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을 없애다
-박원주-
가장 작은 입이 제일 시끄럽다.
눈도 귀도 정적이 싫어
떠드는 입을 가만히 듣고있다.
정적이 흐르면 자신을 쳐다볼까봐
어수선한 머리속을 들여다볼까봐
빈 가슴속에 손을 넣을까봐
쉴새없이 떠드는 입으로 자신을 가렸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우울증 걸리겠다는 둥
오토바이 타다 경찰에 걸려 벌금을 냈다는 둥
바다에 둥둥 입만 동동 띄운 채
벌거벗은 나는 절대 꺼내지 않았다.
머리가 됐다 다리가 됐다 입이 분주하다.
입이 떠들고 입이 웃고
나를 먹고 서로를 먹고 우리를 먹었다.
모든 연기를 마친 입은 우리를 꼭 담은 채
자신이 머물던 정적 속으로 돌아갔다.
우리가 그토록 싫어했던 정적을
나들은 그토록 사랑하게 되었다.
허기진 입이 또 글감을 우걱우걱 쑤셔넣으며
다음 만날 우리를 준비하고 있다.
* 다른 회사 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많은 이야를 하는데 정적이 흐르면 당황스러울까봐 모두들 한마디씩 돌아가며 하고 웃고 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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