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39

가벼운 눈물 -24.1.21.(일)

가벼운 눈물 -박원주- 나는 어디서 울었을까? 흘러간 눈물을 찾아도 지워지고 없고 떨어진 눈물을 더듬어도 말라버리고 없다. 홍수처럼 지나간 사랑처럼 화살처럼 날아간 슬픔처럼 지진처럼 흔들던 분노처럼 격정의 때 뜨거움을 나누고 떠나버린 눈물. 밀려오는 배신감과 허망함에 또다시 나는 눈물을 버린다. 나는 언제 울었을까? 태어나 우는 것 밖에 못했던 못난이가 이제는 가끔만 울어 눈물을 지었는데 그 울컥했던 눈물은 그저 닦으면 끝이였는가? 아파서 베인 자리는 상처라도 있건만 격정의 눈물이 흐른 자리는 마르면 끝이였는가? 기쁨을 더듬어 아픔을 더듬어 눈을 찔러 눈물을 짜보아도 보석같던 눈물은 어디에도 없다. 살을 꼬집어 생시인걸 확인해도 꿈같이 눈물은 사라지고 없다. 나는 왜 울었을까? 엄마에게 그렇게도 ‘왜’라..

Made in 알찬 하루 -24.1.20.(토)

Made in 알찬 하루 -박원주- 프롤로그: 아침 잠을 푹 자고 폭신한 침대에서 일어나면 화사한 햇살과 새소리가 새아침을 알린다. 푸른 해변을 따라 고운 모래에 조깅을 마치고 개운한 샤워 후 잔잔한 음악을 듣는다. 간단한 아침식사와 모닝커피를 마치고 창밖 바닷가를 보며 조용히 책을 읽는다. 뜨는 태양처럼 열심히 버킷리스트들을 하나둘 마치면 어느새 수평선 구름사이로 노을이 물들고 반짝이는 별들 사이로 감사기도를 마치고 다시 폭신한 침대에 누워 새아침을 준비한다. 에피소드: 내 하루는 나혼자가 아니였네 연인과 둘이, 새끼까지 셋이였네 에필로그: 알찬 하루는 만들어졌을까? 알찬 하루는 어떻게 부화했을까? -the 하루가 길다- * 아이랑 아내랑 간만에 좋은 날씨에 민속학박물관도 가고 카페에서 맛난 음식에 커..

눈동자의 배율 -24.1.19.(금)

눈동자의 배율 -박원주- 숲이 이쁘냐 나무가 이쁘냐 하늘이 이쁘냐 구름이 이쁘냐 바다가 이쁘냐 소라껍질이 이쁘냐 팔은 안으로 잘 굽고 눈은 가까운 게 잘 보이고. 스치던 풍경을 가까이서 보면 다시금 풍경이 있고 다시금 우주가 있고 사연이 있고 내가 있다. 한발짝 가까이 다가가 열린 눈동자에 손을 넣고서 까만 우주속을 더듬어 날 닮은 나를 데리고 나온다. 평범했던 풍경에 나를 꺼낸 곳 나를 그려 넣자 풍경이 이쁘다. 그림이 너무 이쁘다. 항상 거기 걸린 풍경을 지날 때마다 내 얼굴엔 미소가 인다. 새 붓질이 그려진다 새 풍경이 그려진다. 너 속에 내가 점점 많아진다. * 식사전 식당을 오르면 무심코 지나간 그림. 식사 후 가까이서 그림을 보니 숨겨진 내 모습에 감탄을 한다.

유행의 파도 -24.1.18.(목)

유행의 파도 -박원주- 한 파도가 치자 한 파도가 따라쳤다.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게 누가 따라 하는지도 모르게 넓은 바다 촘촘히 파도들이 매웠다. 이전 파도를 닮아 태어나 다음 파도를 배워 닮아갔다. 같이 따라 춤추며 ‘나’란 파도가 되고 같이 따라 춤추며 ‘모두’란 바다 속에 숨어버렸다. 모두가 춤추기에 나도 따라 춤추고 모두가 멈추기에 나도 따라 멈추고 모두가 잠들기에 나도 따라 잠들었다. 한 파도는 해변 모래속에 잠들고 한 파도는 어촌마을아이 귓가에 멈추고 한 파도는 지평선 밤하늘 별과 함께 춤췄다. * 모임이 길어져 잠시 티브레이크 시간을 가졌는데 하나둘 다 떠나니 나도 가야되나 압박감이 밀려왔다.

