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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사랑 -19.6.8.토

익숙한 사랑 -신성- 익숙한 내 방에서 나와 사랑을 하겠어요 내 향취가 자는 그곳 낮익은 몸을 깨우며 가릴 것 없는 익숙한 동작으로 해맑게 젊디 젊은 나와 사랑을 하겠어요 사랑은 익숙함 아니던가요 오래 참았던 부드러움 오랫동안 기억하던 포근함 해야지 해야지 하며 못내 끝내 사랑을 못했던 나와 사랑을 하겠어요 그대가 없어도 몸이 없어도 끝없는 익숙함으로 나를 비비며 죽어갔던 손길들 스담스담 나와 사랑을 하겠어요 잘 살았어요 잘 살고있어요 잘 살꺼예요 다음에도 익숙한 내 침실을 위해 날 똑닳은 날 위로하며 다독여주겠어요 이제는 든든히 자라난 어른이 나와 익숙한 사랑을 하겠어요 *가족여행을 마치고 내방에 누웠는데 익숙한 내가 들어와 자는 느낌 넘 좋다​

흘러가는 어머니 -19.6.7.금

흘러가는 어머니 -신성- 세월이 흘러가도 변치않는 게 있겠습니까 어머니 어머니 우리 어머니 아, 어머니는 그대로 계신데 어디로 계속 흘러가는 겁니까 장미꽃이 만개하자 어머니 마음도 덩달아 웃는데 화사하게 피어났던 어머니는 어여쁜 저 장미꽃을 두고 어디로 계속 져가는 겁니까 섬진강이 빗물에 불어났네요 어머니는 다슬기 백숙이 맛나다 하셨는데 어머니는 빈그릇 남겨두고 어디로 계속 떠나는 겁니까 시집와 애낳고 맞벌이하다 산전수전 이제사 손주들 여행이 넘 좋다는 어머니 말 어머니 행복하시지요 어머니 너무 행복하시지요 어머니 행복하셔서 저도 너무 행복합니다 세월이 흘러가네요 다시 핀 붉은 장미 제 가슴을 내리쳐도 다시 먹은 다슬기 백숙에 다슬기 씹혀도 어느새 어머니는 어디 가시고 없네요 흘러간 어머니 따라 저도 같..

한눈을 팔다 -19.6.6.목

한눈을 팔다 -신성- 눈깔 단디 붙들라우 총성이 휘몰아치는 밤 칼과 칼날이 먹이를 찾는 밤 시선에 베이지 않고 눈알만 잘 지키자 언젠간 나갈 수 있겠지 동그란 눈알 굴러다니지 않게 잘 붙들면 되겠지 안일함에 한눈을 팔다 어디론가 굴러가버린 눈 다시 찾아야하는데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분간도 없이 잃어버린 눈 방심한 사이 훔쳐간건가 내가 뽑아서 줘버린건가 저놈인가 이놈인가 지나가는 시선들은 도둑놈들 시선이 거미줄에 걸려 바둥거린다 조심해야지 잃어버린 눈을 찾아헤메다 지나가는 부러움에 또 침이 흐른다​ 아차 한눈을 또 팔았구나 방심의 찰나​ 그새 남은 눈알마저 어디로 굴러가버렸다 시선이 거미줄에 걸려 바둥거린다 *잘생기고 몸좋고 돈 많고 매너있고 그 사소한 거미줄에 내 시선이 걸리다​

허물어지다 -19.6.5.수

허물어지다 -신성- 웃음이 허물어진다 깨진 표정사이로 눈물이 고여 이제껏 지켜온 입술이 터진다 그래 여기까지야 더이상은 아니야 늦은 밤 라디오처럼 무심코 흘러나오는 넉두리 속에서 내린 결론을 듣는 순간 곧바로 몸은 실행에 옮긴다 다시 쌓아야할까 다시 쌓기엔 너무 허물어져 버린걸까 언제 무너진지도 모르는 널부러진 벽돌을 껴안고 다시 일어서자 다시 돌아가자 울부짖어도 대답없이 굳어버린 딱딱한 마음들 그래 다같이 허물어져 가는데 좀 허물어졌다 정죄할 필요는 없지 그러려니 그려러니 내 욕심이 쌓인 거겠지 처음 누웠던 낮은 대지 거기로 다시 부르는 거겠지 미련없이 떠나는 걸음이 참 어이없이 가벼운 거겠지 *누군가의 불화에 나도 껴있다는 건 우리의 문제인데 당사자는 그런거에 별 관심이 없는 아이러니​

