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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새해 -23.1.1.(월)

중고 새해 -박원주- ”12.31.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목욕 제계하고 새 마음으로 포멧하세요. 자~ 1.1. 새해가 밝았습니다. 모두 고개를 드세요.“ 두리번 두리번. 어디서 많이 보던 나. 어디서 많이 보던 일상. 누가 누구야? 뭐하나 바뀐게 없어서 살짝 당황하다가 중고 새해란 룰 -해아래 새것은 없다-에 이내 적응하고 일상이란 게임으로 돌아갔다. 새(new) 놈은 어딨어? 누가 누구야? 못찾겠어. 어영부영 시간이 갔다. 설렁설렁 하루가 갔다. 그렇게 1.1.이 져물었다. “밤이 되었습니다. 마피아는 새(new) 놈을 죽이고 작심삼일하세요. 자~ 1.2.이 밝았습니다. 모두 고개를 드세요.” * 새해 아침 어영부영 보내니 하루가 금방 가버렸다.

LP끝판 홈 -23.12.31.(일)

LP끝판 홈 -박원주- 우리는 태어난 첫날도 죽어나갈 끝날도 볼 수 없어서 이렇게 징하게 처음과 끝을 기리나보다. 마지막날, 다시 올 첫날에 감사했지만 언젠가 다시 못볼 첫날에도 감사할 수 있을까? 팔딱대는 물고기처럼 모든 것이 유한한데 마지막날, 영원을 꿈꾸며 두눈과 두손을 모을 수 있을까? 마지막은 없구나. 그저 한번 꼬인 시간의 매듭만 있을 뿐. 그저 오가는 시간과 인생들에게 “수고했네. 환영하네” 인사만 더할 뿐. 마지막엔 LP판처럼 파인 괘적이 남았다. LP판을 쓰다듬으니 무언가가 울려댄다. 음~ 한해가 추억이고 선물이고 웃음이였구나. 음~ 흘러가도 된다는 작은 연습이였구나. 다시 못볼 내 작은 홈들vvv계곡 사이로 내 인생이 홍수처럼 흘러갔었구나. * 마지막날이라고 생각하니 뭉글하다가도 또 새..

우주의 염색체 -23.12.30.(토)

우주의 염색체 -박원주- 흰 털은 뽀족한 끝에서 거꾸로 자란다. 땅을 뚫고 나오기 싫어서 하늘 끝에서 자란다. 검은털에 붙어서리 단물을 쪽 빨아먹고 버린다. ”나쁜 놈. 너는 염색감이야!“ 태곳적부터 시작된 치열한 흑백의 싸움은 염색하는 날 원래의 검은 우주로 몽땅 복귀하였다. 검은 털 달린 동물들은 왜 털이 나는지 왜 털이 검은지 왜 끝없이 계속 자라는지도 모른채 갑자기 난 흰털에 경악하며 후다닥 뽑아버린다. 우리 백의민족 아니냐 하얀 천사같지 않으냐 하얀 색이 눈처럼 좀더 고결하지 않으냐 그냥.. 늙은 흰 머리가 싫어 나이 들어보이기 싫어 아담과 하와가 걸쳤던 무화과 나무잎처럼 우선 해괴망측한 하얀 죄악을 가리고 본다. 아서라. 나중에 염색할 털도 없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괜찮아요. 우리에겐 가발과 ..

새 쥐 타령 -23.12.29.(금)

새 쥐 타령 -박원주-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 중에는 쥐새끼~ 날지 못하는 쥐새끼 내가 졌다. 그냥 내가 착하게 살께. 그냥 눈치보며, 아니 눈치 안보며 그냥 내가 착하게 살께. 신경쓰기 귀찮은 하찮음의 반격. 그래. 계속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거라. 짜장면집 아줌마 새, 물회집 사장님 새, 커피숍 어중이떠중이 새, 맥주집 푼수 새, 문구점 싸가지 쥐, 회사 짱박힌 모든 벽이 듣고앉았거라. 온갖 잡새가 날아댕기고 쥐새끼가 널부러지고 벽 귓구멍들이 계속 벌렁벌렁 거리거라. * 모임을 개최하는 장소의 사장님이 교회 집사님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어디서든 말조심 행동조심. 세상 참 좁다.

바벨탑 뻐끔기 -23.12.28.(목)

바벨탑 뻐끔기 -박원주- 배암처럼 혓바닥이 갈라지더니 거짓/참, 두 말을 마구 쏟아 놓는다. 바벨탑이 무너져 내리고 우리는 알 수 없는 말들을 옹알대기 시작했다. 너는 나. 우린 서로 무슨 말이 하고 싶은걸까? 단어랑 문법만 끼워맞추면 된다는 확신은 몇마디 옹알이 후 바벨탑처럼 무너져내렸다. 너의 속마음. 띠리리 띠리리~ 놔파 탐지기처럼 읽고 싶구나. 컴퓨터는 0과 1, 두개로 잘도 오예스 하더만, 모스는 점과 바로 잘도 이야기하더만, 쏼라 쏼라~ 유창한 방언들은 한낮 소음 어떤 언어도 서로에게 호소력이 없었다. 떠들어도 모르는 현실을 알아서 숨쉬기 용으로 미심쩍게 입이 뻐끔거리다 눈이 뻐끔거리다 귀가 뻐끔거리다 서로 알아들었단 표시로 OK 사인을 남발하고 그저 미소^^ 중소^_^ 대소^____^ 쌩끗 ..

