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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배우 -24.4.29.(월)

생방송 배우 -박원주- 서로의 눈은 서로의 카메라가 된다. 서로를 바라보자 빛의 속도로 상을 맺고 곧바로 방송이 시작된다. 서로는 어떤 상을 맺을지 미리 세팅하기로 했다. 어떤 몸매에, 어떤 헤어스타일을 하고, 어떤 화장에,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목걸이를 하고, 어떤 가방에, 어떤 신발을 신고, 어떤 향수를 뿌리고, 어떤 집에서, 어떤 식사를 할지 미리 세팅했다. 짧은 방송을 위해서 시간과 돈이 필요했다. 여러 만남을 위해서 여러 채널도 필요했다. 서로는 서로의 카메라 속에 배우와 감독이 되었다. 드디어 세팅된 서로는 빛의 속도로 만난다. 레디 액션! “어머 반가워~ 원주야. 잘 지냈니?” * 아이가 네일을 받는데 무지 기뻐한다. 벌써부터 이쁜 걸 알아버렸다.

혀가 꼬이다 -24.4.28.(일)

혀가 꼬이다 -박원주- 뭐가 가장 쉬워? 말하는 게 가장 쉽지. 신도 말로 천지를 지었다잖아. 샬라샬라샬라~ 방심했더니 혀가 꼬인다. 두개도 아닌 하나뿐인 혀가 내 맘대로 안된다. 친하던 혀가 내 맘을 반역했다. 한 욕심에 꼬였구나. 귀를 막아 꼬였구나. 입만 뻥끗대 꼬였구나. 가슴이 대답하지 않아 꼬였구나. 허겁지겁 꼬인 혀를 풀었더니 혀를 엇다뒀는지 까먹었다. 가지런히 혀를 눕히고 가슴이 울리는 말을 들었다. 입 안 가득찬 말을 혀로 막았다. 머리 속 가득찬 말을 몸으로 막았다. 나는 신이 아니니 말대신 몸을 움직이기로 했다. * 다른 교회 목사님이 설교를 하시는데 빨리 말씀하시니까 혀가 꼬이신다.

진화하는 스릴 -24.4.27.(토)

진화하는 스릴 -박원주- 안해본 것, 할 수 없던 것, 하고 싶은 것을 향한 서투른 날개짓. 거추장스럽던 날개가 날개짓이 되고 떨어지는 두려움이 나는 희열이 되었다. 기대하며 꿈꾸면 언젠간 되겠지. 나도 코끼리처럼 코가 길어질까? 나도 카멜레온처럼 피부색이 바뀔까? 나도 고래처럼 등에 코를 옮길까? 기대하며 꿈꾸면 언젠간 되겠지. 하늘을 날며 시간의 의미를 박찼다. 내일의 스릴에 나를 떨어뜨리자 나는 색다르게 꿈틀대며 진화해 나갔다. 기대하며 꿈꾸면 언젠간 되겠지. * 아이가 짚라인을 엄청 무서워하더니 곧 스릴을 느끼며 계속 탄다.

장난이야 -24.4.26.(금)

장난이야 -박원주- 반복된 삶이 무료해서 장난을 쳤지. 놀래키고 속이면 웃어줄 줄 알았지. 깍!! 근데 갑자기 네가 울어서 당황을 했어. 내가 심한거니? 네가 약한거니? 난 장난을 치고 웃고 싶었는데 널 잘 몰랐지. 장난으로 네 삶을 희롱하기엔 널 너무 몰랐지. 놀래키고 괴롭히고 놀리면 그게 장난이니? 장난으로 돌을 던지는 게 그게 장난이니? 장난치고 싶다는 욕심도 무례한 폭력이구나. 따뜻한 말한마디 해주는 고민이 필요했구나. 내 삶이 장난이 아니듯 네 삶도 장난이 아니구나. 네 웃음보다 네 웃음이 더 소중하구나. * 직장동료가 자기 생일이라고 생일 케잌을 사달래서 축하를 해줬더니 자기 생일이 아니란다. 장난인가 진실인가??

인도 음식 -24.4.25.(목)

인도 음식 -박원주- 베트남에서 인도 음식을 먹는데 이리 저리 살펴보고 음미하면서 ‘얘는 어쩌다 베트남까지 왔나?’ 했더니 인도음식이 “넌 어쩌다 베트남까지 왔나?” 한다. 알지도~ 알 수도 없는 우리는 우리는 서로의 인생이 얼마나 생소할까? 수박 겉핥기식으로 한번 맛보고 헤어지고 감추인 우주를 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고 따뜻한 온기도 웃음도 말투도 이해할 여유도 없이 하나의 먼 별이 되어 반짝이다 서로의 바쁜 나날이 밝아버렸다. * 베트남에서 인도 음식을 먹으며 얘는 어쩌다 베트남까지 왔나?’ 했다. 맛있었다.

