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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덮고 -2017.07.01.토

이불을 덮고 -박원주- 창가에 내리던 설원을 덮듯 이불장 흰 이불을 꺼내덮고 널 향해 여린 속살을 꺼내편다 꺼내진 속살들은 조잘조잘 우리사이 어색한 공백을 타고오른다 한가닥 한가닥 거미줄을 뽑으며 너와 나의 추억들을 낚아대는 줄거리 다들을 필요도 없고 꼭 들을 필요도 없는 너처럼 그냥 덮고 자는 우여곡절이 많은 우리의 이야기 내일이면 다시 부시시 일어날 잊혀질 어느 이야기 말쑥함이 사라진 우리의 조각들은 널부러졌다 삐걱삐걱 어색한 모퉁이와 상처난 모퉁이와 깨어진 모퉁이들이 부딪히고 다져지고 스며든다 우리란 한 공간은 서로의 이불을 덮은 채 여기저기 추억을 끼워맞췄다 * 창녕팀 엠티를 가서 고기굽고 먹고 이불 뒤집어 쓰고 이야기하다 자는 줄도 모르고 잠들었다 ​

옛날 성운 이야기 -2017.06.30.금

옛날 성운 이야기 -박원주- 오래전도 아닌데 멀어져가버렸다 한다 그땐 울면서 막막했던 일들이 이젠 웃으면서 떠들수 있다 한다 옛날 이야기구나 이젠 그때도 그사람도 그곳도 만질 수 없는 저편에서 손짓하는 아 그 추억이 그립구나 저 멀지감치서 빛나는 성운처럼 흩어져 다시는 뭉칠 수 없는 더 아쉽고 정겨운 저 들밖의 이야기 우리가 공유한 공간들 사이 메아리치는 시간의 단편들 그 뭐냐 옛날 옛날 이야기 * 워크숍 식사시간에 꺼낸 옛날 진주 이야기에 다들 배를 째고 웃었다. 그렇게 오래전 일도 아닌데 참 오래전 일같다 ​

사람을 계산하다 -2017.06.29.목

사람을 계산하다 -박원주- 사람사이에 계산은 많이 풀어볼수록 정답에 가까워질 뿐 공식도 답도 없다 간절한 눈빛을 바라보며 서로의 욕구를 저울에 달아 감춰진 무게를 맞춰나간다 너가 무너져서도 내가 무너져서도 안되는 아슬아슬한 인ㅅ간ㅅ의 균형 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벗은 내 마음을 꺼내어 너의 눈빛속에 조용히 담가본다 만난 우리의 껍질이 조금씩 우러나길 기대하며 * 워크숍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누면서 관계의 기술과 업무의 기술 둘다 챙겨야하는 위치에 이르렀다 ​

느낌 지우개 -2017.06.27.수

느낌 지우개 -박원주- 아침 출근길 오늘도 허겁지겁 정신없이 달렸네 10분만 일찍 일어났다면 뛰지 않았을텐데 10분만 일찍 나섰다면 여유로웠을텐데 간절히 바라던 내일이란 아침이 다시 나에게 허락되었을 때 간절한 그 느낌을 유지한다면 다시 이 회개가 반복되는 일은 없을텐데 신은 항상 우리에게 새로운 날과 함께 새로운 기억을 허락하고 말았다 그 느낌을 다시 생생히 느끼도록 다시 회개의 시간을 가지도록 * 아침에 또 지각하며 인간이 동일한 실수를 하는 원인을 되짚어본다 ​

착한 사람 지키기 -2017.06.27.화

착한 사람 지키기 -박원주- 태초엔 착한 사람이 많았다 한다 귀여운 아기를 사랑하고 어여쁜 아내를 늘 생각하며 미소를 잃지않고 정이 많았다 한다 태초엔 나쁜 사람이 적었다 한다 아마 몇 사람 안되었을 것이다 그들이 배고픈 이리처럼 어슬렁 거려도 피하기도 아주 쉬웠다 한다 어느순간 세상에 착한 사람이 사라졌다 피뭍은 흔적을 바라보고도 그저 안타까워만 할뿐 착한 사람은 착하게만 살아가고 있었다 착한 사람이 위험하다 순진해서 멋모르고 웃고 있는 어린 그가 위험하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멸종되는 착한 사람을 지켜야한다 울타리를 치고 담장을 높여도 착한 사람을 지켜낼 수 없었다 무엇으로 그들을 지킬 수 있을까? 어떻게 그들을 착하게 살도록 내버려 둘 수 있을까? 무수한 방책과 고민이 흘러도 착한 사람은 아무것도 모..

