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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가지-24.3.10.(일)

노력하는 가지 -박원주- 멋진 열매를 맺으려 노력을 했다. 피나는 노력에도 아무런 열매도 열리지 않았다. ‘뭐가 문제일까?’ 난 고민에 빠졌다. 그때 나무가 말했다. ”열매는 내가 맺을꺼야. 넌 딴 생각 말고 내게 붙어만 있어. 다음 가을이 오면 열매를 맺을꺼야.” 난 줄기에 꼭 붙어 다음 가을을 기다렸다. 붙어있는 건 참 쉬운 일이다. 떨어지지만 않으면 됐다. 열매를 맺으려 애쓰지 않아도 됐다. 봄이 와 싹이 나고 여름에 꽃이 피고 가을에 마침내 열매가 열렸다. 난 열매가 신기하기만 했다. 추운 겨울이 와도 난 줄기에 꼭 붙어있었다. 서로 믿고 붙어있으면 다 되었다. 서로 친해 하나면 그걸로 끝이였다. * 다른 교회 목사님이 오셔서 나무와 가지 비유로 열매맺는 비법을 설명하셨다. 결국 예수님께 붙어서 ..

웃는상 -24.3.9.(토)

웃는상 -박원주- 그를 만나면 항상 웃고있다. 웃어서 웃는 줄 알았더니 그냥 웃는상이다. 어린 아이가 해맑은 것처럼 그렇게 웃는다. 모두가 무표정할 때쯤 그는 왜 아직 웃고 있을까?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을텐데.. 인생이 그리 즐겁진 않을텐데.. 왜 아직도 그는 해맑게 웃고 있을까? 나도 항상 해맑던 때가 있었지. 매일이 즐겁고 신났을 때가 있었지. 세상이 어느순간 내게 ”웃지마!“ 했을때 난 내가 뭘 잘못한 줄 알고 뚝! 웃음을 그쳤지. 그는 계속 웃기로 결정한거지. 그는 계속 해맑기로 선택한거지. 슬픈 이유를 멀리하기로 맘먹은거지. 미친 것처럼 계속 웃자고 다짐한거지. 항상 웃는 법을 나도 알아. 누가 왜 사냐고 물을 때 항상 기쁘려 산다고 답하는거지. 기쁨에 우선순위를 먼저 두는거지. 이유를 찾아서..

지문 LP -24.3.8.(금)

지문 LP -박원주- 내가 책임지고 내가 살아야해서 내삶 곳곳에 내 흔적이 묻었다. 떠넘길 수도 대신 할 수도 없어서 내삶 곳곳에 내 지문이 남았다. 내 손이 한 것들을 더듬다 문득 손가락 지문을 바라다본다. 내 살색을 닮아 투명한 주름. 보일듯 말듯 수많은 굴곡. 미로 속 퍼즐을 풀고 헤치며 돌고 돌고 멈추고 또 그리며 어느 탄생부터 알수없는 끝으로 나아가고 있다. LP 레코드판처럼 지문을 더듬어본다. 가사도 없이 막 새겨진 줄 알았더니 어떤 노래가 술술 흘러나온다. “난 나야” “나는 특별해” “내 인생은 내 꺼야”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내 인생의 굴곡들이 노래를 한다. 들리는 굴곡이 그저 맛나고 향기로워 장단에 눈을 감고 추억을 음미한다. 누군가 책임져주길 바랬지만 아무도 책임져주는 않아 버거..

누가 누가 급하나? - 24.3.6.(수)

누가 누가 급하나? -박원주- 누가 누가 급하나? 똥누러 화장실 찾는 사람? 지진 나서 도망가는 사람? 다쳐서 응급실 가는 사람? 죽기전 유언 남기는 사람? 정답은? ‘내’가 제일 급하지:) 항상 상대보다 내가 더 간절하지. 근데 진짜 급한 일은 없어. 급한 탈을 쓰고 우릴 속일 뿐이지. 절대 세상에 급한 일이 없어. 모든 걸 신중히 천천히 처리해야지. 급하게 처리하다 수습한다 고생하지. 여유롭게 천천히 세상을 씹어먹어야지. * 내가 비자로 급하다고 담당자를 닥달하니 담당자는 그렇게 급하게 느끼지 못해 당황을 했다. 그래 세상에 급한 일이 어딧어 내가 급할 뿐이지.

조율중 -24.3.5.(화)

조율중 -박원주- 숲속에서 소리가 울린다. “네 소리구나.” 나도 함께 소리를 낸다. 네 소리가 점점 커진다. “괜찮아~” 네 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우리 서로 맞출까?” 크지도 높지도 않게 서로 소리를 맞춘다. 서로가 공명하는 적당한 화음. 아침 숲속에 새소리가 조잘댄다. * 행사로 주최 주관 본사 업체 참석자 모두의 의견과 목소리를 다 조율을 하려니 정신이 없다. 적당한 선에서 서로 조율을 한다.

