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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제한 -24.4.9.(화)

시간 제한 -박원주- 말에게 오늘까지만 살아라 했더니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더니 바쁜 숨을 몰아대며 쉴새없이 달려간다. 저멀리 달아나는 말을 불러 세워도 설 생각도, 들을 생각도 없다. 아.. 내 말 그렇게 열심히 안 들어도 되는데.. 굳이 오늘까지 살 필요 없는데.. 결국 달리던 말은 멈춰서지 못했다. 말 그대로 오늘까지 살다 죽었다. 함부로 말하면 안되겠다. * 간담회에서 돌아가며 3분이내로 말하라고 했더니 다들 말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쉬는 개미 -24.4.8.(월)

쉬는 개미 -박원주- 일하던 개미에게 좀 쉬라 했다. 뭐하고 쉬나 봤더니 평소에 못한 걸 해야한다고 수영하고 운동하고 잠자고 여행간단다. 그거 언제든 할 수 있는거 아니니? 그 단순한 것도 못하고 살았니? 여유가 그렇게도 없었니? 짠해서 좀더 쉬라했다. 개미는 간만에 쉬어야 쉬는 맛이 난다며 다시 일터로 터벅터벅 돌아가버렸다. * 간만에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와이프랑 애가 없어서 뭐할까 고민하다 수영장에 갔다.

레디 액션! -24.4.7.(일)

레디 액션! -박원주- 배우 준비! 무대 준비! 여기서 여기까지 큐시트 각본대로 말하고 움직여주세요! 신이 된 냥 인간들을 컨트롤하지만 인간들은 애드립이 넘쳐나고 어느새 각본을 떠난 배우에게 무대는 의미가 없고 결국 신을 떠난 인간은 죄 짓기 바쁘다. 시나리오는 현실과 너무나 멀구나. * 장모님 오신다고 가구도 빌리고 청소도 하고 장도 보고 무대는 세팅했지만 실재 상황은 어떨지 고민이 깊다.

구차한 미련 -24.4.6.(토)

구차한 미련 -박원주- 미련들이 몸에 덕지덕지 붙어 구차하게 생을 연명하고 있다. 버려야지. 잘라야지. 아파도 참아야지. 굳은 다짐도 잠시 뿐 어느새 생각조차 구차한 변명들이 메달려 딸랑거린다. 철 지나 쓸모없어도 못 버린 살림처럼 두꺼운 양털에 말라붙은 땟가죽처럼 항복해도 목숨을 구걸하는 장수처럼 어떤 미련에 어떤 욕심에 어떤 쾌락에 버리지 못한 구차함들이 과거로 나를 붙든다. 시끄런 굿판에도 벌여도 떠나지 못하고 나를 맴도는 구차함들. 여기서 같이 죽어 끝내자고 서서히 물 속으로 들어갔더니 미련들이 살겠다고 머리 꼭대기에 오른다. 괘씸한 놈들. 이 잡듯이 한놈 한놈 미련을 터트리며 그제사 과거의 나를 씻어 버린다. * 골프 모임에서 상품에 대한 기준이 있는데 내가 빋겠다고 우기면 괜히 욕심 부리는 것..

이분법 시소 -24.4.5.(금)

이분법 시소 -박원주- 하루 일기장을 펼치고 왼쪽 오른쪽 잘한 점 못한 점 나누어 적어본다. 잘한 점이 무겁나? 못한 점이 무겁나? 점은 무게가 없다는데? 앞에 잘 못이 붙었다고 기울꺼라 생각했더니 시소가 똑 하고 부러져버린다. 왜 부러지냐 따지니 내가 딱딱 둘로 쪼개기 좋아하는거 같아서 딱 맞게 둘로 쪼갰다고 대답한다. 그래 네가 옳다. 삶이 어찌 명암만 있을까? 노을도 있고 여명도 있고 무지개도 있겠지. 삶이 어찌 선악만 있으랴 위선도 있고 본능도 있고 일상도 있겠지. 남극에 선 펭귄은 동-서가 없는 것처럼 우리도 너-나로 나눌 필요 없겠지. 굳이 이쪽 저쪽 편가를 필요 없겠지. * 행사 리뷰로 잘한점 미흡한점을 적는데 뭐든 양면성이 있으면서 꼭 양면만 있지도 않아서 내 기준을 넓힌다.

