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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강론 -2017.03.27.월

잔소리 강론 -박원주- 항상 옳은 말이다 항상 사랑하는 사이에 건내는 말이다 항상 현재 중요한 문제를 언급해준다 항상 인생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정립해 준다 항상 성공과 노력의 메세지로 요약된다 항상 화자도 청자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항상 강의나 노래보다 아주 짧게 끝난다 항상 듣기가 싫다​​ * 순장님과 이야기하다가 원리원칙과 사랑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해야할지는 고민과 기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사랑이 없는 뻔한 소리는 그냥 잔소리일 뿐이기에 ​

고갈의 법칙 -2017.03.26.일

고갈의 법칙 -박원주- 사소한 일정에도 체력이 방전되고 기분은 좋았다 나빴다 널을 뛰고 이게 늙어가는건가? 고민하고 있는데 옆에 더 끙끙대는 친구를 바라보니 이게 같이 늙어가는건가 씁쓸해진다 에너지보존의 법칙은 절대적이라니까 내 에너지는 어디서 누군가에게 좋은 영양분이 되었길 바래어본다 * 엠티때 막놀다가 일요일 또 운전하고 교회가고 늦게까지 하니 체력이 바닥을 친다 ​

엠티 QT의 시간 -2017.03.25.토

엠티 QT의 시간 -박원주- 우르르 친구들과 번화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팬션에서 날밤을 까는 엠티 젊은 한때 허락된 큐티의 시간 그릴에 삼겹살을 굽고 뒤집으며 한점, 우리의 우정도 익어가고, 밤새 게임도 하고 웃고 떠들면서 두점, 거창한 인생사도 훅하고 흘러가고, 오늘을 불사를 용기로 젊음을 불태우며 세점,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을 또 흘려보낸다 추운 황혼이 내 몸을 노크하기 전 후련히 젊음을 다 태우고 떠나가야지 * 엠티를 와서 그릴에 간식에 게임에 간만에 신나게 놀았다. ​​

이별의 수습기간 -2017.03.24.금

이별의 수습기간 -박원주- 예고도 없이 이어진 인연은 예고도 없이 이별을 맞는다 떠나겠다는 의지도 없이 버리겠다는 지겨움도 없이 우리는 갑작스레 다가온 이별을 사약처럼 겸허히 들이킬 뿐이다 무성한 소문에도 무성한 궁금증에도 이별의 모든 이유를 말해줄 순 없다 ​​다만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을 침묵으로 묻고 묻고 또 묻을 뿐이다 갑작스런 이별이란 사고에 찢기고 부러지고 병신이 되어도 묵묵히 받아들이고 통곡하는 건 나에게 주어진 이별의 수습기간 * 그분이 인사위원회에서 직위해제 됐다. 이렇게 우리는 갑작스럽게 마지막 이별을 맞이해 버렸다 ​ ㄷ ​

회의는 전투다 -2017.03.23.목

회의는 전투다 -박원주- 대빵이란 스위치가 켜지면 준비된 스피커들이 차례로 울린다 "직원들과 단합시간이 필요합니다" "점심때 도시락을 싸서 공원으로 나갈까요?" "젊은 직원들은 그런거 싫어합니다" 질문과 응답속에 보이지 않는 사투 젊잖은 말에도 도사린 비수 공격과 방어는 정확한 수를 두어야한다 보이는 말보다 내면의 의도를 읽고서 보이지 않는 수로 상대를 제압해야한다 사회에 난무하던 소유와 기득권은 직장에서 지급과 직위로 다시 태어난다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회의 테이블에선 공격을 할지 방어를 할지 저마다 눈빛이 분주하다 짧은 각개전투가 끝나고나면 힘의 균형추가 잠시 맞추어진진다 상처투성이의 패잔병이 조용히 책상에 앉고나면 시끄럽던 중원은 다시 평정을 되찾는다 우리는 잠시 휴전을 즐긴다 * 팀장님 부..

진실의 첫마디 -2017.03.22.수

진실의 첫마디 -박원주- 바다에 잠긴 요나 왜 나는 침전해야 하는가 왜 나는 침전해 있어야 하는가 깊고 까마득한 굴곡의 해수면속 어둡고 축축한 침노의 세월 꺼지지 못한 여린 의식들은 길고 무거운 진실의 수압을 견뎌야했다 왜 이제사 떠오르는가 왜 이제사 눈을 뜨는가 음소거된 비명속에 하얗게 녹이 쓸어버린 백골은 하얀 음성으로 멀쩡히 걸어나와 가장 먼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너지? * 세월호가 인양된다고 한다. 3년 가까이 원인도 모른채 잠겨 있던 그 세월호가.. ​

선빵 후빵 -2017.03.21.화

선빵 후빵 -박원주- 열심히 일해야 돈을 많이 주지 돈을 많이 주세요 열심히 일할게요 절 뽑아주신다면 공략을 실천하겠습니다 공략을 실천하시면 뽑아드리죠 날 사랑한다면 나와 결혼해주세요 나와 결혼해준다면 영원히 당신을 사랑할게요 건강하면 열심히 운동할텐데 열심히 운동하면 건강할텐데 살아야 먹지 먹어야 살지 먼 개소리야 미쳤어? 미쳤어? 먼 개소리야 * 간담회때 나온 질문인 계약직이 퇴사하는 게 누구의 문제인가? 일을 열심히 안하는 계약직의 문제인가? 계약직을 그대로 둔 사장의 문제인가? ​

절두삶 -2017.03.19.일

절두삶 -박원주- 하나뿐인 인생 연습이 없다기에 조심조심 모가지를 붙들고 살았다 굶으면 떨어질까 잠못자면 떨어질까 야근에 결혼에 혹시 떨어질까 목을 붙들고 노심초사 살았다 이제사 내려놓는 하나뿐인 내 모가지 목으로 끝나는 삶이 아니라 목으로 시작되는 삶을 살자 혹시 나의 목이 떨어지더라도 내 목은 내 꿈을 안고 씨앗으로 심기리라 죽음으로 잊혀질 삶 대신 죽음으로 기억되는 삶을 살자 간당간당히 붙은 모가지를 내놓으며 삶이란 무의미한 가치에 묘비를 세운다 * 양화진선교사님들의 치열한 삶을 보고 절두산에 올라 봄을 맞으며 삶을 다시 시작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