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1201

신만 아는 이야기 -15.03.15.일

신만 아는 이야기 -박원주- 죽으면 어디 가냐고 누가 물었다. 지금 가는 길이 제일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넌 지금 어디로 가냐고 내가 물었다. 지금 집으로 간다해서 집으로 가겠지 했다. 그리고 잘 모르겠다 해서 나도 잘 모르겠다 했다. 망자들도 기억하지 못하는 침묵의 시간.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고 알 수도 없는 저 세상 이야기. 자신이 신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만 말하는 모르면서 아는 척 말하고픈 이야기. 우리는 결국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길을 떠난다. ​

문뜩 들어선 길들 -15.03.14.토

문뜩 들어선 길들 -박원주- 날개짓을 퍼뜩이면서 어디로 날아갈지 주저하지 마라 이리저리 창공을 누비는 것이 날개만이 누리는 자유의 길이니까 발걸음을 내딛으며 어디로 갈지 망설이지 마라 이리저리 구경을 다니는 것이 발에게 주어진 자유의 길이니까 주저하고 망설이다 흘러가버린 시간들. 지나고 보면 진짜 실수는 그때 실수 하나 하지 않으려 그 길만 고수하고 그 길만 다녔던 것. 지금 되돌아 생각해 보니 많은 풍경들과 존재들에게 인사를 나누지 못한 시간들이 가장 안타깝고 후회스럽다 뭉개구름이는 푸른 하늘 숲이 우거졌던 대지 파도가 부서졌던 해변을 그냥 무턱대고 날아가 보았더라면 너도 꽃도 순수했을 나도 한번쯤 만나보았을 것을 ​​

인연인가 -15.03.13.금

인연인가 -박원주-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만남들을 스쳐보냈다. 어린 나는 인연을 통해 다듬어지고 이제는 어엿한 반쪽이 되었다. 정반합의 인연. 반반이 만나 하나가 되고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는 놀라운 인연의 창조력. 나도 이제는 그 반쪽을 기다린다. 세상에 널린 게 반쪽이라는데 아 인연일가? 이건 인연일까? 스치는 인연들에게 눈빛으로 묻는다. 아직은 때가 아닌가보다. 저멀리 뛰는 가슴을 몇번이고 쓸어내렸다. 오늘도 인연을 기다리며 눈빛으로 묻는다. 당신인가요? ​​

사람이 산다 -15.03.12.목

사람이 산다. -박원주- 사람이 산다. 이 작은 몸둥이 속에 어린아이도 살고 고집불통 할머니도 살고 순수한 청년도 살고 사랑 많은 엄마도 산다. 넌 너다 난 나다 딱히 정의하기엔 우리속엔 우리들이 너무도 많이 살고있다. 우리가 사는 것이다. 옥신각신 다함께 티격태격 묶고 풀고 우리가 그렇게 사는 것이다. 어린아이도 사랑스럽고 할머니도 사랑스럽고 청년도 엄마도 다 너무나 사랑스런 것이다. 짧게 살다가 떠날 사람들이 잠시 세들어 사는 것이다. 원망이나 불평도 어두움도 밝음도 한 폭의 그림처럼 풍경속에 사는 것이다 내가 사는 것이고 너가 사는 것이고 우리가 서로 사는 것이다. 이 작은 몸뚱이 속에. ​​ ​​

나는 외할머니 -15.03.11.수

나는 외할머니 -박원주- 정경애. 내 고운 이름 석자 호적도 없이 꼬막 까먹고 게 잡던 고향 순천을 떠나 이리저리 인연 만나 자식들 낳고 자식 고생 내 고생 그렇게 한 평생 살았소. 이제는 인생이 펴질까? 실낮같은 기댈 했건만 여기저기 저질러 버린 허물과 아픔. 그래도 내 자식이다 그래도 내 인생이다 부둥켜안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웃으며 그렇게 살았소. 먼 길 돌아 돌아 자식들 잘 사나 보고 먼 길 돌아 돌아 자식정 잊으려 애썼소. 이제는 팔십여섯, 멀쩡하던 다리가 어느순간 아프더니 이제는 팔도 허리도 용을 쓰면 쓸수록 더 탈만 나오. 몸저 누워 바깥 세상이 궁금하긴 해도 이 몸은 한평 한끼가 고마운 신세. 죽으려 죽으려 해도 인명은 제천이라 멀쩡한 정신이 병든 몸만큼 원망스럽소. 가눌수 없는 몸 가눌수 ..

