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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께 안부 -19.7.18.목

두려움께 안부 -신성- 일상의 배가 지루할땐 두려웠던 바다로 뛰어듭니다 거대한 물결에 휩싸이며 살아야할 이유를 물어봅니다 쉽게 하루가 살아지듯이 쉽게 살아지는 나를 때려봅니다 거대한 암흑 속 까만 동공에 대고 궁금했던 추억을 꺼내봅니다 내가 여기 사는 이유 너가 거기 사는 이유 아무렇게나 외쳐대도 아무소리나 되돌아오는 신기한 생의 메아리를 날려봅니다 두려움을 건너 낮선 반대편에 다다르면 아직도 살아있는 생생함에 두귀를 대고 두근거려봅니다 헐떡이는 삶의 요철에 쿵쾅 쿵쾅 예 아니오 예 아니오 있다 없다 있다 없다 분명한 정답도 없이 확실한 대답도 없이 이것저것 삶의 좌표를 질문해 봅니다 * 한강의 출렁거림 그 거대함을 건너가는 이유는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만큼 감긴 의미가 깊다​ ​

이별 하나씩 -19.7.17.수

이별 하나씩 -신성- 결국은 떠날 꺼니까 결국은 멀어질 꺼니까 결국은 만날 꺼니까 웃으며 보내줍니다 더 좋은 곳 가서 더 좋은 사람 만나 더 좋은 인생 살꺼라 서로의 마음을 닮았기에 이젠 웃으며 보내줍니다 험난했던 추억은 해변의 모래알갱이로 뿌려둡니다 파도가 치면 굵은 아픔도 가는 바다의 해변이 되겠지 걷다보면 어디쯤인지 더듬어도 못찾겠지 이젠 멀어진 이별이 반갑습니다 저 먼 해변이 아름다운 풍경인 것처럼 *회사 동료가 퇴사를 한다는데 잘되서 나간다니까 기쁘다​ ​

지겨운 하루 -19.7.16.화

지겨운 하루 -신성- 강력한 하루 물살을 가르지 못해 죽은 듯 배를 까고 수면위를 떠다녔구나 기적을 만나야할 간절함도 없이 널 보며 웃음 한번 건네주질 못했구나 시간 따라 떠내려가는 마음 잠시도 내곁에 붙잡아 두질 못했구나 사랑도 꿈도 시쿤둥히 채찍질에 내게 올까 내 욕심이 과했구나 하루가 지나는데 지나간 흔적도 없이 가지않는 시간을 붙들고 지겨운 생명을 꺼뜨렸구나 설레임도 없이 창조된 새날을 침묵하며 송장처럼 잘도 나를 살해했구나 지겨웠던 오늘 나는 다신 만나지 말자 밋밋한 경이로움은 다신 아는채 말자 * 반복되는 업무와 관계와 스트레스는 딱히 정답이 없기에 마음을 바꾸고 긴장감을 소환할 필요가 있다 ​​​​

반지의 이웃 -19.7.15.월

반지의 이웃 -신성- 손가락 굵기를 잊어 둘레를 걸어보았다 헐벗은 손가락 열개 간만에 굴곡을 스다듬어 보았다 말없이 날 가리키던 하나에게 둥근 반지 하나를 걸쳐보았다 보석에도 애인에도 말없던 손가락인데 사소한 선물에 꼼지락거리며 살색을 풀고 반짝인다 사소한 챙김이 이렇게도 기쁠 일이냐 나외 것 잡느라 분주했던 아귀 긴장을 푸르고는 스다듬어주었다 곧 남은 아홉 생애에게도 둥글게 반짝이는 생을 선물해야겠다 *홍대산책하다가 반지하나 끼워보았다 ​​

