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숯불에 굽자
-신성-
불에 타
까맣게 죽은 숯이
다시 빨간 살을 도려내며
불에 타 살았다
별처럼 자욱한 과거를
불싸개로 던지며
함께 했던 뛰는 가슴을 부둥켜 앉고서
너가 타고 내가 타고
함께 타는 몸뚱이는
황홀한 마침이여라
살점 한점 뚝 때 내어
"내 살이니 받아먹어라"
순수했던 세월은
몰캉한 살코기가 되어
딱딱한 뼈다귀에 붙어 옹알대고 있다
죽어버린 고기다
익어버린 고기다
타기전 먹혀질 고기다
이제 육체의 연약함은
한줌 제물이 되거라
익어가는 것이 무엇이냐
태우되 태워선 안되는 것이지
먹기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이지
타는 열기
소멸하는 고기를 빙빙 돌며
강강수월래
불에서 뛰쳐나온 익은 비명을
자해하는 칼날이여
"다 이루었다"
고기를 삼키는 맛은
시신을 삼키는 맛과 같을까
살았다 막 죽은
싱싱한 죽음을 씹는 맛
한방에 훅 토해 죽은
아직도 하악대는 거칠은 생명의 맛
"수고했다"
마지막 남은 미련을 짜내며
다시금 한바탕 요동칠
까만
숯불에 굽자
*간만에 집에서 그릴파티를 했는데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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