같아요?? -24.4.4.(목)

같아요?? -박원주- “해야할 것 같아요”가 “해라“랑 같아요?? ”뭐일 것 같아요“가 ”뭐다“랑 같아요?? 같지 않은 걸 같은 것 같다하면 같아져요?? “진짜 X같다”가 “진짜 X이다”로 들려요??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그럼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우리 여기까지만 해야할 것 같아요. 그댈 보내줘야 할 것 같아요. 그게 깔끔할 거 같아요. 이게 끝인거 같아요. 빠이빠이 같아요. * 말할 때 두리뭉실 같아요라는 말을 계속 쓰는 사람이 나중에 같다고 했지 않냐로 따지는데 그게 어찌 같냐고 하니까 서로 평행선만 달린다.

본전 생각 -24.4.3.(수)

본전 생각 -박원주- 또박 또박 자기말 다하는 애를 보면 옛날 본전 생각이 나서 나도 내 할말 다하고 살 껄 나도 하고 싶은 거 다할 껄 그땐 왜 그리 못했을까 생각에 잠기다가도 괜히 듣고 있음 기분이 언짢아지는 게 또박 또박 할 말 다하면 기분이 언짢구나 그래서 내가 입을 다물었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내 삶도 고개를 끄덕이며 너무 튀지도 말고 너무 나서지도 말고 모르면 적당히 중간만 하자며 둘이 같이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다. * 회사에서 일하는 신참들은 자기말이 강하고 서비스 마인드나 공동체성은 부족해서 이애를 어찌 대해야하나 고민이 된다.

닥치는 삶 -24.4.2.(화)

닥치는 삶 -박원주- 삶은 닥치는 대로 살면서 일은 꼼꼼히 모든 상황을 점검한다. 계획하고 보고하고 검토하고 수정하고. 점검하고 리뷰하고 리허설하고 피드백하고. 또 회의하고 또 회의하고 또 회의하고 또 회의하고... 정작 중요한 내 삶은 닥치는 대로 살면서.. 이제 좀 닥쳐. * 회의를 위한 사전 회의를 위한 내부 회의를 하는데만 시간이 몇시간이다. 이렇게 소모전이 심하다.

홧창한 봄날에 콧끼리 아저씨가 -24.4.1.(월)

홧창한 봄날에 콧끼리 아저씨가 -박원주- 홧창한 봄날에 콧끼리 아저씨가 첫눈에 반해 고래 아가씨 결혼한 후에 고래 아가씨 콧끼리 아저씨 보고 신혼여행 어디로? 살짝 물어봤데요. 콧끼린 육지 멋진곳 고래는 바다 이쁜곳 옥신각신 싸움났데요. 어디갈지 결국 못 정해 언제갈지 결국 못 정해 뭐먹을지 뭐할지 아무것도 못 정했데요. 이것이 현실 부부의 삶이였데요. * 외이프랑 간만에 투표하고 영화도 보고 식사도 하고 데이트를 했다. 저녁을 뭐 먹을지 서로 의견이 달랐는데 그 부분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서로 좋아하는게 다르면 누군가는 희생해야하는 현실이 좀 서글펐다.

계란이 왔어요 -24.3.31.(일)

계란이 왔어요 -박원주- 교회서 부활절날 계란을 준다. 예수님이 다시 살았다고 계란서 병아리가 나온다고 삶은 동정란을 나눠준다. 예수님을 까서 한입 베어 물었더니 예수님이 맛있다. 둘이 먹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맛이지. 예수님은 먹어도 다시 사는 위대한 분이지. 예수님은 먹을수록 익숙한 맛이다. 이게 예수님일까 계란일까 병아릴까 치킨일까?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야하는 내 맛이구나. 아직 죽지도 못해서 다시 살지도 못하는 나. 매일 아침마다 꼬끼오 울어대며 나를 낳고서 깨어나길 기다려도 안 깨어나 내팽겨치고 어느날 난데없이 병아리가 나와 귀여워했더니 맨날 밥달라 재워달라 성가시게 굴어서 언젠가 부활하겠지 강력한 믿음을 갖고 매일 낳은 오늘의 나를 맛있게 삶아 먹었지. * 부활절에 계란을 나눠먹었다. 십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