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몸보신 제사상 -23.11.15.(수)

별신성 2023. 11. 16. 23:00

몸보신 제사상
-박원주-

“몸에 좋은 거니 먹자”

중후한 냄비는
도자기공이 자신을 빚듯
정성껏 대추를 띄우고 버섯을 우리며
물이 포도주가 되는 마법의 주문을 외운다.

천년 묵은 지네를 위해
산채 바쳐진 제물처럼,
누군가의 진액을 마셔야 사는
드라큘라의 전설처럼,
몸에 좋다는 건 다 때려넣고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 우리고 있다.

불쌍한 몸에 좋은 거사.
가엾은 몸에 좋은 거사.
한곳에서 땅만 먹고,
사시사철 시간을 먹고,
희귀함을 먹고 자라나선,
피라미드 꼭대기에 앉아있던 야민인에게
결국 잡아 먹히고 마는구나.

몸에 좋으면 뭐든 먹겠다는 야만인은
오늘도 몸의 식탐을 위해
싱싱한 제물들을 찾아 해메이는데
멋모르는 중생들은
헬스다 비타민이다
싱싱한 제물 가꾸기에 여념이 없구나.


* 보약 느낌나는 샤브샤브 집에서 동충하초랑 버섯 야채 듬뿍 고아먹고 나니 몸이 좋아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