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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사인 -19.6.18.화

하나의 사인 -신성- 뼈들이다 그 옛날 죽은 말라비틀어진 뼈들이다 너는 왜 죽었는가 애틋하게 절실하게 뼈들을 끼워맞추며 묻는다 멀쩡하게 날 닮은 한놈을 만든다 심장이 뛰던 자리에 귀를 기울이며 말한다 네 죽은 원한을 말하거라 입으로 말 못했던 진실을 말하거라 그가 죽은 사인은 한가지 뼈들이 죽은 이유도 모두 한가지였다 끝끝내 버리지 못한 한가지 그 놈이 칼을 들고 찔렀다고 한다 하나만 버리면 된다 죽음으로 내몰기전 심장을 노리는 확실한 그놈만 죽이면 된다 뼈다귀를 다시 흐트려 뭍으며 다독여주었다 *죽은이도 사는 이도 모두가 각자의 사연이 있듯 나를 살게 하는 하나 죽어야하는 하나를 분명히 안다면 분명히 취하고 버리는 행동도 중요하다​

눈치없기 게임 -19.6.17.월

눈치없기 게임 -신성-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사랑하는 사람만 생각 한다 -직장에서 사랑하는 사람만 이야기 한다 -강연에서 사랑하는 사람만 바라 본다 -운전중에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 한다 -내앞에서 뜨거운 사랑도 애틋한 사랑도 풍경에 어울리지 않으면 이상한 사랑이 된다 큰 사랑 앞에서 내려놓지 못한 작은 사랑은 한낮 욕심일 뿐이다 사랑을 가장한 이기심일 뿐이다 *어디든 자기 이야기만 하는 눈치 없는 사람이 있다 ​ ​

웅성웅성 몸소리 -19.6.16.일

웅성웅성 몸소리 -신성- 사람들이 많아 네 목소리가 안들린다면 네 몸짓 네 표정을 더 유심히 바라보리라 네 목소리가 멀어서 들리지 않는다면 네 눈빛 네 입술을 더 뚫어져라 바라보리라 언어만큼 강력한 칼날도 없기에 언어처럼 쉽게 속은 가식도 없었다 들리지 않아도 좋다 닫은 입술도 감은 눈도 한 몸짓으로 한 눈빛으로 말하지 못할 세밀함으로 더 애절히 파동하는 네게 다가가리 *100명 모임에서 11명이 한테이블에서 떠드니 저끝의 사람의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

뜨거운 소나기 -19.6.15.토

뜨거운 소나기 -신성- 세상이 끓자 먹구름이 몰려온다 열정도 함성도 식히자꾸나 경고의 뇌성에 긴장하는 중생들 도피하라 아가미 없는 불운의 인간이여 홍수 심판 내리기 전 방주로 대피하라 좌르르륵 비 맞은 사람들이 혼비백산 흩어진다 소나기 한번 시원하게 오네 비는 정확히 머리를 때린다 "니 죄를 니가 알렸다" 죄가 울릴때까지 정수리를 때려댄다 비는 정확히 옷을 때린다 "니 허물을 니가 알렸다" 허물이 벗겨지도록 싸맨 옷을 때린다 원두막에서 소나기를 보며 갈한 마음을 축인다 사람에게 밟혀댄 지친 세상도 축인다 사람이 사라진 세상은 구름속 비가 된다 하늘속 촉촉한 구름이 된다 하늘은 뻐끔거리는 인생들이 불쌍하다며 경고의 뇌성을 냅다지르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원래 하늘로 올라갔다 우르르쾅 *수영하고 나오니 갑..

남다른 나의 기상도 -19.6.14.금

남다른 나의 기상도 -신성- 쉿! 남들이 잘때 깨어나야합니다 아무도 없는 고요함은 내가 움직이기에 적당한 풍경이죠 가장 일찍, 가장 높은, 가장 깊은 곳에 다다라야 합니다 제 자신 벗고서 있는 그대로를 보는 시간이죠 뜨는 여명을 혼자 받아 먹습니다 광합성을 하듯이 피부로 삼켜 먹습니다 흐르는 하늘을 혼자 저으며 바람도 구름도 훑으며지나게 온몸을 쭉 펴 봅니다 이제껏 숨도 못쉬던 아가미를 물속에 담급니다 죽은 줄 알았던 아가미들이 투명한 촉수를 뻐끔거리며 "난 죽지 않았다" 간절히 외친 그 고백에 눈물을 펑펑 흘립니다 세상이 깨기전 바다로 가야합니다 깨져 가루가 된 세상을 밟으며 투명한 바다에 들어가야 합니다 파도는 바다의 숨소리 고요한 바다속 파도의 가슴에 몸을 파뭍고 바다의 심장소리를 들읍시다 바다가 ..

