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39

노랑나비 두마리 -15.04.16.목(세월호1주기)

노랑나비 두마리 -박원주- 노랑나비 두마리 꽃밭에 앉아서 갑갑했던 번데기 벗고 봄햇살을 만끽하네 하늘은 청명하고 대지는 푸르르고 꽃들은 상냥하니 삶과 꿈을 노래하네 갑자기 불어닥친 격랑의 세찬 바람.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하늘 높이 날아가네 분명히 두손 잡고 하늘 높이 날았는데 한마리는 날고 있고 한마리는 사라졌네 어디로 숨었는지 어린 꿈을 찾아보네 꼭꼭 숨어라 숨바꼭질 놀이인가? 우리 우정 변치말자 보물찾기 놀이인가? 남은 나비 정처없이 친구 찾아 나서네 아 이게 왠일인가? 말문이 막혀버린 망연자실 눈앞 현실 눈 비비고 현실을 비벼도 꿈적도 않는 사실 아불싸 노랑나비 거미줄에 걸려있네 무심한 하늘위에 여린 몸짓 떨고 있네 애원하며 발버둥 치며 울어도 또 몸부림쳐도 젊디 젊은 나비 기력 점점 더 쇠해가네..

그대가 오시는 길 -15.04.15.수

그대가 오시는 길 -박원주- 고달픈 생을 향해 그대가 오시는 길 따스한 봄바람 가녀린 일상을 타고 그대가 띄운 복선 꽃잎들을 나리며 푸르게 멍든 자아를 다독이러 오는 길 그대 향기 느껴질까 가슴 깊이 들이키며 여린 순 싹을 틔우며 그댈 맞으러 달려갑니다 만남과 두근거림 사이 기다림과 설레임 사이 그대가 내게 오시는 길 어느덧 내 눈속 들어와 흩날리는 꽃잎들 한잎 한잎 설레임 전한 그대의 이야기들 귀에 닿아 마음에 닿아 하얀 꽃잎을 틔운다 세찬 바람이 불수록 더욱더 진하게 그대 꽃잎으로 덥히는 내 마음길 내 호흡을 멈추고는 그대로 쉬는 숨소리 아 아 그대와 거니는 이 봄길 그대로 물드는 이 봄길 그대로 춤추는 이 봄날 그대로 살아 몸부림치는 꿈결같은 내 봄날이여! ​​ ​​

비처럼 내립니다 -15.04.14.화

비처럼 내립니다 -박원주- 비처럼 내립니다 다음 정거장예요 하늘 오른지 엊그제 같은데 참 많은 생을 즐기며 떠돌아 다녔네요 가벼운 맘으로 나들이 떠나 이곳 저곳 머물면서 그 향취 그 풍경 너무도 행복했어요 한적한 오름 쉬어가는 시원함, 초원사이 계곡에 우렁찬 노래 한절, 하늘비친 소금사막 거울같은 데칼코마니, 세렌게티 평원을 맨몸으로 달리기, 아름드리 너도밤나무 어린왕자 낮잠 한잠, 해아래 모든 것이 새롭고 신났었죠 투명하던 제가 이젠 좀 지쳤나봐요 몸도 무겁고 마음도 지친 걸 보니 철없는 함박미소는 영원히 지을순 없나봐요 이젠 하늘 잊고 아래로 내려갑니다 비처럼 내립니다 다음 정거장예요 옛 고향 그 대지 첫사랑으로 돌아가 고요히 그 품에서 영원히 잠들꺼예요 누군가가 하늘위로 다시 부를 때까지 ​

눈을 멀게 하소서 -15.04.13.월

눈을 멀게 하소서 -박원주- 눈을 멀게 하소서 화창한 봄날 만개한 꽃들을 그냥 쳐다보며 지나쳐 버리지 않게 눈을 멀게 하소서 끊없는 초원 석양을 무심히 바라보며 어둠속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게 눈을 멀게 하소서 인연이 아닌 그녀의 미소는 애기당초 아름답다 느끼지도 못하게 눈을 멀게 하소서 세상의 기준에 현혹되어 영원의 뒷편으로 달려가지 못하게 눈을 멀게 하소서 아름다운 피조세계에 너무도 익숙해져 쉽게 시각하고 쉽게 지각하고 쉽게 죄악하는 내 눈 부디 이 눈을 멀어지게 하소서 멀고 멀어 마지막날 세상은 아름다웠노라 그대도 보고싶었노라 감격에 겨워 말하도록 그때 한번만 눈을 열어 마지막 눈동자들과 인사하게 하소서 ​​​​

