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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연기 대상 -24.1.11.(목)

나 연기 대상 -박원주- 가족 다같이 주말드라마를 보다가 오열하는 슬픈 장면이 나오면 어머니 여김없이 눈물을 흘리셨지. 그때 아버지 한마디 거드시며 “어이구~ 여편네야. 저거 다 연기잖아.” 세상 살면서 제일 필요한게 연기지. 누가 누가 연기를 잘 하나? 부모 역할, 자식 역할, 남편 역할, 아내 역할, 사장 역할, 직원 역할, 대통령 역할, 국민 역할, 짜여진 각본 따라 잘 연기를 해야하지. 연기를 잘 못하면 이번판은 나가립니다. 모든 삶이 연기지. 잘 짜인 각본에 놀아나는 인생이지. 관례다 문화다 예절이다 배려다 벗어날 수 없는 의상들을 걸치느라 시간 쓰고 돈 쓰고 채워야만 넘어가지. 제일 힘든 연기는 “나”란 주연 연기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역할에 이 상황에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 표정을 짓고..

미세먼지의 습격 -24.1.10.(수)

미세먼지의 습격 -박원주-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작다고 받은 멸시가 서러워서 쪼그라져 산 시절이 서러워서 작은 것들이 큰 것들을 공격해 댄다. 작은 뭉치가 돌격하며 큰 것들을 부숴 댄다. 피해자마냥 콜록대는 게 더 얄미워서 파도처럼 뒤덮으며 바다속에 쳐담근다. 세까만 습격에 큰 것들이 찢어지며 결국 항복하고 백기 투항한다. 처음부터 큰 게 어디 있으랴. 작은 것 없는 큰 게 어디 있으랴. 다시 안 작아질 큰 게 어디 있으랴. 작다고 놀리지는 말았어야지. 안 보인다 잊지는 말았어야지. 커지려고만 하지는 말았어야지. 먼지 한줌을 들이킨 큰 것들이 물 밖 뻐끔대는 물고기 마냥 물 속 뻐끔대는 인간 마냥 콜록콜록 숨가쁜 모습이 그저 한없이 가엾고 불쌍하기만 하여라. * 간만에 비가 내려..

연습의 붓칠 -24.1.9.(화)

연습의 붓칠 -박원주- 아기때는 아장아장 걷기 연습 학생때는 삐뚤빼뚤 글쓰기 연습 직장때는 잘부탁드립니다! 사회생활 연습 결혼때는 육아교육 갈아넣기 연습 멀쩡한 내모습 뒤에 얼룩진 연습의 그림자. 덧칠하고 덧칠하면 그려진 유화처럼 연습의 풋칠들은 어느덧 인생을 그려놓았다. 통 통 통 튀며 날아가는 물수제비처럼 할 수 없던 걸 결국 해낸 우리는 모두 능력자. 매일 매일 연습해도 안되는 것들도 언젠가 간절히 이루는 날 오겠지. 엉망진창 어설펐던 오늘 인생도 어느날 웃픈 과거 사진이 되겠지. * 골프 연습하는데 진짜 자세가 안나오고 힘이 들어가서 걱정이다. 언젠가 잘 되겠지.

미래의 메시아 -24.1.8.(월)

미래의 메시아 -박원주 두둥. 괴현상이 생겼다. 누가 현상을 보았다. 누가 현상이 이상하다 한다. 누가 현상이 치명적이라 한다. 누가 현상을 바꾸거나 없애자 한다. 누가 현상을 바꾸기 위해 기존 법을 바꾸고, 정족수 3분의 2 동의를 얻어 투표하고, 시행령을 만들어 세부 규칙과 절차를 정하고, 월 일정 회비를 걷어 운용하고 회계도 보고받고, 정례 호스트를 정해 간담회를 열어 진행상황 검토도 하고, 반대파 설득을 위해 언론홍보도 하고 공청회도 열자고 한다. (...) (’나서면 다하겠지?‘) (...) (’나대면 칼맞겠지?‘) (...) 결국 괴현상은 유지되었다. 현실은 이상과 한발짝 더 멀어졌다. 폭탄은 미래로 넘기기로 했다. 미래에 나타날 메시아에 구원의 믿음을 걸었다. * 모임의 총무가 되니 모임 운..

그 분 목소리 -24.1.7.(일)

그 분 목소리 -박원주- 일이 많아지다 가지치다 꼬여가다 팀장 꼬장과 고참 잔소리에 뚜껑이 열려 ‘아 그만 회사 때려칠까?’ 한숨에 명치가 답답한데, “내가 나를 사랑하느냐?” “당신이 아십니다.” “내 양을 치라.” 돈 없다는 바가지에 아내랑 한바탕 싸우고 묵비권 아이들과 널부러진 집안에 짜증나 누웠더니 잠은 안 오고 밤새도록 온갖 잡생각만 몰려드는데, “내가 나를 사랑하느냐?” “당신이 아십니다.” “내 양을 치라.” 머리 아파 누었더니 허리까지 디스크 오고 되는 일 하나없고 일상이 지루하고 우울해서 ‘왜 살아야할까? 죽는게 낫지않을까?’ 자포자기 하는데, “내가 나를 사랑하느냐?” “당신이 아십니다.” “내 양을 치라.” * 나를 배반한 사람을 찾아가 사랑하냐고 묻고는 그를 다시 쓰신다. 진정 존경..

