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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뚜기 사냥 -15.03.21.토(춘분)

메뚜기 사냥 -박원주- 어머니 어릴 적엔 먹을게 없어서 메뚜기도 잡아먹었데. 나도 어머님의 아들. 어릴 적부터 본능적으로 메뚜기 사냥을 하기 시작했어. 아주 어릴 적 어느 풀밭에서부터였지. 어느날 연탄 구멍에 이 놈이 쏙 들어가는걸 알고는 더 열심히 사냥에 매진했었지. 근데.. 아주 나중에 안 이야긴데 그건 방아깨비였어 다리를 까딱까닥 건방지게 떨고 왠지 잘 잡힌다했어 세상에 노력없이 얻는건 없다는 걸 메뚜길 통해 배우며 난 성장했지. ​ ​​

넌 날 사랑하니? -15.03.20.금

넌 날 사랑하니? -박원주- 바닷가에 살던 순수한 널 난 너무도 사랑했지. 물고기만 잡고 지내던 널 내곁으로 불러냈어. 같이 여행도 가고 추억도 쌓고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 난 이제 너가 내 분신이고 생각했어. 난 너가 너무 익숙했고 내 목숨보다 널 너무 사랑했어. 그러던 어느날.. 난 정말 중요한 일로 여행을 며칠 떠나게됐어. 평소 네게도 말했으니까 난 너만 믿고 모든 걸 맡긴체 잠시 다녀온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이게 왠일이니 왠 도둑놈들이 우리 추억을 박살내고 너마저도 그 바닷가로 떠났을 줄이야. 난 다시 널 찾아갔어. 처음 널 만났을 때처럼 고기잡던 널 향해 나지막히 손짓을 했지. 넌 처음 만났을 때 내손짓을 기억하고 있을까? 넌 나와 눈이 마주치자 물속으로 몸을 숨겼지. (풍덩!) 부끄러웠을..

잠이 많은 이유 -15.03.19.목

잠이 많은 이유 -박원주- 고향에서 자고 자란 나는 항상 잠이 너무 많았다. 봄엔 개구리 자장가 여름엔 소쩍새 자장가 가을엔 풀벌레 자장가 겨울엔 눈내리는 자장가 들녁에선 흙내음 자장가 산속에선 새소리 자장가 숲속에선 바람 자장가 집에선 장작소리 자장가 항상 자장가를 들으며 자란 난 꿈도 너무 많았다 ​​​​

주파수 채널 -15.03.18.수

주파수 채널 -박원주- 마음이 아픈 사람에겐 섣불리 위로의 말을 건네지 마시오 설사 아름답고​ 좋은 말일지라도 조용히 침묵으로 위로해 주시오 "이렇게 해야해지"란 현실적인 말은 너무 가혹하고 "괜찮아 다 잘될꺼야"란 희망적인 말은 괴리감이 너무 크오 대신 당신의 가슴을 전해 주시오 이전에 내가 아픈 후 아물었던 아픔의 온기를 전해 주시오 그 여운의 눈물을 상처에 발라주고 공감의 주파수로 다독여 주시오 훌쩍 훌쩍 그 주파수를 잘 기억하며 맞춰야 하오 그 옛날 내가 되뇌었던 독백들. '나도 압니다 나의 잘못을 근데 안되네요 힘이 없어서 그냥 그게 안되니까 내 힘으로 안되니까 이렇게 울고 있는 겁니다' 맘 속으로 흛조리며 위로해 주시오 당신의 가슴을 전해 주시오 이전에 내가 아픈 후 아물었던..

스케줄 관리 -15.03.17.화

스케줄 관리 -박원주- 오늘의 계획은 (123)이다. 오늘을 활기차게 시작해 볼까? "저기 이거 좀 부탁해요" 오늘의 계획 수정 (1234)이다. "급한데 이거 좀 처리해" 오늘의 계획 수정 (12534)이다. "오늘 이과장 병과라네" 오늘의 계획 수정 (1A2B5C3D4)이다. "갑자기 감사가.." 오늘의 계획 수정 (1A2B가나다라5C3D4)이다. "자기 오늘까지 저번에 부탁한거 알지?" 아.. 오늘의 계획 수정 (1A2B가나a다b라5C3D4)이다. "프로젝트건 좀 세부적으로 살펴보게" 오늘의 계획 수정 (1A2B갃낞a닫b랋5C3D4)이다. 아 벌써 오늘이 끝나가네? 어짜피 내일도 이럴꺼 내일 해야겠다. 퇴to the근! 내일의 계획은 (1'2'3'4'갃낞a닫b랋5..

