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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처럼 쉬어라 -24.2.29.(목)

신처럼 쉬어라 -박원주- 신이 되지 못한 인간은 신처럼 유종의 미를 쉼으로 장식하지 못했다. 고용한 신의 어명에 따라 노동의 저주는 가혹하기만 했다. 항상 일하라. 쉬지말고 일하라. 범사에 일하라. 거역의 인간이 쉼을 찾아나선다. 죽어야만 쉬는 운명 대신 인스턴트 쉼을 개척한기로 한다. 잠, 휴가, 방학, 퇴사.. 신이 누리던 쉼을 인간도 쟁취했다. 구속에서 벗어난 인간은 어디서나 쉬는 자유를 맛보았다. "휴가를 (명) 받았습니다!" 유한한 인간이 호사를 누린다. 일해라 절해라 하는 모든 굴레를 끊고, 얽죄던 성과와 완벽주의를 끊고, 눈치와 코치를 요하던 모든 신경을 끊어버렸다. 자유를 넘어서 스스로 있는 존재로 짧은 휴가를 받은 신이 되었다. 짧고 굵게 안식했던 신을 누렸다. * 직원이 오늘부로 퇴사를..

오늘도 책임완수 -24.2.28.(수)

오늘도 책임완수 -박원주- 갖고 싶은 건 많지만 돈쓰긴 싫구 말하고 싶은 건 많지만 책임지긴 싫구 내게 맞춰줬음 좋겠지만 잔소리하긴 싫구 확인했냐 말하지만 직접하긴 싫구 결정해라 말하지만 결정하긴 싫구 딱 그에 맞는 캐릭터를 그리며 “당신이예요“ 하면 “어머 이뻐라” 하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오케이. 오늘의 업무 끝. 오늘도 책임완수! * 일을 할때 생기는 책임 부분은 질질 끌면 일이 진행이 안되기에 십자가는 내가 지고 가야 일이 일사천리 진행된다.

대체 제물 -24.2.27.(화)

대체 제물 -박원주- 사랑이 그리워서 대타를 먹고 진짜가 그리워서 짝퉁을 먹고 기쁨이 그리워서 쾌락을 먹는다. 채워지지 않을 줄 뻔히 알면서도 허전한 가슴이 지나던 가슴을 먹고 외로운 마음이 외로운 몸을 먹는다. 블랙홀이 우주를 빨아들이듯 욕망이 몸들을 집어삼킨다. 어디까지 가능하고 어디까지 허용될까? 무모한 식탐이 늘었다 줄었다 움직인다. 연극인지 실재인지 분간도 못하는 분신들이 널부러진 인격들을 삼키며 소화하고 있다. 낚시줄에 걸린 제물을 먹으려 몸이 쩍 벌리자 알알이 박힌 촉수들이 깨어나 춤추며 마지막 남은 몸뚱이를 산 제물로 바쳐버렸다. *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데 서빙하는 아이들이 심상치 않은 서비스를 한다.

비밀 오픈 -24.2.26.(월)

비밀 오픈 -박원주- 사랑하는 그대를 쪼갠다. 날 사랑하는 부분을 모으고 날 싫어하는 부분을 모으고 키질을 한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사랑사이로 사랑하지 않는 가루들이 부서져내린다. ‘아직은 사랑하는 조각이 많구나.’ ‘사랑하니까 비밀을 밝혀야지.’ “사실 난 ...” 한차례 지진이 지나가고 사랑하는 부분이 더 부서져내린다. 더 오픈해야할까? 더 오픈할 수 있을까? 그대가 날 떠나도 오픈해야할까? 아니 오픈할 수 있을까? 사랑해서 열었던 사랑이 사랑을 더 잃고 말았다. ”그건 비밀~“ 농담처럼 듣고 흘리는 비밀이면 좋겠다. 말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숨겨도 되고 오픈해도 되고 우리 사이 비밀이 사소했음 좋겠다. * 누군가에게 모든 사실의 진행 경과를 보고하는 건 책 한권 쓰는 일이다.

쉬운 선택 -24.2.25.(일)

쉬운 선택 -박원주- 일상이면 지루하고, 아니면 힘들겠지? 일상이면 평온하고, 아니면 모험이겠지? 그래. 생각 한끗 차이로 결론이 확 다르지. 시련이라 생각하면 엄청났던 인생의 파도가 모험이라 생각하면 스릴있는 서핑이 되지. 역경이라 생각하면 힘들었던 스트레스 압력이 도전이라 생각하면 보석이 되는 과정이 되지. 생각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하지만 생각만큼 바꾸기 쉬운게 없지. 선택은 현실보다 바꾸기 쉬우니까. 그래서 행복은 현실이 아니라 선택이라 하지. 자~ 앞에 쉬운 선택이 놓여있으니 쉬운 선택을 고르는 게임을 시작해 볼까? 골라봐~! * 목사님의 행복한 사람(신33:29) 설교를 듣고 일련의 일들(퇴사, 행사, 조사)을 고난이 아니라 주님과의 모험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이스라엘이여 너는 행복자로다 ..

