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45

바람소리 담다 -19.5.5.일

바람소리 담다 -신성- 바람이 부는구려 초록색 녹음을 흔들며 사 르르 하늘이 내려와 나에게 말을 거는구려 바람소리를 담아두어라 촉촉히 드넓은 들판을 두고 내 마음까지 불어닥친 여명을 주워담아 또 다른 이에게 불어주어라 하늘 가득한 공기의 바다 헤엄치는 바람을 따라 일렁이는 마음의 파도 한마리 물고기처럼 부푼 부레를 터트리고 대지 위 말간 배를 대고 드러누워 보게나 숨은 아가미를 꺼내 숨을 쉬고 또 쉬고 쉬며 계속 쉬게나 바람이 부는구려 초록색 녹음을 흔들며 사 르르르 하늘에서 내려와 내 맘을 녹이는구려 *이팝나무 피는 들녁을 지나 들판 숲속을 거닐다​

잊어서 살았네 -19.5.4.토

잊어서 살았네 -신성- 고통스런 과거는 어디로 가버렸는가 잊으며 살았네 잊어서 견뎠네 망각으로 쇠던 세월 쓰라리고 아파도 토닥여주었네 뭇 고통을 잊으려다 추억까지 날려 버려도 아쉬워 말아라 그리워 말아라 잊으며 살아낸 인생 잊어서 견뎌낸 삶 망각으로 지켜낸 나의 현현(顯現) 어제가 있었음에 감사하여라 오늘이 스쳤음에 기뻐하여라 내일이 동터옴을 기대하여라 *가족들하고 옛날 아버지 추억 이야기를 하면 잊으면서 견딘 세월이 대견하다 ​

계산적인 하루 -19.5.3.금

계산적인 하루 -신성- 서울에서 창녕까지 꼬박 다섯시간 거리라지요 기름값에 힘든 체력에 뭐하러 내려가나 싶었다지요 철두철미한 계산에도 영 남는 장사는 아니였다지요 그래도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어여쁜 내 어머니 웃는 얼굴 보는 순간 곱하기 영 결과는 영 엉켰던 계산들이 사라 졌다지요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어여쁜 내 어머니 얼굴만 돌아오던 길에도 다시 돌아와서도 다소곳이 남아 방긋 웃어 댓다지요 *어머니 보러 고향가는 길은 피곤해도 기뿐 일이다 ​

일상 나기 -19.5.2.목

일상 나기 -신성- 오늘도 똑같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하루 같은 대지 같은 공기 같은 사람 같은 관계 같은 업무 같은 성과 같은 얼굴 같은 마음 똑같은 나와 나 외 것 똑같은 선물을 받아씁니다 새 사람이 기상하네요 세 사람이 일어나네요 감사하는 한 사람, 불평하는 한 사람, 어중간한 한 사람, 누구랑 걸어갈까? 눈뜨자마자 몰려오는 오늘 아침의 선택지 똑같은 것들로부터 다른 나를 만들어라는 천명에 기상부터 빽빽히 많아진 나는 똑같은 일상을 토해버렸다 *무료한 일상이 곰곰히 생각해보면 기적적인 축복인 것을 깨닫기가 힘들구나​

어디로 떠나는가 -19.5.1.수

어디로 떠나는가 -신성- 지루한 일상의 끝 부리나케 가방을 들쳐메고 끊어버린 오송행 기차표는 어디로 떠나는가 커피 마시며 밤새 따른 이야기 기타 옛 추억을 노래한 곡조는 어디로 떠나는가 버들가지 흔들거리는 호수를 건너 일상에 곤한 발로 찼던 물결은 어디로 떠나는가 다시 가야하는구나 첫 울음과 마지막 울음 사이 긴 추억을 뒤로한 채 다시 떠나야하는구나 기차 타고 손 흔들며 창밖으로 떠나보낸 미소는 이제 어디로 떠나는가 *친구랑 간만에 즐겁게 쉬다 서울로 복귀했다​

