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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감별법 -2017.06.21.수

짝퉁 감별법 -박원주- 짝퉁을 구분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상당히 달라보일 줄 알았는데 겉으로 보아선 알 수가 없다 모양도 느낌도 비슷해서 짝퉁을 판가름하긴 더욱 어렵다 진짜인줄 알았던 짝퉁들의 침노 내 모습이라 자부하던 내 모습은 어디까지가 내 모습이고 어디까지가 복제일까? 나도 짝퉁인 것은 아닐까? 섬짓한 진실을 발견하고는 소크라(테스)치게 놀란다 * 케릭터 뽑기방을 다녀오면서 어디까지가 정품인지 확인하기가 어려운 것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

힘든 이유 -2017.06.19.화

힘든 이유 -박원주- 네가 힘든 이유는 네가 힘을 들었기 때문이래 신도 아닌데 신이 되어 모든 것을 통제하려 하니까 힘에 딸리고 힘에 부치는 거래 내가 가장 큰 일같고 내가 가장 중요한 일 같은 전지전능 작가시점 사실 힘을 내려놓는 건 참 어렵지 뭐라도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힘을 잃으면 모든 걸 잃을 것 같아서 잃지도 않은 두려움이 엄습해 오지 모든 걸 잃어도 상관은 없는데 말야 내 생명도 존재하면 좀더 낫겠지만 그게 없다고 한들 큰 일이 생기진 않아 나를 내려놓으면 맘 편히 살다가 맘 편히 갈수 있어 힘 좀 그만 들고 힘 좀 빼고 다녀 *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사실 힘든 원인은 변하지 않는 내가 가장 힘들다 ​

취소의 여유 -2017.06.19.월

취소의 여유 -박원주- 약속이 가차없이 깨어진다 너무 유리같았던 우리들의 약속 투명한 유리에 담아두기엔 약하기 그지없는 우리들의 사랑 깨어진 약속을 밟지 않으리 나와 약속을 새로 맺으며 발걸음을 비운다 둘도 좋지만 혼자도 좋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나에게 돌리는 시간 난 나를 즐기도 너를 지웠다 * 우리집에서 삼겹살 먹기로 했다가 약속이 취소되자 시간이 남아서 홍대쇼핑도 하고 놀았다. ​

조립의 맛 -2017.06.18.일

조립의 맛 -박원주- 아무 것도 없는 시간속에서 오늘 하루를 조립해 나간다 주어진 사람들과 시간을 맞추고 너와 나의 빈 공간을 메우며 하루를 채운다 널부러진 하루가 곧게 설 뿐인데 첫 걸음마를 땐 아기마냥 뿌듯하다 공허하게만 보였던 하루가 꽉 차서 둔탁한 소리가 난다 하루가 조립되고 인생이 되고 와르르 무너질 도미노처럼 조심스레 인생이 쌓여가고 있다 * 탄자니아 가서 어떻게 하지 고민했는데 결국 하나씩 하나씩 사람도 일정도 준비가 되어간다 ​

사람 뽑기 -2017.06.17.토

사람 뽑기 -박원주- 내가 원하는 인형이 가까이 있어도 뽑으려는 인형은 내 손길을 멀리한다 잡힐 듯 잡힐 듯이 빠져나가는 무수한 시도의 낙하 운이 좋게 걸린 인형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성에 차지않아 버리고 만다 내가 원하는 인형을 뽑을 것인가 하나의 인형이라고 뽑아 갈 것인가 효율과 신뢰 사이에 한때의 시간이 흐른다 나는 오늘도 그렇게 늙어갔다 * 창녕 아웃리치팀안에서 리더쉽을 꾸리는 게 생각보단 지체된다. 팀장의 고민이 깊은거 같다. ​