꽃에 물준거니까요 -15.04.12.일

꽃에 물준거니까요 -박원주- 꽃잎이 화사하게 핀날 아름답게 핀 꽃을 보며 제가 미소짓는 이유는 제가 꽃에 물준거니까요 비도 하늘도 바람도 피어나는 꽃을 응원하는 이유도 같이 꽃에 물준거니까요 홀로 설수없는 세상에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이유도 서로 꽃에 물준거니까요 지치지 말자 위로 흠뻑 꿈꾸며 살자 사랑 흠뻑 서로 물주며 여린 싹을 틔워요 우린 이미 꽃에 물준거니까요 ​​​​

구례 그 민박집에서 -15.04.10.금

구례 그 민박집에서 -박원주- 여정 없는 여정이 인생의 여정 그녀가 보고싶어 무작정 달려갔는데 밤이 깊어버렸네 부랴부랴 찾은 구례 그 민박집 우린 긴 이야길 나누고 잠을 청했지 네 눈을 바라보다 너와 난 눈이 마주쳤지 그때 단지 손만 건냈을 뿐인데 그때 단지 손만 잡았을 뿐인데 서로를 향한 무언의 갈망 화학 반응같은 무언의 이끌림 정.반.합. 두사랑은 하나를 원하고 있었지 너와 날 만든 가장 원초적인 욕구 다시는 오지 않을 에덴의 사랑 아담과 이브의 순수한 야함으로 구례 그 민박집에서 우린 사랑을 나눴지 산수유 피고 바람이 불어 꽃잎이 날리고 물결이 일어도 영원히 추억할 그곳 아담과 이브가 잠시 머물렀던 구례 그 민박집에서 우린 사랑을 나눴지 그 맑고 맑았던 첫 에덴동산에서 ​ ​

말의 유전법칙 -15.04.08.수

말의 유전법칙 -박원주- "그 사람 어때요?" 둘만의 시간에 뜬근없이 날아와 내 귓가를 울리는 질문. 아뿔싸 내가 관계를 잘하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살았구나 반성할 시간도 없이 수많은 생각의 파도가 뇌리를 때린다. 질문의 의도가 무엇일까? 선의일까 악의일까? 정말 그게 궁금한 것일까?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지만 어떤 힌트의 관용도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이제 제한 시간 60초. 뇌는 풀가동으로 회전한다. 그 사람이 궁금한걸까? 내가 궁금한걸까? 그 사람에 대한 나의 태도가 궁금한걸까? 그(질문자)에 대한 나의 태도가 궁금한걸까? 그 사람과 내 사이를 오해하는건 아닐까? 그 사람이 뭔 잘못을 저질렀나? 내가 뮌 잘못을 했나? 솔직하게 말해야할까? 돌려 말해야할까? 솔직하게 말하면 누설하진 않을까? 돌려 ..

우물 가까이 -15.04.07.화

우물 가까이 -박원주- 빈 우물가에 투명한 물이 고인다. 난 우물가로 조용히 다가가 앉는다. 투명한 우물속에 한 호흡이 깃든다. 하늘의 고요함이 쉬고 자는 그 곳. 구름의 그림자도 햇살에 비치지 않는다. 누군가가 우물을 향해 돌을 던진다. 적막을 깨며 우물은 한참을 출렁인다. 그리고 다시 고요속으로 돌아간다. 또 다시 누군가 돌을 던져댄다. 계속 우물은 격랑을 울렁이다가 다시 고요함속으로 되돌아간다. 숲의 녹음이 잠을 자고 지친 동물이 쉬어가는 곳. 아무도 그 파문을 기억하는 이는 없었다. 우물은 다시 고요함 속으로 돌아갔다. 어느날 우물은 투명한 자기속에 비치는 옛날 그 까만 돌덩이가 싫었다. 누군가 그 돌덩이를 꺼내주길 바라자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울었다. 또 울었다. 그 돌덩이를 이리 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