거부자 -24.2.24.(토)

거부자 -박원주- 사랑만큼 큰 거울이 내 앞에 섰다. ‘거부’ 내 기준의 허상들을 반사해 돌려준다. “No!" 아니 내 사랑이 싫다고? 아니 내 헌신이 싫다고? 거부자는 노(No) 외엔 일절 다른 말이 없다. 내가 맛있다 강요한 음식처럼 내가 재밌다 쳤던 장난처럼 내 사랑이 싫을 수 있겠지? 날 무례하게 느낄 수 있겠지? 한마디 비명처럼 가슴에 꼿힌 노(No)는 거울 앞에 날 세우고 심문을 시작한다. 사랑한 사실이 아니라 그 표현이 옳았는지? 헌신한 사실이 아니라 그 방법이 합당한지? 억울한 마음에 거울을 깨버리고 싶지만 그대를 사랑하기에 그대에게 헌신하고 싶기에 거울앞에 반사된 허상을 하나씩 지워나갔다. 너가 좋아하는 기호로 너가 웃어주는 개그코드로 다시금 하나씩 그려 넣었다. 많은 걸 바라진 않는다...

젖꼭지를 만지며 -24.2.23.(금)

젖꼭지를 만지며 -박원주- 젖꼭지를 만지며 힘들었던 하루를 위로한다. 기뻐하려 태어났으나 전혀 기뻐하지 못한 나를 억지로라도 기쁘라 한다. 두손으로 젖꼭지를 쪽쪽 빨면서 그리웠던 젖을 꿀꺽 삼킨다. 달구나 이쁘구나 내가 숨쉬는 하루가 맛났었구나. 허전했던 가슴 그리웠던 따뜻했던 품을 두손으로 안는다. 쓸데없이 왜 달려있나 했는데 힘들때마다 나를 위로해주는 너에게 고맙다 두손 공손히 흔들며 애정을 고백한다. 힘들었던 하루가 지친 하루가 너 때문이라도 잠시 즐거웠다. 다시 너를 품속에 집어넣으며 그정도 기쁨이라도 다시 찾기를 꿈꾸며 오늘을 꿈속에 집어넣었다. * 연초 일도 많고, 행사준비로 바쁜데 직원이 퇴사를 한다고 해서 정신이 더 없는데 세무국에서 또 일을 만들려해서 힘든하루였다.

장님 지렁이와 온유

장님 지렁이와 온유 -박원주- 지렁이 한마리가 꽃밭에 살았어요. 꽃향기를 맡으며 땅속에서 촉촉히 지냈지요. 어느날 하늘에서 먹구름이 몰려왔어요. “비가 오려나봐?” 비가 와서 화단이 물에 잠기기 전 지렁이는 얼릉 땅 밖으로 나왔어요. 비가 오면 땅속은 숨을 쉬기가 힘들거든요. “영차영차” 그런데 밖으로 나온다는게 그만 딱딱한 길바닥 위로 나오고 말았어요. “이쪽이 화단인가?” ”아니면 저쪽??“ 화단을 찾아해메다 지렁이는 더멀리 길바닥으로 나오고 말았어요. 사실 지렁이는 눈이 없는 장님이였어요. 그때 온유가 아빠랑 길을 걷고 있었어요. 지렁이를 본 온유는 뱀인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온유는 저렇게 큰 지렁이는 처음 봤거든요. “아빠. 무서워요.” 온유는 아빠에게 꼭 안겼어요. “온유야. 저건 지렁이이야...

like동화 2024.02.23

놀 아이디어(I dear) -24.2.22.(목)

놀 아이디어(I dear) -박원주- 어른도 아이처럼 놀고 싶구나. 매일 놀던 아이가 자라서 매일 일만 하고 있다. 매일 놀기 원하던 아이가 자라 쉬지를 못하고 있다. 줬다 뺐기는 반칙이야. 어른도 같이 놀아주지꾸나. 성공 대신 보물찾기를 하고 숨막히는 경쟁 대신 술래잡기를 하고 편가르기 대신 말뚝박기를 하고 인생 한고비 한고비 넘기는 대신 고무줄놀이를 해보자꾸나. 오늘은 뭐하고 놀까 매일 매일이 기대되도록 어른에게도 유치함을 허락해주자꾸나. 지져서 늙은 아이가 다시한번 뛰게끔. 힘든 인생을 한번쯤 쉬며 놀며 가게끔. * 건물 내 오픈하우스를 참석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도시락도 맛나고 서로 맨정신에 이야기 나누는 좋은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