사라진 채팅창 -24.4.24.(수)

사라진 채팅창-박원주-누가 말하나?내가 말하는 줄 알았더니 입이 오물거리고입이 말하는 줄 알았더니 손이 타다닥 거리고손이 말하는 줄 알았더니 키보드가 꾹꾹 눌러지고키보드가 말하는 줄 알았더니 모니터에 글자가 써지고모니터가 말하는 줄 알았더니 채팅창이 분주하고틱! 전기가 나가자 대화가 끊기고대화내용이 모두 사라졌다. 우리 대화한게 사실일까? 모두 잊어버릴까?우리도 잊혀버릴까?텅빈 모니터는 우주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니 느낌이 없고 정보만 있다.

마음의 빈 공간 -24.4.23.(화)

마음의 빈 공간 -박원주- 내 마음에 빈 공간이 있었다. 네가 내게로 와야할 네가 내게 물어야할 네가 내게 웃어줘야할 공간이라 생각했다. 마음에 레드카펫이 깔고 너가 오는 걸음들을 설레이며 세었다. 너를 맞고 너를 채우며 너의 한 걸음, 너의 한 마디, 너의 한 웃음, 모두 내 마음에 넣었다. 빈 마음이 어느새 추억으로 가득 차고 빈 공간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시 너를 보내고 마음을 비워두었다. 언제든 너가 오도록. * 우리 건물 외에 다른 건물에 소재한 소장님 회사 오픈하우스를 다녀왔는데 재미있었다.

배부른 소리 -24.4.22.(월)

배부른 소리 -박원주- 사자가 사냥을 하듯 나무가 광합성을 하듯 매끼니를 먹느라 열정을 쏟았다. 알약 하나로 평생 안 먹었으면 좋을까? 그러면 먹는 낙도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까? 배고픔과 배부름이 공존하는 뱃속은 만족과 불만이 뒤섞인 현실을 닮았다. 먹을게 널부러진 현실에 취사선택권도 당연하게 널부러졌지만 한끼만 굶어도 혼미해진 정신은 다급히 씹을거리를 찾아 입속에 집어넣었다. 며칠을 굶어봐야 정신을 차리는데 허기진 삶이 배부른 삶에게 할 말이 많지만 배부른 소리는 배고픈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배부른 소리만 가득찬 현실도 배가 불렀다. 우주-처음에 터져버려 이제는 잃을 것이 없는- 커져가는 우주처럼 배는 자꾸 커져만 갔다. 곧 또 터져야 정신을 차릴 우리의 배들이 우주속에 동동 떠다닌다. * 금식..

호들갑 개복치 -24.4.21.(일)

호들갑 개복치 -박원주- 양치기 소년을 비웃던 내가 사소한 것에 호들갑을 떨어댄다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났는데 걱정 불안 초조 멘붕 개복치가 된다. 남일은 강건너 불구경 하더니 그게 내 일이 되니 되레 호들갑스럽다. 아플 수도 있지. 다칠 수도 있지. 일이 좀 터질 수도 있지. 사소한 것은 사소하게 호들~호들~ 호들갑 좀 떨지말거라. 더 큰 일이 닥쳤을 때 더 깜짝 놀라지 않게 남의 사소함처럼 나도 그렇게 놓아주거라. * 아이가 배탈이 났는데 우리가 어디까지 호들갑을 떨지 본다.

숙제가 된 시 -24.4.18.(토)

숙제가 된 시 -박원주- 반가운 사람이 애물단지가 되고 즐겁던 인생이 고역이 되고 편했던 일기가 숙제가 되었다. 어느게 쌓여서 맛이 변했을까? 어떤걸 놓쳐서 이리 멀리 왔을까? 어떤 이유로 우린 등을 졌을까? 비끄덕 대는 삶을 이리저리 맞춰봐도 숙제를 끝내고 또 받음 숙제처럼 깊어져가는 생각에도 정답이 없다. 내가 잘못 보고있는 건 아닐까? 네가 잘못 생각하는 건 아닐까? 네가 길을 잘못 들어선 건 아닐까? 분주히 휘저은 낙시대엔 어느 글감 하나도 걸리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사는 내 입만 계속 걸렸다. 내가 시를 잃었다. 내가 나를 잃었다. * 아이랑 하루 종일 집에서 놀고 자고 먹고 하니 하루가 다 갔다. 저녁에 롯데 포37에서 식사하며 내리는 소나기를 보니 참 시간이 잘 간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