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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음식 -24.4.25.(목)

인도 음식 -박원주- 베트남에서 인도 음식을 먹는데 이리 저리 살펴보고 음미하면서 ‘얘는 어쩌다 베트남까지 왔나?’ 했더니 인도음식이 “넌 어쩌다 베트남까지 왔나?” 한다. 알지도~ 알 수도 없는 우리는 우리는 서로의 인생이 얼마나 생소할까? 수박 겉핥기식으로 한번 맛보고 헤어지고 감추인 우주를 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고 따뜻한 온기도 웃음도 말투도 이해할 여유도 없이 하나의 먼 별이 되어 반짝이다 서로의 바쁜 나날이 밝아버렸다. * 베트남에서 인도 음식을 먹으며 얘는 어쩌다 베트남까지 왔나?’ 했다. 맛있었다.

사라진 채팅창 -24.4.24.(수)

사라진 채팅창-박원주-누가 말하나?내가 말하는 줄 알았더니 입이 오물거리고입이 말하는 줄 알았더니 손이 타다닥 거리고손이 말하는 줄 알았더니 키보드가 꾹꾹 눌러지고키보드가 말하는 줄 알았더니 모니터에 글자가 써지고모니터가 말하는 줄 알았더니 채팅창이 분주하고틱! 전기가 나가자 대화가 끊기고대화내용이 모두 사라졌다. 우리 대화한게 사실일까? 모두 잊어버릴까?우리도 잊혀버릴까?텅빈 모니터는 우주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니 느낌이 없고 정보만 있다.

마음의 빈 공간 -24.4.23.(화)

마음의 빈 공간 -박원주- 내 마음에 빈 공간이 있었다. 네가 내게로 와야할 네가 내게 물어야할 네가 내게 웃어줘야할 공간이라 생각했다. 마음에 레드카펫이 깔고 너가 오는 걸음들을 설레이며 세었다. 너를 맞고 너를 채우며 너의 한 걸음, 너의 한 마디, 너의 한 웃음, 모두 내 마음에 넣었다. 빈 마음이 어느새 추억으로 가득 차고 빈 공간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다시 너를 보내고 마음을 비워두었다. 언제든 너가 오도록. * 우리 건물 외에 다른 건물에 소재한 소장님 회사 오픈하우스를 다녀왔는데 재미있었다.

배부른 소리 -24.4.22.(월)

배부른 소리 -박원주- 사자가 사냥을 하듯 나무가 광합성을 하듯 매끼니를 먹느라 열정을 쏟았다. 알약 하나로 평생 안 먹었으면 좋을까? 그러면 먹는 낙도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까? 배고픔과 배부름이 공존하는 뱃속은 만족과 불만이 뒤섞인 현실을 닮았다. 먹을게 널부러진 현실에 취사선택권도 당연하게 널부러졌지만 한끼만 굶어도 혼미해진 정신은 다급히 씹을거리를 찾아 입속에 집어넣었다. 며칠을 굶어봐야 정신을 차리는데 허기진 삶이 배부른 삶에게 할 말이 많지만 배부른 소리는 배고픈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 배부른 소리만 가득찬 현실도 배가 불렀다. 우주-처음에 터져버려 이제는 잃을 것이 없는- 커져가는 우주처럼 배는 자꾸 커져만 갔다. 곧 또 터져야 정신을 차릴 우리의 배들이 우주속에 동동 떠다닌다. * 금식..

호들갑 개복치 -24.4.21.(일)

호들갑 개복치 -박원주- 양치기 소년을 비웃던 내가 사소한 것에 호들갑을 떨어댄다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났는데 걱정 불안 초조 멘붕 개복치가 된다. 남일은 강건너 불구경 하더니 그게 내 일이 되니 되레 호들갑스럽다. 아플 수도 있지. 다칠 수도 있지. 일이 좀 터질 수도 있지. 사소한 것은 사소하게 호들~호들~ 호들갑 좀 떨지말거라. 더 큰 일이 닥쳤을 때 더 깜짝 놀라지 않게 남의 사소함처럼 나도 그렇게 놓아주거라. * 아이가 배탈이 났는데 우리가 어디까지 호들갑을 떨지 본다.

숙제가 된 시 -24.4.18.(토)

숙제가 된 시 -박원주- 반가운 사람이 애물단지가 되고 즐겁던 인생이 고역이 되고 편했던 일기가 숙제가 되었다. 어느게 쌓여서 맛이 변했을까? 어떤걸 놓쳐서 이리 멀리 왔을까? 어떤 이유로 우린 등을 졌을까? 비끄덕 대는 삶을 이리저리 맞춰봐도 숙제를 끝내고 또 받음 숙제처럼 깊어져가는 생각에도 정답이 없다. 내가 잘못 보고있는 건 아닐까? 네가 잘못 생각하는 건 아닐까? 네가 길을 잘못 들어선 건 아닐까? 분주히 휘저은 낙시대엔 어느 글감 하나도 걸리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사는 내 입만 계속 걸렸다. 내가 시를 잃었다. 내가 나를 잃었다. * 아이랑 하루 종일 집에서 놀고 자고 먹고 하니 하루가 다 갔다. 저녁에 롯데 포37에서 식사하며 내리는 소나기를 보니 참 시간이 잘 간다 싶다.

아파야지 -24.4.19.(금)

아파야지 -박원주- 고통이 없이는 얻는게 없데. 아파야지. 울어야지. 참아야지. 그래야 크는거래. 그렇게 사는거래. 매일 뛰는 심장이 지겨워 멈추면 바로 죽음이래. 하루하루 반복도 느끼는 게 참 다행인지. 삶도 고통도 느끼고 우는 게 축복인거지. 아파야지. 울어야지. 참아야지. 그래야 크는거래. 그렇게 사는거래. * 마사지를 강허게 해달랬더니 엄청 아프면서도 뭉친데를 잘 풀어서 개운했다. 내가 이리 뭉치게 살았나 반성도 하고 잠이 개운하다.

아재 개그 -24.4.17.(수)

아재 개그 -박원주- 웃기고픈데 복잡한 건 싫고 긴 썰을 풀 시간도 없고 한번만 생각하고 한번만 꼬아서 툭 내뱉은 한마디 농담. 다들 에이~ 한번 웃어주면 좋고 같이 따라하면 더 좋고 누가 따라 이어가면 더더 좋고 이렇게 어느새 나도 의젖한 짧고 싱거운 아재가 되었다. 뭐 인생 한번 웃고 끝나는거지 뭐. 허허~ * 회식 모임에서 한전분에게 한전해~ 한전해~ 노래를 부르지 않나.. LH분께 내안에 드립을 치지 않나.. 나도 아재 다됐다는.

헤어지는 것들 -24.4.16.(화)

헤어지는 것들 -박원주- 만나기 전엔 몰랐던 것들이 소유하기 전엔 없었던 것들이 언젠간 모두 헤어질 것들이 헤어짐에 상처입고 쓰라려 한다. 어제의 낡은 나와 헤어지면 다시 처음의 새로움으로 돌아가겠지. 헤어지고 짚고 헤어지고 짚고 어제의 태양은 오늘도 하늘에 떠서 새로움과 낡은 것을 번갈아 이어붙인다. 새아래 새 것이 없다지만 그냥 새거라고 하면 새것이 되는 내 세상이니까 헤어져도 다시 만나면 우리 새롭다 하자. * 양복에 떨어진 단추를 꿰메며 바느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