입장 차 -24.3.4.(월)

입장 차 -박원주-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는가? 왜 규정을 지키지 않는가? 왜 당연한 걸 지키지 않는가? 쯧쯔. 자기맘대로인 그들을 정죄했다. 왜 우리끼리 약속을 바꾸지 못하는가? 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해주지 않는가? 왜 옛 약속을 현재까지 고수하려 하는가? 쯧쯔. 유통성 없는 그들을 정죄했다. 누가 옳고 그르냐가 아니다. 서로를 이해할 여유가 없어서 자신만 보고 홀로 걸었을 뿐이다. 서로 보듬을 마음이 안 생겨서 우리가 더 높이 날지 못했을 뿐이다. 각박하게 살 필요는 없었지만 아직은 서로에게 믿음이 부족할 뿐이다. 옆 친구들에게. 나에게. * 회사 일을 하다보면 원칙주의자와 변칙주의자가 항상 충동한다. 서로가 해결보다 입장을 고수하기 시작하면 서로 피곤하다.

자연 치유력 -24.3.3.(일)

자연 치유력 -박원주- 물은 더러워져도 흐르고 흐르면 언젠가는 깨끗해졌다. 기억은 아파도 흐르고 흐르면 언젠가는 잊혀졌다. 스트레스도 쌓여도 흐르고 흐르면 언젠가 없어지겠지? 그렇게 흘려 보내지 못한 미련 그 붙잡은 손모가지를 자르지 못한 내가 그저 한없이 가엾고 불쌍하기만 하다. 단단한 바위가 고운 모래가 되듯 나를 짖누르는 무게가 부서지길 기도했다. 폭풍이 지나고 고요가 찾아오듯 나를 할퀴던 칼날들이 무뎌지길 기도했다. 이 간절한 기도조차 미련이 될까봐 눈을 번쩍 뜨고서 신을 보며 목청 귀청 마음이 쩌렁 울리게 간절히 외치며 기도드렸다. 흐르고 흘러 자연스레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소서. * 주일인데 몸이 고된 정신없이 예배드리고 피로가 느적되었다. 마사지를 받고 좀 나아졌다.

왜 실전은 다른가? -24.3.2.(토)

왜 실전은 다른가? -박원주- 왜 실전은 다른가? 똑같은 환경같은데 왜 연습때랑 다른가? 왜 실전은 참혹하고 실상은 가혹한가? 장수가 칼솜씨로 전쟁을 이기려 했구나. 온실속 화초가 그냥 겨울을 맞으려 했구나. 복잡한 현실을 단순한 공식으로 해결하려 했구나. 사랑을 이론으로 설명하려 했구나. 얼마나 다른지 부딪히지 않으면 모른다. 시야, 느낌, 상황, 관계, 심리.. 전쟁터의 피내음, 생로병사의 아픔.. 사막의 작열하는 태양, 깊은 바다, 망망한 우주.. 겪어보지 않고는 이해할 수가 없다. 실전의 상처로 장수가 태어났다. 다시 죽으러 나갈 용기가 장수를 만들었다. * 골프 필드를 나가면 연습 때와 다르게 공부터 안맞는다. 어떻게 치겠다는 전략이 아니라 공을 맞추겠다는 단순한 동물이 된다.

미련이 주웠다 -24.3.1.(금)

미련이 주웠다 -박원주- 거니는 풍경이 좋으다. 찬 바람에도 맞잡은 두손이 따뜻하구나. 맛나게 먹은 삼겹살을 계산하려는 찰나, 주머니 속 지갑이 사라져 버렸다. 모든 여정의 재구성. 기억을 더듬고 여정을 더듬고 모든 가망성을 열어두고 탐문을 시작한다. 잃은 건 내 죄지만 잠재적 범죄자들이 벌을 달게받는다. 떠난 지갑은 돌아오지 않았다. 주운 사람은 횡재했겠지? 사고가 없었으니 액땜했다 쳐야지. 여행 한번 다녀온 샘치고 잊어버려야지. 문득 소심한 마음이 기억을 들추자 미련이 잃은 지갑을 찾아버렸다. 머리가 지갑을 주워 집어넣자 죽은 지갑이 다시 살아나 버렸다. 지갑이 구천을 떠나지 못하고 머리 속을 헤맨다. 이젠 다시 지갑을 잃고 싶어도 잃어지지 않았다. *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돈만 들어서 찾을 방법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