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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외할머니 -15.03.11.수

나는 외할머니 -박원주- 정경애. 내 고운 이름 석자 호적도 없이 꼬막 까먹고 게 잡던 고향 순천을 떠나 이리저리 인연 만나 자식들 낳고 자식 고생 내 고생 그렇게 한 평생 살았소. 이제는 인생이 펴질까? 실낮같은 기댈 했건만 여기저기 저질러 버린 허물과 아픔. 그래도 내 자식이다 그래도 내 인생이다 부둥켜안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으며 그렇게 살았소. 먼 길 돌아 돌아 자식들 잘 사나 보고 먼 길 돌아 돌아 자식정 잊으려 애썼소. 이제는 팔십여섯, 멀쩡하던 다리가 어느순간 아프더니 이제는 팔도 허리도 용을 쓰면 쓸수록 더 탈만 나오. 몸저 누워 바깥 세상이 궁금하긴 해도 이 몸은 한평 한끼가 고마운 신세. 죽으려 죽으려 해도 인명은 제천이라 멀쩡한 정신이 병든 몸만큼 원망스럽소. 가눌수 없는 몸 가눌수 ..

곳통이 곧통하니 -15.03.07.토

곳통이 곧통하니 -박원주- 곳통이란? 하기 싫은 업무를 억지로 하는 곳 하기 싫은 관계를 억지로 하는 곳 그런 곳을 일컬어 곳통이라 부른다. 곧통이란? 하기 싫은 일을 매일 하는 때 하기 싫은 일을 반복 하는 때 그걸 일컬어 곧통이라 한다. 곻통이란? 삶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고뇌하며 한폭의 절규를 그려내던 고흐의 그림. 그 고흐의 절규를 곻통이라 한다. (유희는 유희일뿐 진지하지 말자) ​

오늘을 띄우다. -15.03.06.금

오늘을 띄우다 -박원주-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힘차게 솟는 나의 하루를 향해 손짓을 한다. 모든이에게 싱그러움을 선사하는 태양. 세상은 가득찬 싱그러움으로 아침 기지개를 펴고 있다. 눈부신 태양의 눈빛 바라보다가 내 눈이 멀 것같은 그 눈빛 그 이글거리는 눈빛은 제물을 태우는 번제단처럼 시작의 경외감으로 내 마음을 태우고 있다. 찬란한 태초의 아침. 이토록 찬란한 빅뱅을 그냥 흘려보내는 건 자신을 태우는 태양과 나를 태우는 심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 오늘을 띄우자 힘차게 띄우자 언젠가 이 눈부신 찬란함이 그치고 나른한 오후의 땡볕이 내 머리를 쬐어도 캄캄한 마지막이란 캄캄한 어둠이 내리면 나의 하루 하루는 행복했노라 이야기해 주도록. 나는 오늘도 찬란한 새 해를 마주하며 오늘이란 삶의 본능을 힘차..

스트레스 테트리스 -15.03.05.목

스트레스 테트리스 -박원주- 일하다가 욱하다가 참았다. 그럴 사정이 있겠지. 좀 스트레스가 많았나보다. 말하다가 욱하다가 욱하다가 참았다. 내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겠지. 평소 그럴 사람이 아닌데 말 못할 사정이 있겠지. 험담하는 소리에 욱하다가 욱하다가 욱하다가 참았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겠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서로가 이해해주며 살아가는거지 욱하다가 욱하다가 그 사람을 쳐다보고 나를 쳐다본다. 부족한 사람이 부족한 사람에게 부족하게 하는 것이 부족하게 갚을 일인가? 욱하다 나를, 욱하다 너를 욱하다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모ㅅ난 인생들이 모ㅅ난 부분을 모ㅅ나게 맞춰가는 인생이란 스트레스 테트리스. ​​

정월대보름 쥐불놀이

정월대보름엔 매년 쥐불놀이를 했다. 전날에 분유 깡통 구하기가 힘들어서 복숭아캔 깡통도 썼는데 그건 너무 작아서 숯을 모아 던지는 재미가 없다. 그래서 집에서 작년 깡통을 못통으로 두기도 했다. 새 분유통 구해서 못구멍 뚫을 때 그 희열이란.. 쥐불놀이는 강둑에서 대부분하는데 그건 둑이 높고 옆에는 논이라 깡통을 던지기가 좋기 때문이다. 열심히 깡통속에 숯을 모아가다 분수처럼 던질때 창공에 나부끼는 그 붉은 숯가루는 정말 황홀했었다. 물론 강둑에 타작한 짚단더미를 친구들이 태워먹기도 했었다는; 쥐불놀이가 끝나면 장작불 아래서 놀거 같지만 전혀 아니다. 동네 친구들이랑 온동네를 뒤지며 숨바꼭질도 하고 잡기놀이도 하고 계주같은 거도 하고 밤새도록 놀았다. 진짜 달이 밝아서 어둡지가 않으니 마구 마구 놀았다...