3자대면 -15.03.16.월

3자대면 -박원주- 했어요! 안했다던데? 했다니까요! 시비의 무한 루프. 누가 거짓말인지 시간도 해결 못하는 베일의 사실들. 진실을 소환하는 3자대면의 시간. 이때 했어요! 안한건 이때군요. 제가 했다 했잖아요! 안하기도 했잖아요! 했기도 했잖아요! 재발하는 말싸움의 무한 루프. 너도 틀렸고 나도 틀렸고 나도 맞고 너도 맞고 그렇게 진실은 애메하게 밝혀졌다. 거대한 진실속에서 우리는 사소하고 구체적인 오해로 짦은 인생을 소진하고 있다는 귀중한 진실을 밝혀내었다. ​

신만 아는 이야기 -15.03.15.일

신만 아는 이야기 -박원주- 죽으면 어디 가냐고 누가 물었다. 지금 가는 길이 제일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넌 지금 어디로 가냐고 내가 물었다. 지금 집으로 간다해서 집으로 가겠지 했다. 그리고 잘 모르겠다 해서 나도 잘 모르겠다 했다. 망자들도 기억하지 못하는 침묵의 시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고 알 수도 없는 저 세상 이야기. 자신이 신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만 말하는 모르면서 아는 척 말하고픈 이야기. 우리는 결국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길을 떠난다. ​

문뜩 들어선 길들 -15.03.14.토

문뜩 들어선 길들 -박원주- 날개짓을 퍼뜩이면서 어디로 날아갈지 주저하지 마라 이리저리 창공을 누비는 것이 날개만이 누리는 자유의 길이니까 발걸음을 내딛으며 어디로 갈지 망설이지 마라 이리저리 구경을 다니는 것이 발에게 주어진 자유의 길이니까 주저하고 망설이다 흘러가버린 시간들. 지나고 보면 진짜 실수는 그때 실수 하나 하지 않으려 그 길만 고수하고 그 길만 다녔던 것. 지금 되돌아 생각해 보니 많은 풍경들과 존재들에게 인사를 나누지 못한 시간들이 가장 안타깝고 후회스럽다 뭉개구름이는 푸른 하늘 숲이 우거졌던 대지 파도가 부서졌던 해변을 그냥 무턱대고 날아가 보았더라면 너도 꽃도 순수했을 나도 한번쯤 만나보았을 것을 ​​

인연인가 -15.03.13.금

인연인가 -박원주-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만남들을 스쳐보냈다. 어린 나는 인연을 통해 다듬어지고 이제는 어엿한 반쪽이 되었다. 정반합의 인연. 반반이 만나 하나가 되고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는 놀라운 인연의 창조력. 나도 이제는 그 반쪽을 기다린다. 세상에 널린 게 반쪽이라는데 아 인연일가? 이건 인연일까? 스치는 인연들에게 눈빛으로 묻는다. 아직은 때가 아닌가보다. 저멀리 뛰는 가슴을 몇번이고 쓸어내렸다. 오늘도 인연을 기다리며 눈빛으로 묻는다. 당신인가요? ​​

사람이 산다 -15.03.12.목

사람이 산다. -박원주- 사람이 산다. 이 작은 몸둥이 속에 어린아이도 살고 고집불통 할머니도 살고 순수한 청년도 살고 사랑 많은 엄마도 산다. 넌 너다 난 나다 딱히 정의하기엔 우리속엔 우리들이 너무도 많이 살고있다. 우리가 사는 것이다. 옥신각신 다함께 티격태격 묶고 풀고 우리가 그렇게 사는 것이다. 어린아이도 사랑스럽고 할머니도 사랑스럽고 청년도 엄마도 다 너무나 사랑스런 것이다. 짧게 살다가 떠날 사람들이 잠시 세들어 사는 것이다. 원망이나 불평도 어두움도 밝음도 한 폭의 그림처럼 풍경속에 사는 것이다 내가 사는 것이고 너가 사는 것이고 우리가 서로 사는 것이다. 이 작은 몸뚱이 속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