우린 어떻게 살았을까 -19.4.30.일

우린 어떻게 살았을까 -신성- 우린 어떻게 살았을까 벗이여 이야기 해 다오 세상으로 떠난 여정 이제 말할 수 있는 비밀을 지친 마음에 뿌려다오 별처럼 기타를 치며 흥얼대던 노래가 이 얼마만이냐 밤새 나누던 깊은 대화가 이 얼마만이냐 방황과 방향이 뒤섞인 광야길 나를 찾아 지도속을 헤메이다 문득 여기 우리 다시 만났어도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었구나 옛 열정을 그대로 붙들고 있었구나 꺼질듯한 순수함 간절히 붙들며 살아내고 있었구나 우린 어떻게 살아야할까 벗이여 이야기 해 다오 갈 길이 보이지 않아 촛불조차 깜깜해도 함께 한 시간 인생이 될 줄을 그 누가 알았으랴 함께 간 길이 목적이 될 줄을 그 누가 눈치챘으랴 유레카! 솟구친 비밀 갈라진 홍해를 딱딱한 고막이 떨리도록 굳어진 까만 동공속으로 비수처럼 ..

잊혀지는 법 -19.4.29.월

잊혀지는 법 -신성- 차갑게 끊어내야 잊혀진다 생각했네 헤어질 땐 돌아서서 끝이라 말해야지 생각했네 꼭 맺고 끊어야 했을까? 붙드는 사람이 없었는데 붙잡을 필요도 없었는데 성급한 상처보다 조용히 돌아서서 너는 너의 길로 나는 나의 길로 각자 떠나면 됐는데 헤어짐을 참는 법 합의된 침묵을 걸으며 시간에게 배움 됐는데 한때는 좋은 만남이였소 지금은 아쉬운 이별이구려 후에는 아름다운 추억이리다 너는 잊혀져 버려도 우린 잊혀지지 않겠지 한때의 기억은 잊고 한때의 추억은 기억하며 잊혀지는 법을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서로는 장고의 시간에게 배워 가는 것이지 * 만남을 옛날 방식처럼 헤어져야지 생각하는 나를 보니 참 틀이란 게 쉽게 바뀌지 않는 거 같아 서글프네​

No라고 말하기 -19.4.28.일

No라고 말하기 -신성- No라고 말하지 못해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낭비돼 버렸다 No라 말하면 끝났을 것을 No라고 말하지 않아 감정이 흘러가 버렸다 버려져 버렸다 No라 말하면 끝났을 일을 일어날 일에다 대고 다가올 운명에 대고 큰소리로 말하지 못한 No 네가 대신 말해도 됐을 No 결국 둘다 꺼내지 못한 No 불평과 분노에 No 아니야 아니라고 소리치지 못한 혓바닥이 침묵에 한방 맞고서 얼떨떨하다 노란 한마디를 못해서 변명을 늘어놓고 가식을 늘어놓고 멀쩡한 척 위선으로 방어를 했었구나 No라 말하면 끝났을 것을 도려내지 못한 현실은 애증과 분노로 자괴와 함께 마음 틈을 비집고 들어와 결국 썩어갔다 우리는 여기까지요 만나서 즐거웠소 잘지내고 좋은 사람 만나시오 그 이상 이하도 아닌 No라 말하면 끝났..

인간 소음 -19.4.27.토

인간 소음 -신성- 나에겐 흥겨운 음악이 내주변 이에겐 한낱 소음이 되더라 내겐 사랑스런 키스가 외로운 이에겐 한낱 불만이 되더라 내겐 다다라야 할 성공이 함께한 친구에겐 한낱 이기심이 되더라 내겐 살아야할 목적이 다른 승선객에겐 한낱 거짓말이 되더라 내가 누비는 소중한 현실이 같이 세상을 누리는 좁은 인간들에겐 걸리적거리고 거추장스런 한낱 방해물이 되더라 *주말 아침 일찍 악기 연주하는 층간 소음에 잠이 깨서 잠시 화가 났다 ​

욕망의 물귀신 -19.4.26.금

욕망의 물귀신 -신성- 창호지 뚫어 보던 욕구가 새어나왔다 인터넷으로 퍼지는 욕망의 파도 검색만으로 상상은 현실을 감염시킨다 못다 이룬 대리 만족의 허상들 구천을 떠도는 이드(id) 욕구의 허상들 현실과 더 벌어진 넘실대는 괴리의 바다 빠져버린 영혼들이 웃으며 표류하지만 물귀신이 두려워 건지는 이가 없다 *인터넷에서 쉽게 다운되고 공유되는 동영상. 내 시선도 거기에서 자유롭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