수(필수)필 2015.03.06

벗은 옷 입은 몸 - 15.03.04.수

벗은 옷 입은 몸 -박원주- 순수한 살결 순수한 맨몸 르네상스의 아기가 태어났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몸. 그 순수함이 영원하길 간절히 바랬었는데 춥지도 않은 몸에게 누군가가 아름다움이란 장식의 옷을 입혔다 옷이란 포장에 싸인 일상의 진열. 햇살이 그리워도 파도가 그리워도 옷은 일련의 규칙하에서만 벗을 수 있었다. 1.혼자일 때만 벗을 것 2.공개된 장소에서는 벗지 말것 3.동성은 목욕시에서만 벗을 것 4.이성은 사랑하는 사이에서만 벗을 것 위 규칙을 어길시 엄중한 처벌이 따름. 이상. 모든 규칙을 지키며 몸은 자랐다 하지만 아무도 가르쳐 주지않는 마지막 규칙. 규칙과 욕망사이에 서서 자신을 죄어오는 이 옷을 벗어버리고 싶었다. 누가 몸에게 사랑을 줄까? 누가 규칙을 지키며 자유를 선사할까..

별똥별 떨어지던 밤 - 15.03.03.화

별똥별 떨어지던 밤 -박원주- 고요한 초원에 누워 바람소리를 들었지 따사로운 햇살에 살랑대는 나뭇잎 그늘 눈을 감고 누워 있어도 많은 이야기가 들렸어. 저 건너편 연못가 촉촉한 물풀내음 양지바른 언덕너머 꽃피운 제비꽃 눈을 감고 까만 하늘을 띄워도 마음 하늘은 너무나도 맑고도 푸르렀지. 노을 지는 태양이 그리워서 일까? 맑은 하늘 무지개가 그리워서 일까? 떠나는 햇님을 배웅해 주다보면 어느새 서쪽하늘엔 달님이 성큼 떠올랐지 그리고 그 곁 지키는 작은 개밥바라기. 넘 작디 작은데 너무도 영롱한 별빛 거대한 세상 허상이 자취를 감추자 화살처럼 작은 네 빛이 눈동자에 박힌다 거대한 우주속에 넌 거대해지지 않기로 다짐한거니? 검은 하늘줄기에 꽃피운 단아한 다이아몬드 햇살처럼 너의 잔영을 담아둘 수 있을까? 두 ..

빚된 삶 - 15.03.02.월

빚된 삶 -박원주- 빈손으로 이세상 왔으면 누군가겐 빚진 거지 내 잘났다 뻐기기엔 누군가가 눈에 밟히네 빚을 갚아 보려면은 용서를 해보게나 한 빚 두 빚 갚다보면 떠날 땐 홀가분할테니 우리가 우리에게 빚진자를 용서하듯 얽히설킨 이땅의 빚들을 용서하고 뭍어둠세 이자가 이자를 낳듯 빚이 빚을 낳으니 나부터 탕감해주고 다신 기억 말아야지 내맘대로 안되는 일 빚갚는 일 아니겠나 내맘대로 안되는 일 빚지는 일 마찬가지 나도 누군가에게 진 빚이 있거들랑 이 순간 기억하고 회개하게 하소서 내 갚은 빚 외로운 머릿결 스다듬어주길 바라고 내 갚은 빚 누추한 응달에 빛이 되길 바라오 ​

꼬마 자동차 -15.03.01.일

꼬마 자동차 -박원주-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는 항상 이겼다. 왜냐면 꽃향기만 맡으면 힘이 솟기 때문이다. 내 속에도 그런 꼬마 자동차가 달리고 있었다. 방안 가득한 후레지아 꽃향기만으로도 무진장 설레하며 달려나가던 꼬마 자동차. 지구를 누비며 세계 여행을 떠나고 소박한 꿈을 나눠주던 꼬마 자동차. 하지만 어느샌가 꽃향기보다 출세와 돈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아버리는 중견 자동차가 되어 버렸다. 너무나도 희소한 인간의 향기로만 가는 걱정 근심거리 번뇌 가득한 중견 자동차. 이제는 리폼해야지! 지천에 핀 꽃향기로 가던 그 때로! 꽃향기로만 설레이던 그 꼬마아이의 때로! 세계를 여행하며 악당들로부터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데는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 자동차가 최고지! 붕붕~! ​

친구 -추억과 현재의 만남 15.02.28.토

친구 - 추억과 현재의 만남 ​ -박원주- 간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추억과 현재가 만나 못다한 이야길 나눈다.​ 내가 까맣게 잊고 지냈던 기억속 추억들을 어느새 작은 찻잔 속으로 우려내 한모금 한모금 날것으로 음미하게 한다. 왜 그때는 그리도 힘들어 했을까? 왜 그때는 그리도 이해가 안됐을까? 익숙하지 않은 우리 익숙하지 않은 상황들 그럼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걸 그때는 왜 이해하지 못했을까? 시간이 흐르고 동그란 세월에 깍인 너의 모습을 보면 참 편해보여서 좋다가도 얼마나 많은 파도를 만났을까 생각을 하니 마음 한편이 짠하고 측은한 마음이 든다. 네가 힘들때 많이 이해해 주고 많이 사랑해 주고 많이 안아주지 못해 정말 미안해. 우리의 추억들은 다시 헤어짐과 함께 저 수많은 추억의 모래사장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