사랑 콜링 -23.12.27.(수)

사랑 콜링 -박원주- 깜깜한 하나의 밤이 여러 쪽 우주가 되고 하나의 뿌리가 갈라져 우리란 가지가 되었대. 수많은 별과 하늘과 바람과 시 우리 모두는 하나였지. 너와 나, 어디를 떠돌다 하나가 되었듯이 나뉘어진 조각들은 모두 하나가 되려 하지. 널 보며 날 보며 부러워하고 갖고 싶은 것들. 우리 다시 하나가 되고 싶은 탐닉의 열망들. 우리 다시 하나로 되돌아가는 요철의 시간들. 존재와 물질과 생명과 생각을 넘어서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가는거지. 하나가 되려는 것. 하나가 되는 것. 하나가 된 것. 그걸 우린 사랑이라 부르나봐. * 와이프의 생일을 맞아 맛난 음식도 먹고 케이크도 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 항상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넘어 우린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큐 영화 감독 -23.12.26.(화)

다큐 영화 감독 -박원주- 내가 주인공인줄 알았던 인생이 알고보니 다큐 영화 감독이였네. 모든 걸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서 연출 분량과 카메라 앵글을 고민하기 시작했지. 모든 이를 등장시킬 수 없어서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특이점을 부각시켰지. 줄거리가 없으면 흥행하기 어려워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뼈대도 잡아나갔지. 복선과 클라이막스, 반전! 영화를 더 재밌게 만들려고 욕심도 내고 열정도 시간도 쏟아부었지. 아쉬운 건 주인공이 멋지지 않아서 어떤 장르를 연출할지 항상 고민이란 거야. 등장인물을 컨트롤하기도 어려워서 그냥 막 찍고 편집해서 영화를 만들었지. 이제 영화는 거의 반은 찍은거 같아. 매일 매일 촬영하고 편집하려니 힘드네. 그래도 나중에 멋진 영화가 나올테니까 다들 많이 보러와. 너희 다 조금씩은..

그냥그냥 성탄절 -23.12.25.(월)

그냥그냥 성탄절 -박원주- 성탄절. 예수가 태어난 날인건 잘 모른다. 예수가 처녀에게서 태어난 건 더 모른다. 예수가 평범한 목수로 30년을 살다 33세에 인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건 더욱 모른다. 예수가 죽었다가 3일만에 살아나, 40일간 세상에서 지내다가 하늘로 올라간건 더더욱 모른다. 예수가 나중에 다시 온다는 건 더더더욱욱 모른다. 예수가 자신이 하나님이라고 한 건 절대 모른다. 우리는 중요한 걸 모른다. 기억하라 빨간날을 칠해도 보아도 못 보고 들어도 못 듣고 지나친다. 본질을 알면, 이렇게는 살 수 없겠지. 이런 나를 견딜 수가 없겠지. 거기에 인생 모든 걸 걸었겠지. 그땐 이전 나에서 자유롭겠지. 우리는 중요한 걸 모른다. 모르니까 먹고 입고 자고 ㅇㅇ 그냥그냥 영원히 동일한..

딱딱한 인간 -23.12.24.(일)

딱딱한 인간 -박원주- 말랑말랑했던 인간이 금새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 투명한 알처럼 딱딱한 피부처럼 세상과 인간 사이 생긴 딱딱한 경계들. 자신을 지키려는 건지 연약함을 숨기기려는 건지 딱딱한 껍질은 그의 일부가 되었다. 내 속의 누추함이 흘러나올까봐 내 속의 치부가 드러날까봐 알처럼 깨뜨릴 수도 없어서 달팽이처럼 껍질을 지고 살아가기로 한다. 조개처럼 커져가는 껍질을 부둥켜안고 가끔 속살을 드러내 세상을 파먹다가 화들짝 물살에 속살을 감춘다. 가끔 베베 꼬인 죽은 껍질을 들고 바다 소리가 난다며 신기한듯 듣는다. 모두가 딱딱함에 익숙해져 버렸다. 몰캉한 멘틀 위 딱딱한 지각처럼 금 가고 갈아져도 다시금 딱딱해진다. 행성처럼 굳어진 몸뚱이를 버거워하며 동그랗게 깍고 또 깍고, 돌고 또 돌고있다. 수많..

그분이 그립다 -23.12.23.(토)

그분이 그립다 -박원주- “공지사항 전달드립니다. 1. 예수님이 12제자를 키우셨죠? 우리 모두 12명은 꼭 전도하도록 합시다. 2. 신께서는 부족해서 받는 게 아닙니다. 최고의 것, 가장 비싼 것으로 봉헌합시다. 3. 오늘 예배 뒤 특별 경품추천이 있습니다. 순서지 추첨번호 보시고 끝까지 예배드립시다. 4. 기도시간, 성경읽기, 출석률 보고바랍니다. 최다 득점 구역별로 시상하도록 하겠습니다. 5.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페, 떡집, 출판사 있습니다. 자선단체 후원도 하니 많은 이용 바랍니다. 6. ‘23년 예결위, ’24년 임원 임직식 있습니다. 개최를 위해 많은 기도와 헌신을 부탁드립니다. 7. 성탄절 예배를 통해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도록 유아부부터 성가대까지 무대 발표준비 바랍니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