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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보존의 법칙 -23.10.13.(금)

노동 보존의 법칙 -박원주- 태초에 저주가 계시니라 저주는 일을 낳고 일은 저주를 낳고 쉼 없는 저주 속에 인생이 살다 죽는다 쉴 수도 없고 노는 꼴도 못보는 인간들 속에 일은 저질러지고, 저질러지고, 일이 생기고, 생기고, 죽다 되살아난 좀비처럼 새로운 일감이 매일 부활한다 그래 일을 끝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지 그래 끝내고 쉬겠다는 생각을 버려야지 언젠가 저주가 끝나겠지 언젠가 일이 끝나겠지 언젠가 쉴 수 있겠지 그렇게 좀비같은 일을 좀 떠넘기며 빡빡한 일~생 쉬엄쉬엄 살아야지 * 국감 시즌이라 요구자료도 많고 연말이 다가오니 사업도 마무리해야하고 그렇게 일이 많구나

잠재적 반역자 -23.10.12.(목)

잠재적 반역자 -박원주- 먼저 인간세계엔 위계질서가 있었다 해! 하지마! 0, 1, 온라인 세상이 열리기 전 예스, 노의 세계은 이미 존재했었다 그리곤 인간세상은 권한의 사슬의 얽혀버렸다 동물의 세계보다 더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피라미드. 아래로 아래로 무거운 중력처럼 내려와 마법처럼 예스, 노, 두단어를 현실로 만들어버렸다 명령은 수많은 것들을 건너뛰어 버렸다 상황도, 시간도, 비용도, 절차도, 모든 것은 그냥 한마디로 끝나 버렸다 되돌릴 수도 없는 말인데 어떨땐 참 아쉽기만 할 뿐이다. 우리 헤어져! 상대에게 하는 이별통보처럼 걷잡을 수 없는 결말로 끝나버렸다 죽어! 명령이 발동되었다. 어디까지 지킬지 언제 반역자가 될지 명령이 내 귓가에 도착하기 전까진 아무도 다음을 모른다 오늘도 조용히 명령을 ..

인생 워밍업 -23.10.11.(수)

인생 워밍업 -박원주- 자동차 예열처럼 운동 전 준비운동처럼 사랑 전 애무처럼 인생도 한 절정을 향해 몸을 풀고있다 언제까지 준비해야 할까? 가르쳐주는 이 없이 침묵으로 생을 이어도 이때다! 싶을 때, 그 찰나 뻥~하고 터져야 한다 팝콘처럼, 폭탄처럼, 장대높이뛰기 봉 앞, 굽이치는 허리처럼, 찰나의 절정을 놓쳐선 안된다 개구리 물 삶듯 둔감해 하지도, 지루해 하지도 말자 절정을 향해 참고 또 참다가 이때다! 터져야할 순간, 모든 움추렸던 무게를 날려버려라! 쏘아진 인생이 한없이 떨어져도, 정상에서 야호 한마디 남겨도, 미련이 없도록 뻥~! 한순간 폭발로 모든 것을 태워야 한다 그 빛으로 그 빅뱅으로 새로운 우주를 피워내야 한다 * 신입 직원에게 업무를 가르쳐주는데 워밍업을 간만에 하는 모습을 보며 인내..

아기 신입 -23.10.10.(화)

아기 신입 -박원주- 응애~ 새로이 이곳에 왔습니다 머나먼 과거를 버리고 새로이 이곳에서 삐걱삐걱 만남의 요철을 다시 맞춰보려 합니다 응애 모든 게 낮설고 버겁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연약한 인생 하나 몸뚱이 하나 부러지지 않게 쓰러지지 않게 한번 더 챙겨봐주길 애티는 눈망울로 호소해 봅니다 함께 잘 해보아요 응애 내 출생을 축하해 주세요 비록 할 수 있는게 없어도 굳이 당신을 번잡하게 만들어도 똥오줌 손가고 힘들다 뚝뚝 울어대도 .괜찮다 .잘 자라라 .아프지만 마라 .잘 견디고 잘 살아내라 내 미래의 발음을 응원하며 .그래그래 토닥여주세요 응애 * 회사에 신입이 들어왔다. 아직 모든게 낮설텐데 잘 헤쳐나가길 응원한다.

