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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는 법 -19.4.29.월

잊혀지는 법 -신성- 차갑게 끊어내야 잊혀진다 생각했네 헤어질 땐 돌아서서 끝이라 말해야지 생각했네 꼭 맺고 끊어야 했을까? 붙드는 사람이 없었는데 붙잡을 필요도 없었는데 성급한 상처보다 조용히 돌아서서 너는 너의 길로 나는 나의 길로 각자 떠나면 됐는데 헤어짐을 참는 법 합의된 침묵을 걸으며 시간에게 배움 됐는데 한때는 좋은 만남이였소 지금은 아쉬운 이별이구려 후에는 아름다운 추억이리다 너는 잊혀져 버려도 우린 잊혀지지 않겠지 한때의 기억은 잊고 한때의 추억은 기억하며 잊혀지는 법을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서로는 장고의 시간에게 배워 가는 것이지 * 만남을 옛날 방식처럼 헤어져야지 생각하는 나를 보니 참 틀이란 게 쉽게 바뀌지 않는 거 같아 서글프네​

No라고 말하기 -19.4.28.일

No라고 말하기 -신성- No라고 말하지 못해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낭비돼 버렸다 No라 말하면 끝났을 것을 No라고 말하지 않아 감정이 흘러가 버렸다 버려져 버렸다 No라 말하면 끝났을 일을 일어날 일에다 대고 다가올 운명에 대고 큰소리로 말하지 못한 No 네가 대신 말해도 됐을 No 결국 둘다 꺼내지 못한 No 불평과 분노에 No 아니야 아니라고 소리치지 못한 혓바닥이 침묵에 한방 맞고서 얼떨떨하다 노란 한마디를 못해서 변명을 늘어놓고 가식을 늘어놓고 멀쩡한 척 위선으로 방어를 했었구나 No라 말하면 끝났을 것을 도려내지 못한 현실은 애증과 분노로 자괴와 함께 마음 틈을 비집고 들어와 결국 썩어갔다 우리는 여기까지요 만나서 즐거웠소 잘지내고 좋은 사람 만나시오 그 이상 이하도 아닌 No라 말하면 끝났..

인간 소음 -19.4.27.토

인간 소음 -신성- 나에겐 흥겨운 음악이 내주변 이에겐 한낱 소음이 되더라 내겐 사랑스런 키스가 외로운 이에겐 한낱 불만이 되더라 내겐 다다라야 할 성공이 함께한 친구에겐 한낱 이기심이 되더라 내겐 살아야할 목적이 다른 승선객에겐 한낱 거짓말이 되더라 내가 누비는 소중한 현실이 같이 세상을 누리는 좁은 인간들에겐 걸리적거리고 거추장스런 한낱 방해물이 되더라 *주말 아침 일찍 악기 연주하는 층간 소음에 잠이 깨서 잠시 화가 났다 ​

욕망의 물귀신 -19.4.26.금

욕망의 물귀신 -신성- 창호지 뚫어 보던 욕구가 새어나왔다 인터넷으로 퍼지는 욕망의 파도 검색만으로 상상은 현실을 감염시킨다 못다 이룬 대리 만족의 허상들 구천을 떠도는 이드(id) 욕구의 허상들 현실과 더 벌어진 넘실대는 괴리의 바다 빠져버린 영혼들이 웃으며 표류하지만 물귀신이 두려워 건지는 이가 없다 *인터넷에서 쉽게 다운되고 공유되는 동영상. 내 시선도 거기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소나기 맞던 날 -19.4.25.목

소나기 맞던 날 -신성- 익숙한 산책길이라 무심코 걸었네 선선히 부는 바람 고요히 둔탁한 마음을 풀었네 갑자기 소나기 비를 피해 냅다 달린다 하늘을 피해 냅다 달린다 소나기 사람 다룰 줄 아네 땅만보고 걷느라 하늘위로 한번 모가지 꺽을 여유가 없었구나 비 토하는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다 내리는 장대비에 마른손을 내민다 마음이 시선을 벗고 빗속을 거닌다 *산책길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맞고 피해도 맞았다 ​