부당한 일입니다 - 19.6.13.목

부당한 일입니다 -신성- 부당한 일입니다 당연한 일이다 생각지 마세요 사랑대신 당신의 힘이 느껴졌던 일입니다 제가 웃으며 "네" 했다고 당신의 말대로 움직였다고 동조했다 수긍했다 단정짓지 마세요 부당한 일입니다 어쩔 수 없던 일입니다 핑계를 대며 애써 살아남으려 한다고 약해 빠졌다고 절 탓하지 마세요 강자에게 약할 수 밖에 없는 밀림 저나름 최악 대신 최선을 택했다 이기적이라 정죄하지 마세요 부당한 일입니다 세상에 가까이 있다 모르고 당한 일입니다 제가 떠나는 순간 고발해야할 억울함입니다 왜 그렇게 말해야 하나요 왜 이렇게 몰아야 했나요 어리고 약한 나를 죄책감으로 묶어둬야 했나요 바늘과 바늘을 찌르며 온 몸을 관통한 물레의 저주 깊은 잠에 빠져버린 난 누가 깨워줘야하나요 부당한 일입니다 나에게서 끝내야..

악역 배우 캐스팅 -19.6.12.수

악역 배우 캐스팅 -신성- 배우들이 앉아 커피를 마신다 주어진 역활에 대한 솔직한 심정 저마다 몸짓으로 진실을 이야기한다 "마피아가 있어" 울리는 짧은 단발의 총성 마피아란 단어와 함께 연극은 시작돼 버렸다 마피아를 찾겠단 목적의식도 없이 감정이입이란 간단한 워밍업도 없이 갑자기 낮설어진 눈빛들을 바라보며 어디쯤인가 있을 끝을 찾아 두리번 거렸지 누가 악역인지 누가 속이는건지 지켜보며 자초지정 생각을 했지 마피아가 있거나 없거나 마피아가 나거나 너거나 내조차 나를 잘 모르거나 어짜피 긴 인생 속고 속이는 연극이겠지 내가 마피아다 눈치껏 거짓말을 쳐보자 나조차 날 속이면 진정한 승자가 아닐까 룰을 이해했으면 유리한 게임 아닐까 내맘대로 안될 인생이니까 즐길 재미라도 열어보는거지 진실도 진심도 없는 인생 마..

퀵고잉의 추억 -19.6.11.화

퀵고잉의 추억 -신성- 숨바꼭질하는 너를 찾아 눈짓 한번에 네게 오른다 10분이란 디폴트 시간 누운 대지를 박차고 잠자는 너를 깨우며 가속 패달을 잡아당긴다 우리의 목적지는 너무 가깝다 애초 먼 목적지는 우리 바램이 아니였다 너를 타고 속도를 날리며 지나는 풍경을 가차없이 버린다 목적지에 다다라 우리는 깨닫는다 내 목적지는 너가 아니였구나 네 목적지도 내가 아니였구나 수단이란 짧은 동거는 딱 거기까지 우리는 함께 한 것이다 헤어지는 우리는 더이상 미련으로 서로를 보지 않는다 함께한 시간은 추억으로 환산되고 날라온 문자 한통에 추억운 날아간다 결제 한번에 모든 계약은 끝난다 한순간 내게로 왔던 너는 한순간 내게서 사라져 버렸다 *킥고잉을 아침 수영장 갈때 처음 타 보았다 ​

오늘자 노래소리 -19.6.10.월

오늘자 노래소리 -신성-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반복되는 하루는 얼마나 억울한가 윤회를 피해 돌파구를 찾자 돌고도는 지구가 따라오지 못하게 부리나케 회사를 박차고 일상을 뛰쳐나온다 지구는 누가 돌리나 일상은 누가 돌리나 내 삶은 누가 돌리나 매일 돌고도는 지하철이 원인인가 졸면서 탔던 버스가 원인인가 (내 발로 걸어들어간 건 절대 원인이라 부르지 말자꾸나) 매일 어디론가 날라주는 그들의 자비함은 너무나 값싸고 손쉬운 무자비함 눈앞에 보이는 자전거를 집어타고 반복이 따라올 수 없는 곳으로 저 한강 끄트머리로 냅다 내달린다 억겁의 윤회로부터 도망을 친다 속도를 높여 바람을 가르며 홍해에 수장 당한 이집트군처럼 따라오는 윤회의 사슬들을 바다로 쳐넣는다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보다 내 저전거가 빠르다 이젠 홀가분..

소변의 근원 -19.6.9.일

소변의 근원 -신성- 입으로 물을 마셔서 안에 가득한 줄 알았는데 물먹은 구름처럼 먹은 물들이 사라졌다 콩팥 콩팥 사라진 물이 뜬금없이 밭에서 난단다 투명하게 마셨던 물이 겁탈되고 난도질된 채로 콩팥콩팥 뜬금없이 이제사 솟아난단다 입구와 출구는 분명 아는데 원인과 결과가 연결된 곳 없구나 얽히고 설킨 우리네 운명 다쓰고 내팽겨진 우리네 인생 한줌 두줌 세줌 네줌 오줌이 되어 흘러나와도 어떻게 지내다 여기에 온건지 배설되어 싸질러지기전 하고픈 말은 없는지 잘가란 한마디 배웅하는 이도 없이 섹스 섹스 외치던 음부를 씻고선 소리없이 바깥으로 흘러 가버리는구나 *급하다고 휴게소도 지나쳐 왔더니 참느라고 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