당연하지! -24.1.17.(수)

당연하지! -박원주-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 줄 안데.” 누군가의 호의가 계속 되었다. 매일 이어지는 생명, 멈추지 않는 호흡, 건강한 신체, 신기한 감각, 지치지 않는 젊음, 고등한 지능, 생각하는 사고, 끊임없는 시간, 아낌없는 공간, 거미줄같은 관계, 사랑하는 가족, 도움주는 사회, 자유로운 나라, 거대한 세계, 푸르른 지구, 애너지원 태양, 무한한 우주, 깨끗한 자연, 기쁨 주는 문화, 동고동락 예술, 편리한 문명, 첨단 기술, 자유 경제, 깊이있는 철학, 공공의 윤리, 삶의 방향 종교, 영원한 사랑, 알수없는 기쁨, 마음의 평화, 서로의 인내, 선물같은 자비, 배려깊은 착함, 부지런한 성실, 부드러운 온유, 선을 지키는 절제 .. ‘내껀가?’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데.” * 지인분이..

성난 메두사 -24.1.16.(화)

성난 메두사 -박원주- 가끔 망막에 내 모습이 비친다. 거울처럼 선명한 상에 “누구지?” 동공을 연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못생겼니?” “성 내는 니 모습이요!” 얼굴은 경직되어 지진난 듯 실룩대고 눈매는 지켜떠 칼에 벨듯 날카롭고 콧구멍은 벌렁대며 콧김이 씩씩대고 입가는 삐뚤빼둘 못마땅해 찡그리고 핏대는 터질듯이 잔뜩 서서 위태롭다. 머리에 뱀 달린 메두사 얼굴. 보고나면 저주에 걸려 하루종일 시무룩 ‘나는 왜 또 참지를 못했나?’ 개복치같은 인내심에 밀려오는 짜증과 후회. 재발방지를 다짐하며 자아성찰과 반성모드. 다시 또 괴물이 나타날까 성을 참고 화를 꺼트린다. 식힌 화가 가라앉아 심연이 무겁다. 다시 또 언제 터질지 모를 휴화산 얼굴 위에 뱀처럼 가느다란 울화가 흘러내린다. 급..

비행하는 비행기표 -24.1.16.(월)

비행하는 비행기표 -박원주- 떨어져라 떨어져라 비행기표 하나 사며 사행성이 발동한다. 떨어지겠지 더 떨어지겠지 취소표 생기겠지 완벽한 여행 욕심에 오늘도 찾아온 결정장애. 주식 하면 패가망신한댔는데 비행기표 하나에 며칠분 인생을 걸었다. 내일은 사야지 내일은 사야지 결국 비싼 비행기표를 이 악물고 지렀다. 김장 때 배추값도 그랬지 여행 때 환전도 그랬지 다 때가 있었다 그걸 또 까먹었을 뿐이네 오늘은 어느 가게서 어떤 걸 사야할까? 내일이 또 막기 전에 미리 미리 사둬야겠다 * 땟때 크라비 갈까 씨엠릿 깔까 루앙푸라방 뉴질랜드 한국 이러다가 높아진 비행기표에 오물쭈물 한다.

전설의 썰풀기 - 24.1.14.(일)

전설의 썰풀기 -박원주- 서로를 향해 소리치면 세상이 바뀔까? 서로의 생각을 깍아대면 세상이 맞춰질까? 설득하고 설득 당하면 우리가 바뀔까? 전설의 썰을 푼다. 조용한 바닷가 서로서로 도란 앉아 공허했던 나날 외로웠던 서로를 걸치고 설익었던 생각을 숯불에 구워 먹으며 딱딱했던 마음을 뜯으며 허기를 채우고 고요해진 마음 속에 던진 한마디. 파문이 인다. 흔들린다. 너가. 흔들린다. 내가. 흔들린다. 우리가. 흔들린다. 세상이. 아 어쩌면 세상이 바뀔 수도 있겠다. * 교회 목사님께서 논리로 설득되지 않는 사람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육아 하산 -24.1.13.(토)

육아 하산 -박원주- 어른이 많은 생각 속에 살아서 아이는 아무 생각없이 걱정없이 살라 하네. 어른이 좋은 것만 찾고 중독에 빠져서 아이는 욕심없이 미련없이 순수하게 살라 하네. 어른이 지금과 여기를 쉽게 버려버려서 아이는 모든 걸 불태우듯 지금 열심히 놀라 하네. 이 고달팠던 육아 이 힘들었던 육아를 마치고 나면 이 쓸데없이 올랐던 어른을 하산하리라. * 주말 아이와 하루를 보내다보면 많은 귀여움 속에 어른의 부족함도 느낀다. 체력도.

영혼이 없네 -24.1.12.(금)

영혼이 없네 -박원주- 사랑해. 내겐 오직 너뿐이야. 공감해. 네 말이 백번 맞아. 힘들지. 진짜 너무 고생했어. ..영혼이 없네.. 한순간 너를 담으려 했던 실수들. 말로만 때우며 스킵했던 눈빛들. 미안. 이젠 매일 생각하며 네 목소리 되새길께. 몸과 마음 네게 붙어 널 먹고 마실께. 내 마음에 깊숙히 네 타투를 세길께. 싱싱한 내 영혼을 보여줄께. * 커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T형과 F형 이야기가 나왔다. 서로 공감하고 영혼을 담아 행동하는 법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