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수박들
-신성-
여름밤이였구나
더위에 잠못드는 소쩍새가 울면은
청마루에 모여앉은 우리네 하루도 구슬펐지
흐르는 눈물 흐르는 땀을
무엇으로 닦으며 위로해 주었던가
고단했던 생 우리네 하루를 담은 수박이여
고단했던 길 우리네 지구를 닮은 수박이여
한 여름밤 우리는
흥에 겨워 박 타던 흥부가 되었어라
거대한 물을 안고 우리품으로 굴러온 수박
그는 알더라
줄기에서 떨어져 태어나는 순간
우물 냉수에서 건져내 지는 순간
어찌 생을 살고 끝낼지 이미 다 알고 있더라
십자가에 흘리던 피와 살처럼
신나게 자신의 육즙을 파먹고 살으라 하네
물로된 인간에게 물을 뺏은 노동을 꾸짓으며
다시 주어질 내일을 파먹고 꿈꾸라 하네
숟가락으로 파먹고 설탕을 뿌리며 파먹고
애착과 집착과 즙착을 다해
주어진 수박 그 육즙을 먹고 마시라 하네
첫번째 여름의 수박
두번째 여름의 수박
세번째 여름의 수박
젖을 때고 첫 끼니를 먹던 순간부터
아빠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태초의 세째날부터
매 여름 우리와 추억했던 초록빛 수박이여
올해도 그때처럼 꽃피워 오거라
다시 여름밤 깊은 추억속으로
영글어 오거라
*매제가 고령에서 참외를 한박스 보내왔다 슬슬 여름이 다가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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