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엔 눈이 왔다는데
-박원주-
고향엔 눈이 왔다는데,
어머니 잘 지내시죠?
베트남은 이제 가을이라 선선하기만 합니다.
가끔 드는 가을 태양 빛에
옛 고향 생각이 문득 나네요.
고향엔 첫눈이 왔다는데,
어머니 무탈하시지요?
베트남은 오토바이가 많습니다.
그래도 사고 없이 달리는게 신기합니다.
처음엔 낮설던 이방땅 야자수도
이젠 길가에 익숙한 가로수 같네요.
고향엔 첫눈이 왔다는데,
어머니 별일 없으시죠?
옛 추억처럼 첫눈이 눈가에 내리네요.
간밤에 소복소복 마당에 눈이 내렸었지요.
아궁이 군불에 익은 고구마도 까먹고
고양이 밟을 새라 온 마당을 휘 휘젖고서
동내 아이들 우르르 모아 온동네를 누볐지요.
눈썰매, 눈싸움, 눈사람, 썰매타기,
하루가 눈과 함께 내리고
하루가 눈과 함께 녹았지요.
고향엔 첫눈이 왔다는데,
어머니 춥지는 않으시죠?
멀리서 전한 소리라 멀게 들리진 않는지?
멀리서 전한 온기라 식어버린 건 아닌지?
가끔 전하는 안부인사가 돼버려
이제는 그려려니 하게 되네요.
고향엔 첫눈이 왔다는데,
언제 다시 첫눈을 볼 수 있을까요?
언제 다시 어머니 찾아 뵐 수 있을까요?
고향엔 첫눈이 왔다길래
다시 만날 첫눈처럼
어머니 얼굴을 고대해 봅니다.
* 한국에서 11인데 벌써부터 눈소식을 전하니 고향 생각이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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