곳통이 곧통하니 -15.03.07.토

곳통이 곧통하니 -박원주- 곳통이란? 하기 싫은 업무를 억지로 하는 곳 하기 싫은 관계를 억지로 하는 곳 그런 곳을 일컬어 곳통이라 부른다. 곧통이란? 하기 싫은 일을 매일 하는 때 하기 싫은 일을 반복 하는 때 그걸 일컬어 곧통이라 한다. 곻통이란? 삶이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고뇌하며 한폭의 절규를 그려내던 고흐의 그림. 그 고흐의 절규를 곻통이라 한다. (유희는 유희일뿐 진지하지 말자) ​

오늘을 띄우다. -15.03.06.금

오늘을 띄우다 -박원주-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힘차게 솟는 나의 하루를 향해 손짓을 한다. 모든이에게 싱그러움을 선사하는 태양. 세상은 가득찬 싱그러움으로 아침 기지개를 펴고 있다. 눈부신 태양의 눈빛 바라보다가 내 눈이 멀 것같은 그 눈빛 그 이글거리는 눈빛은 제물을 태우는 번제단처럼 시작의 경외감으로 내 마음을 태우고 있다. 찬란한 태초의 아침. 이토록 찬란한 빅뱅을 그냥 흘려보내는 건 자신을 태우는 태양과 나를 태우는 심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지. 오늘을 띄우자 힘차게 띄우자 언젠가 이 눈부신 찬란함이 그치고 나른한 오후의 땡볕이 내 머리를 쬐어도 캄캄한 마지막이란 캄캄한 어둠이 내리면 나의 하루 하루는 행복했노라 이야기해 주도록. 나는 오늘도 찬란한 새 해를 마주하며 오늘이란 삶의 본능을 힘차..

스트레스 테트리스 -15.03.05.목

스트레스 테트리스 -박원주- 일하다가 욱하다가 참았다. 그럴 사정이 있겠지. 좀 스트레스가 많았나보다. 말하다가 욱하다가 욱하다가 참았다. 내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겠지. 평소 그럴 사람이 아닌데 말 못할 사정이 있겠지. 험담하는 소리에 욱하다가 욱하다가 욱하다가 참았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겠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서로가 이해해주며 살아가는거지 욱하다가 욱하다가 그 사람을 쳐다보고 나를 쳐다본다. 부족한 사람이 부족한 사람에게 부족하게 하는 것이 부족하게 갚을 일인가? 욱하다 나를, 욱하다 너를 욱하다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모ㅅ난 인생들이 모ㅅ난 부분을 모ㅅ나게 맞춰가는 인생이란 스트레스 테트리스. ​​

벗은 옷 입은 몸 - 15.03.04.수

벗은 옷 입은 몸 -박원주- 순수한 살결 순수한 맨몸 르네상스의 아기가 태어났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몸. 그 순수함이 영원하길 간절히 바랬었는데 춥지도 않은 몸에게 누군가가 아름다움이란 장식의 옷을 입혔다 옷이란 포장에 싸인 일상의 진열. 햇살이 그리워도 파도가 그리워도 옷은 일련의 규칙하에서만 벗을 수 있었다. 1.혼자일 때만 벗을 것 2.공개된 장소에서는 벗지 말것 3.동성은 목욕시에서만 벗을 것 4.이성은 사랑하는 사이에서만 벗을 것 위 규칙을 어길시 엄중한 처벌이 따름. 이상. 모든 규칙을 지키며 몸은 자랐다 하지만 아무도 가르쳐 주지않는 마지막 규칙. 규칙과 욕망사이에 서서 자신을 죄어오는 이 옷을 벗어버리고 싶었다. 누가 몸에게 사랑을 줄까? 누가 규칙을 지키며 자유를 선사할까..

별똥별 떨어지던 밤 - 15.03.03.화

별똥별 떨어지던 밤 -박원주- 고요한 초원에 누워 바람소리를 들었지 따사로운 햇살에 살랑대는 나뭇잎 그늘 눈을 감고 누워 있어도 많은 이야기가 들렸어. 저 건너편 연못가 촉촉한 물풀내음 양지바른 언덕너머 꽃피운 제비꽃 눈을 감고 까만 하늘을 띄워도 마음 하늘은 너무나도 맑고도 푸르렀지. 노을 지는 태양이 그리워서 일까? 맑은 하늘 무지개가 그리워서 일까? 떠나는 햇님을 배웅해 주다보면 어느새 서쪽하늘엔 달님이 성큼 떠올랐지 그리고 그 곁 지키는 작은 개밥바라기. 넘 작디 작은데 너무도 영롱한 별빛 거대한 세상 허상이 자취를 감추자 화살처럼 작은 네 빛이 눈동자에 박힌다 거대한 우주속에 넌 거대해지지 않기로 다짐한거니? 검은 하늘줄기에 꽃피운 단아한 다이아몬드 햇살처럼 너의 잔영을 담아둘 수 있을까? 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