2017.03.30.목

새삼스런 길 -박원주- 푸른 초원을 바라며 걸었는데 앞엔 높다란 산이 가로막았다 평탄한 등산길을 원했는데 음침한 골짜기가 깊게 패여있다 새소리 지저귀는 산길을 바랬는데 내 목숨을 노리는 산적들이 나타난다 내 뜻대로 되지 않고 내 맘같지 않는 인생길 한발짝 한발짝 발자국을 돌아보면 언제나 가파른 음영과 굴곡은 인생길을 역동적으로 그려놓는다​ 오늘도 걷는 이 음침한 골짜기 어제보다 오늘이 새삼스럽지만 그래도 이젠 두렵지 않다 * 동료분들과 나눔을 하면서 느끼는 건 저마다 어려움과 아픔이 있다는 것이고 그 아픔은 삶을 더 연단한다는 것이다 ​ ​

불법의 탄생 -2017.03.29.수

불법의 탄생 -박원주- 살인하지 말라! 는 법이 있는데도 '죽지 않을 정도로 패면 되지' 하는 사람이 있어서 폭행하지 말라! 는 법을 만들었는데 '쌍욕을 하면 되지' 하는 사람이 있어서 모욕을 하지 말라! 는 법을 만들었는데 '다른 사람 시켜서 하면 되지' 하는 사람이 있어서 딴 사람 시켜서 죄짓지마! 하는 법을 만들었는데 '시키고 시키고 계속 시키면 되지' 하는 사람이 있더라 쌓여가는 법에도 누가 어디까지가 불법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려운 각박함을 우리는 만들어가고 있다 인간은 죄를 낳고 죄는 법을 낳고 법은 불법을 낳고 불법은 인간을 죽였다 * 압수집행을 지원하면서 어디까지가 불법인지 고민을 하게된다 ​

폭탄돌리기 -2017.03.28.화

폭탄돌리기 -박원주- 세상에 도사린 수많은 폭탄들 곁에서 터지려는 폭탄을 발견하면 빨리 딴곳으로 치우는게 상책이다 오늘도 저멀리서 터지는 폭탄소리 안도하기도 잠시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린다 피해를 입은 선량한 시민에 대한 일동묵념 죄악과 이기심이 관영한 세상은 오늘도 경쟁과 욕심의 폭탄을 돌린다 나는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여기저기 터지는 폭탄의 잔해에 내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만 간다 다함께 터지지 않은 폭탄에 그저 감사하며 오늘도 선량한 폭탄의 희생양에 대해 일동 묵념 * 우리팀을 다른팀과 통합하려하는거 같은데 그게 무슨 폭탄돌리기 마냥 서로 안받을려고 하니 그 모습도 딱하고 우리팀 처지도 참 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