꿈꾸던 여름날 -19.4.24.수

꿈꾸던 여름날 -신성- 영하의 추위에 꽁꽁 두껀 이불로 두 눈을 덮고서 한 여름밤 꿈을 꾸었다 은하수가 하얗게 펼쳐지면 거추장스런 웃통을 까고 시원스레 등목을 하리라 푸르름이 밀려오는 숲속 투명한 창을 열고 가슴으로 아침을 마음껏 들이키리라 계곡물 아래로 몸뚱이을 냅다 던진 후 젖은 가슴을 바위에 펼치며 눈물을 말리리라 돗자리 옹기종기 수박 가득 썰어놓고 깊은 밤 저끝까지 네 마음속을 달리리라 뜨거운 모래사장 맨 몸을 담가 뭍고서 파도소리 귀기울여 그늘 낮잠을 청하리라 안개낀 해변 따라 흐르는 땀을 닦으며 패인 자국 흥얼 노래 성큼 심어놓으리라 해뜨기전 새벽녘에 성인봉 분지에 올라서 안개 사이 내미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리라 야호! 외친 내 소리에 내 귀가 멀 만큼 못다지른 비명 외치며 자는 세상을 깨우..

의미의 광산 -19.4.23.화

의미의 광산 -신성- 두려움 반 밋밋함 반 하루란 책장을 넘기고 시간마다 성실한 사실은 나란 발자국을 찍어댄다 왜 이리 걸은 게냐 걸음마다 쌓인 무거운 사실 의미란 풍선을 하나씩 달며 하늘위 아득히 날려 버린다 해석되지 않은 사실을 기억속 지고 가는 무게 어느순간 와르르 지게를 쏟아버린다 왜 이리 걸어가는게냐 시간속에 쌓여만 가는 사실 독해되지 않는 영문처럼 영문도 모르는 나는 오늘 하루 책장을 넘기기 버겁다 대충대충 하루를 끄덕이며 이런 의미겠지 이리 가는거겠지 토닥이며 정리하며 밧밧한 책장 모퉁이를 접고서 다 휘갈겨쓴 얇은 하루를 천천히 넘긴다 *인천으로 출장을 준비해서 가도 돌발변수가 생기고 또 대처해 나가고 그럭저럭 하루를 넘긴다​

찝찝한 동거기 -19.4.22.월

찝찝한 동거기 -신성- 왜 그러니? 내 의도가 이해 안가니? 앞을 좀 내다봐주면 안될까? 너와 얽히고 설킨 시점과 초점의 찝찝함 끝내려 해도 끊을 수 없는 곡해와 아집의 찝찝함 네 일도 내 일도 아닌 이미 벌어진 일이야 빠듯하고 버겁워도 함께 넘어갈 일이야 인생이 고단해도 호흡이 헐떡대도 관계가 꼬여가도 주어진 질량은 끊을 수가 없어라 거기까지라 묶어두려해도 변수는 그새 튀어나와 나 여깄지 나 좀봐줘 내 주변을 촐랑거린다 가야지 걸어가야지 다가가 안아줘야지 같이 울어줘야지 너나 나나 피장파장 고달픈 인생이겠거니 서로의 삶에 충실한 이기적인 너와 나의 끝내려 해도 끝나지 않는 찝찝한 동거기 *작고 신생기관에서 일을 한다는 건 업무 롤의 조정이 많고 서로 의견충돌도 많고 중재자는 적다​

일관된 우리 -19.4.21.일

일관된 우리 -신성- 나에게 넌 사랑했다 시작했다 사랑했다 약속했다 사랑했다 태어났다 사랑했다 죽었다 사랑했다 살아났다 사랑했다 사라졌다 사랑했다 시작했다 너에게 난 사랑했다 배신했다 배신했다 사랑했다 사랑했다 배신했다 배신했다 사랑했다 사랑했다 배신했다 배신했다 사랑했다 사랑했다 배신했다 참으로 변치않는 일관된 우리 사이 *부활절에 신과 인간의 습성을 요약해 본다​

현실 가상 -19.4.20.토

현실 가상 -신성-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군 누가 내 눈을 띄워주고 누가 내 시각을 씌워준건지 흐릿하던 상이 초점을 맺히던 때가 태어나던 순간인지 엄마 뱃속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만져지고 느껴지고 익숙해져 현실을 살고있다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때일까 시각을 잃고 어두움이 보이는 모든 걸 빼앗을 때 기억을 잃고 나란 존재의 기반이 무너져 내릴 때 의식을 잃고 생각이란 단정한 틀이 깨어져 버릴 때 생명을 잃고 죽음뒤 세상이 상상을 벗어나 버릴 때 문득 내가 쓴 안경이 벗겨진다면 순간 난 무얼 바라고 믿으며 나란 존재를 부둥켜 안고 있을까? 그때엔 부디 진리에게 제일 먼저 다가가 참된 나로 묵묵히 고이 남아 있어라 * 홍대 VR스퀘어에서 가상현실 게임을 처음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