기적의 주기율

기적의 주기율 -신성- 당연한 듯 숨을 쉬다 쉬던 숨이 멈춰섰을 때 다시 쉬어야하는 간절함으로 가슴에 텅빈 호흡을 담으며 쉬는 박자를 가다듬는다 당연한 듯 뛰던 심장이 갑자기 멈춰섰을 때 꺼질지 모르는 긴박함으로 두근거리던 설레임을 찾으며 심장이 뛰는 속도를 맞춘다 당연한 듯 먹던 끼니를 며칠씩 굶어견딜 때 메말라가는 절박함으로 진설된 맛을 기념하며 배고픈 허기를 채운다 돌고도는 일상은 잘 짜여진 자연속 널부러진 보석들 오늘도 흔해빠진 나를 붙들어 잘 살으라 채찍하는 기적의 주기율 * 무언가의 반복은 무엇가를 향한 갈망의 돔이다​​ ​

몸이 몸되게 -19.07.13.토

몸이 몸되게 -신성- 몸이 몸되게 육체가 육체되게 허(許)하라 입이 입을 빨아도 눈이 눈에 꽂혀도 귀가 귀에 솔깃해도 코가 코를 흘려도 가슴이 가슴을 안아도 손이 손을 잡아도 발이 발을 밟아도 등이 등으로 누워도 당연한 것이다 그것이 몸인 것이다 그것이 육체인 것이다 그것이 나인 것이다 몸이 육체되게 육체가 몸되게 몸이 나되게 내가 육체되게 붙들었던 영혼을 허(許)하라 이제는 자유로이 놓아주어라 *옥상에서 태닝을 하는데 날씨가 흐리다​ ​​

밖의 집 -19.7.12.금

​밖의 집 -신성- 안에만 있을 수 없으니 밖에다 집을 지읍시다 비가 오지 않으니 지붕은 버립시다 풀숲이 우거져 있으니 벽도 버립시다 나만 들어가 살꺼니 문짝도 버립시다 잠시 묵었다 갈거니 살림도 버립시다 햇살이 따사로와 이불도 버립시다 강물이 찰싹이는 풀숲 너른 바위에다 지읍시다 아무도 없는 아무것 없는 거기에다 지읍시다 아무도 못 보게 시선을 꽂읍시다 아무말 못 하게 침묵을 외칩시다 아무도 못 오게 홀딱 벗고 누읍시다 아무도 못 눕게 먼저 잠을 청합시다 지쳐 골아떨어진 나에게 팔베개를 뉘어줍시다 저 넓다란 꿈나라 은하수 강물이 찰싹이는 풀숲에 다시금 처소를 지어줍시다 * 한강을 따라 바위를 거닐며 산책하니 괜찮은 쉴곳이 많다​​​​

뭐라 속삭이는가 -19.7.11.목

뭐라 속삭이는가 -신성- 첫 눈을 뜨며 나를 깨울 때 나는 뭐라 속삭이는가 오체를 움직이며 내게로 들어갈 때 나는 뭐라 속삭이는가 첫 거리, 첫 버스, 첫 눈빛을 대할 때 나는 뭐라 속삭이는가 하루의 끝, 업무의 끝, 관계의 끝을 맺을 때 나는 뭐라 속삭이는가 현관문에 다다라 조용한 내 마음을 열 때 나는 뭐라 속삭이는가 어두움이 더듬더듬 내 침대를 스다듬을 때 나는 뭐라 속삭이는가 눈꺼플 사이로 마지막 호흡을 내쉴 때 나는 뭐라 속삭이는가 침묵을 깨우며 나에게 그리운 나에게 나의 목소리는 뭐라 속삭이는가 * 하루의 시작과 끝에 나에게 기쁨과 감사를 읊어주지 멋할땐 좀 많이 미안하다​ ​​

영혼에게 묻다 -19.7.9.화

영혼에게 묻다 -신성- 영혼에게 묻는다 씨앗이 심겼는가? 그렇담 그대로 두어라 억지로 키우려 마라 진실을 심었다면 진심을 묻었다면 그것이 자랄 것이다 언젠가 영혼을 흔들며 마음을 통채로 삼키며 덩그러니 열매하나 던질 것이다 그러니 그대로 두어라 *믿음을 가졌다면 온전히 유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