세상 필드 -2024.1.6.(토)

세상 필드 -박원주- 연습 때는 잘 됐는데 실전에선 꼭 안된다. 뭐가 문제야? 내가 다 알고 있다는 망상의 벙커. 내가 다 할 수 있다는 오산의 해저드. 필드는 평평하다는 천동설의 믿음은 등고선 위 달팽이관이 돌자마자 무너진다. 내가 모르는 변수들이 널부러진 세상. 나란 변수도 같이 넣고푸는 고차방정식. 짱박혔던 변수들이 두더지처럼 튀어나와 짜잔~ 실력발휘하는 필드에 내심 놀란다. 오늘은 공이 어디로 날아갈까? 페어웨이에 순항하길 벙커에 빠지지 않길 최대한 짧게 도착하길 기도하지만 나란 변수가 휘둘러대는 폼을 보니 오늘도 망했네~ 쳐맞고 날아가 잃어버린 공에게 미안하구나. 허리가 아프다고 해야지. 어깨도 아프다고 해야지. 겸손한 점수만큼 겸손한 병자가 되야지. * 골프장 필드에서 잘 안되서 고민이 많아서..

울타리 고민 -24.1.5.(금)

울타리 고민 -박원주 울타리. 살아있는 것들은 깨물어서 아픈 저만의 새끼 발가락이 있다. 땅에 박힌 고구마를 쑥~하고 당기면 “여기까지 하나요” 딸려오는 줄기가 있다. 울타리. 죽은 모든 것들은 울타리가 없어서 누구는 어디까지라 부르기가 버겁고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울타리가 있어서 말뚝을 박으랴 말뚝을 넓히랴 견디기 버겁다. 울타리. 나에게 집중할지 너에게 확장할지 하나는 둘로 쪼개기 아프고 둘은 하나로 합치기 아프다. 울타리. 깊이와 넓이 사이 어느쪽을 택할지 오늘밤도 물 한모금 마시는 잔 뿌리들이 고민이 깊다. * 협력 회사 창립기념행사에 초청받아 갔는데 너무 내부 행사라 굳이 외부 사람들을 초대해야했나 좀 무리수 같았다.

MBTI 우리 -24.1.4.(목)

MBTI 우리 -박원주- 어디서 태어났어? 혈액형이 뭐야? MBTI가 뭐야? 궁금해서 심심해서 인사치례로 취조의 30고개를 넘어가면 희미하게 그려진 누군가가 있다. 아 넌 이런 사람이구나. 아 내 선입견은 이렇구나. 크기만 다른 우리 속에 우리를 가두어 놓고 애써 우리를 키우려 했구나. 이젠 이쁜 새장을 떠난다. 하늘로 바다로 바람 부는대로. 누군가 알려준 비밀에 솔깃하지 않고 아무도 없는 투명한 에덴동산에 가서 벗은 서로의 첫 모습에 걸맞게 첫 이름을 붙여주리라. * 세미나를 위해 MBTI를 검사하라는데 정식 버전을 받아야한다고 해서 받았더니 인터넷이랑 별만 다르지 않았다.

삶 마시지 -23.1.3.(수)

삶 마사지 -박원주- 운동만 했는데 왜 뭉치냐? 열심히 살았는데 왜 뭉치냐? 마음의 열심은 몸의 고통이 되고 누군가의 성실은 누군가의 상실되고. 바리바리 싼 ㅇ뭉치처럼 열심은 성실을 가장한 욕심이였다. 뭉치지 말어라. 이제는 풀어라. 숨쉬기 운동처럼 뭉친 몸을 (들이) 쉬고 (내) 쉬고 뭉친 삶을 (들이) 쉬고 (내) 쉬고 하늘 나는 연처럼 실패를 감았다 풀었다 감았다 풀었다 떨어지지 않으려, 더 높이 날으려, 애쓰지 않고 생을 감았다 풀었다 감았다 풀었다 하늘이 넓고 바람이 불어오니 연줄의 수평선 위에 메달려 그냥 떠 있으면 된단다. * 레슨 받다가 시간이 남아서 운동을 너무 과하게 했더니 어깨가 뭉쳤다. 안마를 받고 와서 좀 나아졌다.

콜라주 빅픽처 -23.1.2.(화)

콜라주 빅픽처 -박원주- 날 생각해주는 걸까? 날 생각해주듯 그린 큰 그림일까? 돈으로 돌아가는 1(일)상. 사랑도 목적도 다 돈인 2(이)상. 돈이 덕지덕지 붙은 콜라주 3(세)상. 빅픽처가 성공한다는 자본주의 4(사)상. 어디까지 돈인지 이건 돈이 그린 그림인지 보이지 않는 손에 또 코가 베인다. 그대에게 나는, 하나의 그림인가요? 아니면 그림의 부분인가요? 그대의 시선이 돈을 보고있을 때면 내 마음은 깊이 동전마냥 침전하오. 우리 만남이 돈으로만 이어질 때면 언젠가 끊어질 여린 인연에 배신감이 밀려오오. 복선이 밀려오오. * 가끔 나를 생각해서 말하는 사람들. 영업하는 사람들처럼 대놀고 말하진 않지만 날 생각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행동하는 걸 알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