들어주는 쓰레기통 -2017.06.16.금

들어주는 쓰레기통 -박원주- 마음속에 담긴 쓰레기는 말끔히 쏟아버려야 한다 폭우가 마른 땅을 후벼파듯이 힘차게 모든 걸 쓸어버려야한다 실수 안한 사람은 없단다 상처 없는 사람도 없단다 상처와 과거는 깔끔이 쏟아버리자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한 쓰레기통이 되어야 한다 그 사람의 과거를 담아두지 마라 그 사건의 전말을 담아두지 마라 흘러가는 상처를 잡아두지 마라 붙들어 두고 싶어도 알고 싶어도 그 사람도 그 아픔도 이제는 놓아주어야 한다 너도 나도 인생도 흘러가는 강물인 것이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인 것이다 지나간 것은 쏟아내야 넘치지 않는 버거운 강물인 것이다 * 실수와 아픔을 이야기하다보면 누군지 무슨 일인지 알고싶어지는데 내가 침묵해야하는지 캐야하는지 나는 안다​

소통의 법칙 -2017.06.17.목

소통의 법칙 -박원주- 들어주고 통채로 외워주세요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여주세요 말한 것을 요약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이렇게 하면 소통이 됩니다 이론은 바싹 한데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 너의 말은 들어주지 않고 내가 말하려는 타이밍을 찾으려 들어주는 척 하고 있다 너의 말은 들어주지 않고 너의 문제를 해결하는 멋진 정의의 사도가 되고 싶다 너와 나 화자와 청자사이 너의 자리보다 항상 여유로운 내 자리 너외에 다른 누군가가 앉기를 항상 대기하는 사랑의 연습장 * 소통 강사님이 오셔서 강의를 해주시는데 생각은 잘되는데 나중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

일 보존의 법칙 -2017.06.15.수

일 보존의 법칙 -박원주- 일하기 싫구나 날 내버려두거라 무심한 척 가시돋힌 너를 어찌 해야하느냐 누군가 하지 않은 일은 내일 누군가 다급히 처리해야하는 일 쌓여만 가는 일들속에서 나와 너의 경계는 더욱 견고히 높아만 간다 진정한 안식은 하늘을 아무렇지 않게 날아가는 새들에게 주어진 신의 사소한 선물 인간은 날기를 포기하고 무거운 소유를 경작하며 땀흘린 결실을 기다린다 언젠가 거둬들이길 꿈꿨지만 한순간 부는 바람에 사라져버린 피었다 희어져버린 민들레 씨앗들 * 자신의 단순반복 작업을 누군가에게 떠넘기면 그는 멋하겠다고 하는게 옳은가? 묵묵히 해주는 것이 옳은가? ​

구천을 살다 -2017.06.13.화

구천을 살다 -박원주- 허기가 져도 구걸을 해선 아니되오 사랑이 고파도 아무나 만나선 아니되오 죽음이 다가와도 살려달라 소리쳐선 아니되오 구차하게 살지말자 다짐을 하며 오늘 나에게 주어진 율법서를 낭독한다 오늘도 생을 잘 연명하였구나 다행히도 안전히 운행 하였구나 구천을 자유롭게 떠돌아 다녔구나 멋지게 곡하며 잘 울부짖었구나 살려달라 간절히애타게 기도했구나 * 십자가형을 받은 사람이 발버둥치는 것 만큼 구차한 게 있을까? 자기 죄에 대한 반성도 자아에 대한 존엄도 없다 ​

날로 먹는 생 -2017.06.12.월

날로 먹는 생 -박원주- 날로 감쪽같이 태어났다 내 능력과 의지도 없이 회쳐진 나의 생명은 무슨 권리로 분주히 뛰고 있는가 무언가를 노력한다는 건 얼마나 무모한 도박인가 수많이 흘린 땀방울도 한순간 부는 바람에 메말라 가물어 버린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공로요 피흘린 아픔이여 내가 왔다가 삐댄 자리엔 무엇이 남아 꽃이 피겠는가 쉬이 곤한 세상에 날로 먹기를 바라며 입을 쩌억 버려도 시원한 바람만 내 살결만 채울 뿐 행구어진 빈 속 빈 마음은 공허하다 끝내자 날로 먹는 순간 날로 먹히는 인생이여 날로 회쳐진 생명이 끝나는 날 나도 누군가 모르게 내 모든 걸 드리고 날로 생을 끝내야한다 * 팀간 업무를 조정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다들 공로는 차지하고 싶지만 수고는 기피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