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39

비슷비슷 양찾기 -23.11.12.(일)

비슷비슷 양찾기 -박원주- 양을 잃어버렸다. 조금전 함께 있던 양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잃은 양을 찾으러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나. 가까스로 양을 찾아 안으며 가쁜 숨을 고르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잠시뒤 다른 양들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무관심에 잃은 양이 한두마리가 아니다. 양을 다 찾을 수 있을까? 양을 다 알 수는 있을까? 양을 다 알고는 있을까? 양들은 어떻게 생겼었나? 하루가 시작될때부터, 아니 태어날 때부터 엄마가 주었던 양을 떠올리고 내가 어릴적 갖 낳은 양도 떠올리고 초중고, 대학, 군대, 지금까지 내게 있던 양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긴가 민가 내 양들을 세고 또 세다 스르르 잠이 들었는데 신기하게 내가 기억한 양들은 모두 다음날 우리에 들어와 있었다. * 엘베에서 아이가 갑자..

시간의 보폭 -23.11.11.(토)

시간의 보폭 -박원주- 시간이 안 간다. 놀때는 그렇게도 빨리 가던 시간인데 흘려보내려 애를 쓰면 써도 써도 안간다. 왜 느려진 것일까? 똑같은 시간인데. 왜 힘겨운 것일까? 소중한 시간인데. 왜 기쁘지 않을까? 바뀐건 없는데. 바쁘게만 지내서 느린 게 이상한가? 즐거움만 쫒아서 힘든 게 이상한가? 모으고만 살아서 퍼주는게 이상한가? 가지않는 시간에 보폭을 맞춰도 느려지는 호흡에 심장을 맞춰도 시간이 안 간다. 시간이 참 안 간다. * 주말에 아이랑 놀아주는 시간은 참 안간다. 주말에 나혼자 놀던 때는 참 금방 주말이 갔었는데ㅎ

딱 0 맞추기 -23.11.10.(금)

딱 0 맞추기 -박원주 돈이 없으면 거지가 생기고 돈이 많으면 욕망이 생기고. 힘이 없으면 치욕이 생기고 힘이 남으면 교만이 생기고. 시간이 없으면 불안이 생기고 시간이 남으면 잡념이 생기고. 부족해도 문제, 남아도 문제. 딱 맞추긴 힘든 세상, 예측이 어렵다. 몇개 되지도 않는 내 소유를 꺼내 이리저리 테트리스를 끼워 맞춘다. 오늘은 어디서 무엇이 남을려나? * 간만에 시간이 남아도 잡념이 다가오지 않게 열업을 했다

아무일 없는 하루 -23.11.9.(목)

아무일 없는 하루 -박원주- 하루가 끝났는데 아무일도 없었다. 아무일이 없이 하루가 끝나도 되는걸까? 내가 뭔가 놓친 건 아닐까? 아직 어제 하루가 조금 남은건 아닐까? 좋은? 이상한? 나쁜?의 어디쯤 일까? 감사한? 평범한? 지루한?의 어디쯤 일까? 하루가 끝났는데 아무일도 없었다. * 아무일이 없이 하루가 끝나도 되는걸까?

말을 삼키다 -23.11.8.(수)

말을 삼키다 -박원주- 입구를 향해 뛰어나오던 말이 급히 안쪽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직은 나올 때가 아니란다 더 익어라 열매가 자라서 맛난 입가에 안기듯이 아직은 진동하지 말어라 떨려도 너가 떨어지지 않을 때 진동해도 같은 소리가 날때 그때 잠자던 말을 꺼내어 함께 타고 달리자 * 누군가에게 할 말이 간절하더라도 지금 꺼내서 득보다 실이 많으면 나중에 꺼내는 게 세상의 순조로운 이치겠지

카테고리 없음 2023.11.09

경계를 스치다 -23.11.7.(화)

경계를 스치다 -박원주- 서로 다른 존재와 언어들이 가끔 서로 경계에서 이야기를 건다 아이와 어른 현지인과 이방인 고양이와 강아지 지구인과 외계인 이해할 시간도 에너지도 없이 가끔 서로 경계를 두드려본다 오해가 생겨 싸움이 나도 가끔 서로 경계를 건너가 본다 혹시 누가 말을 걸지는 않을까? 혹시 잘못 알아듣지는 않을까? 혹시 오해나 서운함이 없을까? 오늘도 조심스레 경계들을 지난다 숨쉬는 경계들이 평안하길, 꼬여진 경계들이 풀어지길, 커지는 경계들이 부딪히지 않길, 높아진 경계들이 낮아지길, 무너진 경계들이 하나가 되길 기도하면서 스쳐간다 * 베트남 국가조직 체계를 설명하는데 공산당, 주석, 인민.. 참 한국과 용어부터 다르니 이해가 잘 안된다.