다시 태어나다 -2017.06.25.일

다시 태어나다 -박원주- 정처없이 떠돌던 시간이 다시 초점을 잡아간다면 의미없던 존재들이 다시 나에게 느낌을 던져준다면 끝을 향해 죽어가던 생명이 다시 태어나게 된다면 나는 나에게 무엇을 위해 살라 하겠는가 나는 나에게 무엇이 되라 하겠는가 나는 나에게 무엇이라 외치겠는가 나는 내 심장에게 왜 다시 뛰라 명령하겠는가 * 일대일 동반자의 세례를 보면서 흐뭇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건 감사한 일 ​

나를 춤추게 하라 -2017.06.24.토

나를 춤추게 하라 -박원주- 즐거우면 맘껏 춤춰라 맘껏 춤추며 맘껏 즐거워하라 즐거움에 서투른 나를 위해 맘껏 굳은 근육을 흔들어라 일상에 고정된 의식을 진동하며 풀어 헤쳐라 땀방울이 깊숙히 나에게 스미게 하라 어릴 적 엄마 앞에 추던 막춤처럼 춤춰라 나의 기쁨이 누군가에게 전이되는 순간 그도 나도 하나되어 기뻐하던 찰나를 춤춰라 나는 왜 춤을 멈추었던가 나는 왜 즐거움을 타인의 시선과 바꾸었던가 나의 미소는 나에게 돌리라 나의 기쁨은 나에게 돌리라 온전히 즐거움을 표현하며 내게 떳떳한 춤을 춰 보이리라 오늘도 나를 춤추게 하리라 * 아웃리치 어린이 댄스 연습을 하는데 그렇게 신나고 재밌을 수가 없다. 역시 춤은 나를 춤추게 한다 ​

한고개만 넘어라 -2017.06.23.금

한고개만 넘어라 -박원주- 한고개만 넘어라 들끊는 육체의 심장을 냉수에 담가라 하나 둘 셋 숨을 세어라 이 정욕이 지나도록 깊은 숨을 내쉬어라 한고개만 넘어라 두고개까지 넘을 필요는 없다 더러워진 옷가지일랑 벗어던지고 맨몸뚱 경건스럽게 소금물에 담가라 한고개만 넘어라 뒤돌아보지 마라 두눈에 단 물을 들이붙지마라 애무의 혓바닥에 젖꼭지를 내주지마라 자극의 칼날은 내 심장을 도려낼 것이다 한고개만 넘어라 금방 지나간다 두눈을 꼭감고 절정이 지나길 빌어라 지나간다 지나간다 지나갔다 지나갔다 한고개를 다 넘었다 풍랑치던 한 격정이 한시름 낮아졌다 그토록 높았던 스나미가 지나고 잠잠해졌다 격정의 바다가 다시 수평선을 그었다. * 세상의 유혹이 나를 흔들 때 잠시만 참고 기다리면 지나간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

촬영에 임하다 -2017.06.22.목

촬영에 임하다 -박원주- 한번뿐인 인생이 억울하여 두번의 인생을 누려보았다 완벽한 시나리오를 짜고 대사의 흐름을 외우고 새로운 삶은 흠없이 살겠노라 다짐을 했다 많은 시선도 필요없다 나의 시선만 가지면 된다 타임라인의 모든 준비를 마친다 긴장할 필요가 없는데 누가 나를 긴장시키는 것인가 막상 닥쳐서 새 인생을 대하면 맘같이 말도 행동도 따라오지않는다 이것이 인생의 묘미인가? 내 맘같지 않네 * 아웃리치 촬영을 하는데 대사를 준비해 가도 말이 꼬이는 건 어쩔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