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인 꽃줄기
-신성-
왜 사는게냐
수많은 꽃들이 피고 지고
들판에 다시 녹음이 짙어져 갈때
하늘을 우러러 두 눈을 지켜 뜨면
우렁차게 내리 쬐는 소리
왜 사는게냐
죽지 못해 사옵니다
여차저차 하려 사옵니다
변명처럼 늘어놓은 내 꿈들은
숱한 그들의 소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들판에 핀 무수한 꽃처럼 피고 졌다가는
간절히 피어낸 내 몽우리에게
크나큰 대역죄를 지어버린 것이다
똑딱
이제 내 꽃을 따 주소서
하늘에 길게 드리운 줄거지
주르륵 쏟아버리고 가도록
지금 내 모가지를 자르소서
지나는 나그네가 내 향기를 맡고서
잠시만 쉬어 갈 때까지
살아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내 여린 꽃잎을 잠시만
살려 주시옵소서
*포럼을 마치고 시간이 나서 양화진에 들러 순교자들의 묘지를 둘러보았다. 왜 살고 왜 죽는지를 아는 생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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