머리를 ㅈㅏ르ㄷㅏ -23.11.6.(월)

머리를 ㅈㅏ르ㄷㅏ -박원주- 머리를 자른다 단두대에 머리를 얹고 지나간 세월을 읊으며 찰나의 참회를 한다 삭뚝 한 머리가 잘려 나갔다 함께했던 검은 추억들이 잊혀지길 기다린 듯이 한줌의 재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싹둑 또 한 머리가 잘려 나갔다 아둥바둥 연명하려던 줄이 끊기자 자유로운 연처럼 미련없이 떠나 버렸다 싹뚝 또 한 머리가 잘려 나갔다 성공도 재산도 연정도 모두 쏟아버리고 떨어진 낙엽처럼 다시 피지않을 낙화처럼 내 몸뚱이에서 날카롭게 떨어져 버렸다 싸악뚝 또 한 머리가 잘려 나갔다 매듀사의 머리처럼 애써 보지를 않고 이미 떠나간 검은 것들은 붙잡지 않고 무서운 형량을 감내하기로 했다 깔끔히 잘려진 머리를 두고 단두대에 놓인 매근한 목을 들고 다시 걸어나왔다 다시 길어질 머리가 벌써 목숨을 뚫고 움..

일반인 음소거 -23.11.5.(일)

일반인 음소거 -박원주- 나는 일반 관객입니다. 단정히 턱시도를 입고 연주회를 듣습니다. 콜록 콜록 어디서 기침이 멈추질 않습니다. 그게 나 인걸 알고는 살짝 당황스럽습니다. 나는 일반 성도입니다. 정갈한 자세로 엄숙히 예배를 드립니다. 꾸벅 꾸벅 어디서 누가 상모를 돌립니다. 그게 나 인걸 알고는 좀 부끄럽습니다. 나는 일반 국민입니다. 다수의 의견을 따라 평범한 삶을 살아갑니다. 누가 정치 기사를 읽고 벌컥 욕을 합니다. 그게 나 인걸 알고는 괜히 민망합니다. 나는 일반 정상인입니다. 두다리 두팔 멀쩡히도 살아가기 바쁩니다. 한 사람이 난데없는 차에 팔 하나를 잃었습니다. 그게 나 인걸 알고는 한참을 울었습니다. “나는 일반인입니다” “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나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과..

나는 음력 생일을 쇤다 -23.11.4.(토)

나는 음력 생일을 쇤다 -박원주- 옛날엔 달과 함께 시간이 흘렀다. 달이 차고 기울고 보름에서 보름까지 시간도 생일도 달과 함께 흘렀다. 전기가 들어오고 세상이 밝아지자 둥근 달은 까만 밤 속으로 잊혀졌다. 나는 아직 음력 생일을 쇤다. 매번 바뀌는 비번같이 기억은 어렵지만 내가 자란 옛 추억을 곁에다 두고 산다. 밤 늦게 야근하는 날이면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달이 기울었나 별이 더 밝나 지나간 세상을 까맣게 칠한다. 어릴적 쥐불놀이 둥근 달이 오늘 밤도 떴구나 그때 깡통보다 더 깡통같은 세상을 태워줄 달이 오늘도 시원스레 떴구나 어릴적 은하수를 밝히던 그믐달이 오늘 밤도 별들을 키질 하는구나 그때 청마루보다 더 빈 세상에서 두런두런 이야기 나눌 별이 오늘도 내곁에 떠있구나. 이맛에 나는 아직 음..

오늘 땡땡이친 놈에게 -23.11.3.(금)

오늘 땡땡이친 놈에게 -박원주- 매일이 반복되는 인간이, 매일이 규칙적인 인간이, 매일이 할일뿐인 인간이, 어느 작은 의지와 용기로 땡땡이를 친다면? 우선순위를 정하였구나! 삶의 기쁨을 발견했구나! 설레는 하루가 되었구나! 어제와 다른 오늘을 발견해서 더 좋았지? 더 즐거웠지? 응원하고 토닥여주자! 그 땡땡이는 허송세월한 수많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맹글었으니 캐캐묵은 한 자아를 벗어버렸으니 남 눈치에 찌든 시선을 잘라버렸으니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시발점이 되었으니 즐거움과 행복, 더 숭고한 가치를 찾아 떠났으니 땡땡 대신 딩동댕으로 딱딱해진 어깨를 한번쯤 주물러주자 * 세미나를 하는데 길어서 지인 것만 듣고 나머진 건너뛰기로 했다. 할일이 많으니 자리는 그정도만 지키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