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외할머니
-박원주-
정경애.
내 고운 이름 석자 호적도 없이
꼬막 까먹고 게 잡던 고향 순천을 떠나
이리저리 인연 만나 자식들 낳고
자식 고생 내 고생
그렇게 한 평생 살았소.
이제는 인생이 펴질까?
실낮같은 기댈 했건만
여기저기 저질러 버린 허물과 아픔.
그래도 내 자식이다
그래도 내 인생이다
부둥켜안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으며
그렇게 살았소.
먼 길 돌아 돌아 자식들 잘 사나 보고
먼 길 돌아 돌아 자식정 잊으려 애썼소.
이제는 팔십여섯,
멀쩡하던 다리가 어느순간 아프더니
이제는 팔도 허리도
용을 쓰면 쓸수록 더 탈만 나오.
몸저 누워 바깥 세상이 궁금하긴 해도
이 몸은 한평 한끼가 고마운 신세.
죽으려 죽으려 해도 인명은 제천이라
멀쩡한 정신이 병든 몸만큼 원망스럽소.
가눌수 없는 몸
가눌수 없는 무게
이제는 내려놓소.
영감..
이 아픈 몸으로
당신곁 무덤을 오르기가 힘들어
몸둥일랑 자식들에게 두고
혼자서 그 기슭을 곧 올라 가리이다.
올라가서 이 세상을 같이 바라 보자꾸려.
미안하다 내새끼들아
못난 애미를 잊어다오
부디 나보다 더 많이 알콩달콩
자식재미 세상재미
맘껏 즐기다 오려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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