돈 어르神 -23.10.9.(월)

돈 어르神 -박원주- 아는게 많지 가진게 많지 손해보는 건 없지 언재나 열던 익숙한 지갑처럼 내 생각 속으로 돈이 입금되고 잔고는 행동으로 지출된다 잘못된 걸 알면서 잘못된 걸 선택하는 어른들. 습관처럼 때묻은 잘못은 다시 또 도돌이 되풀이되고있다 매일 의식하지 않으면 아니 의식해 보면 어느새 내 생각 속으로 돈이 입금되고 쏟아지는 지폐를 따라 나는 길을 나서고 있다 마이너스? 손해보는 지갑은 열리지 않는 어른이 되었다 마이더스? 돈으로 모든 걸 계산하는 大장부가 되었다 아 이런, 나도 그 어르神이 되어버렸다 *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도 병원비, 유치원비 등 이해타산의 머리가 돌아가고, 무엇을 숨길지 어떻게 말할지 고민하는 어른이 싫다

라인 업date -23.10.8.(일)

라인 업date -박원주- 줄을 서시오! 인생은 줄서기 매일 펼쳐진 선택의 기로에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향해 과감한 배팅을 서슴없이 한다 줄을 서시오! 이 줄이 좋기를, 이 선택이 옳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두손을 모으고 신념의 VAT(부가가치)를 마구 뿌린다 줄을 서시오! 판돈은 나. 내가 곧 왕이 되고 내가 곧 댓가가 된다 줄을 서시오! 어디가 긴줄인지 어디가 썩은 동앗줄인지 사태파악할 시간도 없이 그저 인과론에 나를 던지며 질긴 인생을 시험해 본다 줄을 서시오! 긴 줄을 보면 다른 길 없나 두리번 거리고 빈 줄을 보면 (잠시 좋다가) 사람이 없나 두리번 거린다 줄을 서시오! 한 고개를 무사히 넘으면 운명은 지랄맞게 다시 내게 다음 줄을 당기라 밀어 넣는다 줄을 서시오! 죽었는데도 줄을 서야..

인생 믹서기 -23.10.7.(토)

인생 믹서기 -박원주- 시간도 - 내 인생도, 질량도 - 내 자원도, 에너지도 - 내 힘도, 그저 배운 공식처럼 유한 유한하다 내가 쏫아부은 시간과 열정은 곧 내 인생을 갈아 어딘가에 담는다 등가 교환이란 육식의 법칙 속에 우리는 누군가의 에너지를 먹고 먹히며 산다 지금의 나는 누군가가 갈려진 일부, 누군가가 쏟았던 열정, 누군가가 쓴 시간, 인생이였구나 날 만든 모든 원인들에 그저 감사해야겠구나 오늘 나도 어떤 인생 속으로 날 갈아넣는 중이겠지 힘든 일부들아 잘 가거라 * 육아로 아이와 시간응 보내는 시간은 나를 갈아넣는 체력전이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꽃 물고기 -23.10.6.(금)

꽃 물고기 -박원주- 분주히 시간 속을 떠내려 가다가 강가에 핀 꽃송이에 눈길이 머뭅니다 꽃들이 핀 줄도 모르고 떠내려왔었네요 색도 다르고 모양도 다른데 저마다 영혼이 선물처럼 안아주네요 나를 위해 피어난 응원들 나를 위해 함박핀 웃음들이네요 아참 우리 이 시간 이 곳에서 서로 피기로 약속했었지요? 아참 나는 피어나는 꽃들속을 헤엄치기로 한 물고기였지요? * 베트남은 꽃들이 참 많고 다양하고 이쁘다. 기술의 발전으로 휴대폰으로 그 사진을 담아갈때마다 기쁘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더 기쁘다

죽은 사람, 손? -23.10.4.(수)

죽은 사람, 손? -박원주- 화려한 꽃을 놓으며 그윽한 향을 올려드려요 두손 공손히 합장을 하며 누이신 관을 돌아 보네요 가시는 먼 길 고이 가시길 마지막 인사를 건내 드려요 근데 어디로 가세요? 아님 벌써 가셨어요? 떠나는 분들은 말이 없네요 떠난 분들은 더 없으시구요 떠날 분들이 궁금해 죽겠데요 다들 어디로 가셨어요? 다들 벙어리가 되신거예요? 제가 가서 직접 알아볼까요? 사람들이 발자국을 더듬어봤는데 같이 죽어버린 건지 같이 말이 없네요 참 궁금하네요 알면 대박이겠죠? 그 길도, 속도, 아는 사람이 없나봐요 그래도 언젠가는 누구나 알게 되겠죠? 곧 저도 가서 그 수박 속을 쪼개어 맛보겠네요. * 베트남 지인이 돌아가셔서 처음으로 베트남 장례식장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