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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배를 타고 -24.5.8.(목)

시간의 배를 타고 -박원주- 시간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다 시간이 앞에서 뒤로 흐른다. 시간이 왜 좌우로 흐르지 않나 의아해 하다 어째든 흘러가니 당연한 듯 같이 타고 흘러간다. 누가 흘려보내는지 원인을 몰라도 어디로 흐르는지 목적도 몰라도 왜 흘러가는지 이유도 몰아도 모두가 흐르고 잊고 흐르다 잊고 세월도 흐르고 잊고 흐르다 잊고 나도 흐르고 잊고 흐르다 잊고 다들 당연한 듯 흐르고 잊고 흐르다가 뚝! 갑자기 멈춰 가라앉고 말았다. * 기다리던 비자가 나오니까 감사함이 짧고 당연하다는 생각이 급습해 온다.

뱉어진 것들 -24.5.8.(수)

뱉어진 것들 -박원주- 내가 커질수록 내 속에 담긴 것도 많아졌다. 담긴 것들은 가득 찰수록 비좁다 요동을 치고 나는 요동을 참지 못하고 뱉어버렸다. 새로운 것이 태어나도 쏟아진 것들은 더럽다. 내 속이 더러운 것일까? 주워담을게 없는지 뒤지며 쏟아진 걸 치운다. 뱉어진 것들은 그새 새 곳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배신자!” 나는 소리를 꽥 지르며 더러운 미련을 버렸다. 거리에 나만 잔뜩 쏟아놓은 채 다시 빈 속을 채우러 길을 떠났다. * 누군가에게 이말을 해야지 하고 멋지게 해도 그 사람이 잘 안 받아주면 괜히 말했나 싶지만 주워담을 수 없다.

둘 사이의 일 -24.5.7.(화)

둘 사이의 일 -박원주- 너와 나 사이에 생긴 일. 너와 나 밖에 모르는 사실. 너와 나 해석도 다르다는 사실. 너와 나 시시비비는 더 어렵다는 사실. 너와 나 사이에 문득 생긴 무법지대란 사실. 우리는 거기서 얼마만큼 희생할 수 있을까? 난무하는 소문을 뒤로 여린 경계를 허물지만 둘 사이의 일은 결국은 둘 사이의 일. 하나가 까먹으면 아무도 모르는 비밀. 어딘가 펑 터진 소리에 깜짝 놀라도 둘 사이 일은 아니여서 안도하는 사실. * 북한 공작원이 공관 직원에게 테러를 할수 있다고 주의 경계가 왔다. 근데 사적인 영역까지 관여할 수 있을까?

명품 음식 -24.5.6.(월)

명품 음식 -박원주- 비싸서 못먹던 걸 돈을 버니 먹게된다. 돈을 먹어보니 돈의 맛을 알겠구나. 이맛에 모두가 돈을 먹고 있었구나. 먹고 싶은 걸 먹으려고 그리도 돈을 벌었구나. 꿀꺽~! 넘긴 스테이크 한 조각에 소처럼 살다 죽은 어제의 맛이 느껴져 눈물이 핑 돌다 흐른다. * 가족들이 좋아하는 이탈리안 음식점을 베트남이라서 싸니까 자주 가게된다. 맛있다고 하는 아이를 보니 아빠로서 어깨가 무겁다.

매체 사이 -24.5.5.(일)

매체 사이 -박원주 얽히고 설킨 삶은 시작과 끝을 몰랐다. 눈앞에 진설된 일용할 양식은 누가 뿌리고 누가 키운건지도 몰랐다. 우리는 누군가의 열매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뿌리가 줄기에게 줄기가 가지에게 가지가 열매에게 무슨 선물을 건냈는지 어떤 기도를 드렸는지 하나로 얽어진 우리는 그저 서로를 맺을 뿐이였다. 나에게 걸린 너, 너에게 걸린 나, 서로에게 연결된 선들 사이로 어느새 촘촘히 걸린 축복을 맛보아 알며 먹고 즐길 뿐이였다. * 하나님은 모든 걸 할 수 있지만 사람을 통해 통치하기로 작정하신 후 사람이 하나님과 일하는 방법으로 기도를 사용하신다.

잃어버린 것 -24.5.3.(금)

잃어버린 것 -박원주- 중요하다고 들고다녔는데 어느새 내 손에 없다. 어디다 두고 왔구나 찾으려면 다시 거기까지 가야겠구나 멀쩡한 걸 보면 그리 중요한 건 아닌가 보구나 한참 뒤에 잃은 걸 다시 찾아도 잃은 건 다시 여기로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도 잃고 미련도 잃으며 흘리고 잃고 멀어져 버린 것 이제 내 손을 떠난 것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지금 가진 것들을 소중히 하기로 했다. 와이파이처럼 나에게 달라붙은 연결들을 똑똑 천천히 당겨보기로 했다. * 신발을 두고 차에 내렸는데 다시 찾으러 가야하는데 그 중요성을 고민해 본다

가고 싶은 속도 -24.5.2.(목)

가고 싶은 속도 -박원주- 천천히 날아라 빨리 달려라 참견 말아라 천천히 날면 떨어지고 빨리 달리면 굶는다. 내 속도만 옳다는 건 교만한 말이지. 느린 사람에게 빠른 사람에게 내 속도를 강요 말아라. 언제 볼지 언제 안을지 언제 느낄지 모두가 원하는 시간이 있다. 모두가 가고싶은 속도가 있다. * 회사 생활을 하면 빨리 달리는 사람도 있고 천천히 달려야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익숙하니까 빨리 가지만 답답하게 느껴지는 건 곤대가 되는 소리겠지.

내 미래는 시체 -24.4.30.(화)

내 미래는 시체 -박원주- 난 뭘 좋아하고 뭘 잘할까? 내 미래는 무얼까? 난 어떻게 살아야할까? 사람들이 내 미래는 내 엄마 아빠란다. 내 미래는 내 할매 할배란다. 내 미래는 시체란다. 받아들일 수 없어. 엄마 아빠와 난 다를꺼야. 저 꼬부랑 할매와는 다를꺼야. 고민이 길어지고 이성이 머리를 맴돈다. 시체는 아니야 부인해도 죽는 건 사실이기에 결국 시체가 되기로 받아들인다. 내 미래는 시체란다. 시체를 위해 내가 사는구나. 밀려오는 절망에 나는 철학자가 된다. 시체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할까? 시체는 시한부 인생을 어떻게 견뎌야할까? 미래를 알아도 움직이는 시체는 고민이 깊다. 볼 수도 없고 보이지 않는 미래. 우리가 영원한 걸 아니까 영원이 있는 건 아닐까? 살아있지만 생명을 모르듯이 존재하지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