용기없는 로드맵 -19.6.3.월

용기없는 로드맵 -신성- 계획대로 살아보자 숫한 계획을 짜내어도 어짜피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건 너무나 분명한 계획같은 사실 시간낭비 돈낭비 틀에 끼워 맞춰 살아가랴 빡빡한 삶의 스트레스 이미 그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스트레스 계획없이 살아도 깜짝 선물이 있는데 그렇게 살 용기가 없구나 이젠 내 계획엔 지워지고 없구나 너무 계획적이지는 말게나 너무 계획없이 살지도 말게나 둘다 허망한 욕심일 뿐이네 둘다 이루지 못할 짝사랑일 뿐이네 *사업 중장기 로드맵을 짜라는데 이전에 짜논게 있어 좀 덜 부담스럽다​

내려놓은 이유 -19.6.2.일

내려놓은 이유 -신성- 아무것 없어도 풍성한 이여 벌거벗었으나 부끄럽지 않은 이여 무엇이 그대를 기쁘게 하는가 무엇이 그대를 당연히 하는가 사랑이라오 아무것 없어도 채우고 남는 사랑이라오 당신의 길을 기쁘게 걸어줄 사랑이라오 어려움 넉넉히 도와줄 사랑이라오 힘든 이야기 웃으며 해석해줄 사랑이라오 무겁지도 버겁지도 않은 사랑이라오 뿌려진 사랑을 주워담으며 충실히 사랑을 이루어가시오 사랑 외 것은 버리시오 바꾸지 못해 굳어버린 그대도 그대로 그대로 맞아들이며 옛날 고백치 못해 묵힌 사랑을 이제는 시작하시오 벌거벗어 서로 분명했던 사랑을 이제는 깨물으시오 *이용규 선교사님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의 성공적 가치보다 사랑이란 가치에 대해 많이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나 피터팬 -19.6.1.토

언제나 피터팬 -신성- 청팀 백팀 나눠 싸우는거 개꿀잼 공던지기 줄넘기 달리기 응원하기 막 싸우는 단순함 개꿀잼 달고 매운 떡볶이 존마탱 소떡소떡 아이스크림 혀에 착착 불량식품 내 영혼의 존마탱 저어기 노니는 어린이가 내곁으로 뛰어오는구나 아 순진한 어린이여 다이상 자라지 말아다오 언제든 널 만날 수 있게 내 안에서 놀아다오 지금처럼 해맑게 영원히 해맑게 *간만에 체육대회에 달란트잔치에 어릴적 느낌 팍팍​

다시 찔레꽃 -19.5.31.금

다시 찔레꽃 -신성- 바람이 다시 찔레꽃이 왔다기에 수풀 우거진 녹음을 지나 다시 핀 찔레앞에 서 반가이 인사한다 벌써 일년이 흘렀구나 세월이 돌고 돌아 긴 시간이 지났어도 찔레꽃 하얀 미소 그대로 신부처럼 웃고있구나 변치 말자 변치 말자 내년 이맘때 다시 만나도 내려놓지 말자 지지 말자 다시금 하얀 웃음으로 서로를 반겨주자 익숙한 반복이라 외면치 말고 새 향기 펜을 들고 새 여름을 끄적이자 새 사랑을 찔러대자 너는 나의 영원한 신부 찔레꽃 *다시 핀 찔레가 반가워 한참을 정원 공원을 거닐다 벤치에서 향기를 머금는다​

외할머니 발톱

외할머니 발톱 -신성- 발톱과 살이 닿은 경계 잘라낼 부분과 자르지 말아야할 부분 투명하지만 뚜렷한 잠정 합의된 휴전선 잘라낼 걸 자르지 못해 노력이 수포가 되고, 자르지 말 걸 잘라버려 온 몸이 전율하며 전쟁이 일어난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혼자 발톱을 못깍으셨지 가끔 가서 깍아드리면 그렇게나 기뻐하던 시절 익숙치 않은 경계가 익숙해지기까지 숫한 전쟁이 지나갔었지 경계와 경계를 구분하는 것 질량와 파동 사이 존재와 힘 사이 속도와 마찰 사이 그어진 선을 넘지 말라는 중립의 엘로카드 길을 걷듯 익숙한 선을 지나다 모르는 경계에 대한 욕심 반 호기심 반 모호한 경계에서 한바탕 다툼이 일어난다 어디까지 버리고 어디까지 지켜야할까 사소한 발톱을 자르는 찰나 익숙한 경계를 건드려놓고는 감전된듯 소스라치기 놀라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