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우주의 염색체 -23.12.30.(토)

별신성 2023. 12. 31. 10:20

우주의 염색체
-박원주-

흰 털은 뽀족한 끝에서 거꾸로 자란다.
땅을 뚫고 나오기 싫어서 하늘 끝에서 자란다.
검은털에 붙어서리 단물을 쪽 빨아먹고 버린다.

”나쁜 놈. 너는 염색감이야!“
태곳적부터 시작된 치열한 흑백의 싸움은
염색하는 날
원래의 검은 우주로 몽땅 복귀하였다.

검은 털 달린 동물들은
왜 털이 나는지
왜 털이 검은지
왜 끝없이 계속 자라는지도 모른채
갑자기 난 흰털에 경악하며 후다닥 뽑아버린다.

우리 백의민족 아니냐
하얀 천사같지 않으냐
하얀 색이 눈처럼 좀더 고결하지 않으냐
그냥..
늙은 흰 머리가 싫어
나이 들어보이기 싫어
아담과 하와가 걸쳤던 무화과 나무잎처럼
우선 해괴망측한 하얀 죄악을 가리고 본다.

아서라.
나중에 염색할 털도 없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괜찮아요.
우리에겐 가발과 의술이 있으니까요.

자라나는 흰털과 빠지는 흰털과
염색되는 흰털과 검어진 흰털과
다시 자라는 흰털과.. 다시 반복되는 흑백전:||

나이를 먹는 인간과
나이를 토하는 인간의 싸움은
결국 까만 우주의 염색체를 물려받아
까만 우주속으로 떠난-아니 염색된
인간의 실패로 끝났다.

* 염색할때마다 귀찮아서 큰 맘먹고 안하려다가도 어머니와 어린애를 생각해서 다시 염색약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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