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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놓는 친구 -24.5.25.(토)

말놓는 친구 -박원주- 우리는 언제부터 서로 높아만 갔다. 나도 너에게, 너도 나에게 누굴 만나도 말 놓는 일이 없이 높은 말을 타고서 서로를 조심했다. 같은 눈높이 같은 생각에 발가벗고 만나던 에덴동산 친구는 노동에 쫒겨서 못 만난지 오랜 시절 그리운 말 놓는 친구가 스르륵 찾아왔다. 어딨다 이제 왔니? 언덕에 같이 맨발 벗고 아장아장 흙장난 물장난 젖은 죄악에도 훌훌 털고 웃으며 뛰쳐나갈 친구야~ 아직도 말 놓을 친구가 있다는 건 다행이다. 높아질 높여줄 필요도 없이 평평한 수평선 바다 그 평평한 해안에 넘실대는 파도소리가 좋구나. 찰랑대는 모래소리가 좋구나. 낮은 친구의 이 목소리가 좋구나. * 옆 회사에 생일이 같은 사람이 있어서 행사때 만나서 이야기하다 말을 편하게 놓기로 했다.

오타 인생 -24.5.24.(금)

오타 인생 -박원주- 내 눈엔 보이는데 네 눈엔 안 보인다. 투명한 것도 아닌데 널부러진 게 안 보인다. 정말 안 보이나 싶은데 진짜로 안 보인다. 고치고 다시 봐도 계속 튀어나온다. 너는 오타를 만드는 기계인가? 나는 오타를 찾는 기계인가? 알 수 없는 미궁에 오타에게 묻는다. 누구의 잘못으로 태어났느뇨? 작자의 잘못이냐? 부모의 잘못이냐? 스승의 잘못이냐? 친구의 잘못이냐? 결재자의 잘못이냐? 조직의 잘못이냐? 사회의 잘못이냐? 손가락의 잘못이냐? 몸의 잘못이냐? 자판기의 잘못이냐? 컴퓨터의 잘못이냐? 대답없는 책임 추궁에 잠시 가라앉았다가 다시 하얀 종이 위로 스물스물 떠오른다. 그냥 내가 오타인가 보다. 그냥 인생이 오타인가 보다. 깔끔하고 정갈치 못한 모두가 오타인가 보다. 그냥 웃으며 체념하고..

소심한 마음 -24.5.23.(목)

소심한 마음 -박원주- 내가 왜 다 해줘야해? 내가 언제까지 뒤치닥거리 해야해? 내가 언제까지 참아야해? 나한테 왜 그래? 억울함이 마음에 하소연 하자 소심한 마음이 쌓인 과거를 까발리기 시작한다. 내게 맞지 않는 네 표현. 내 열정을 낭비하는 네 태도. 내 시간을 소모시키는 네 방식. 바꿀 수 없는 네게 맞춰 날 꾸역꾸역 끼우다가 전혀 신경 쓰지않는 널 보며 구겨진 내 마음이 다시 하소연 한다. 참아야지. 화내지 말아야지. 그려려니 해야지. 현실에 맞짱 뜰까 욱 하다가 소심한 마음이 소심한 날 진정시킨다. 아직은 내 그릇이 작나 보다. 아직은 내가 인내심이 작나 보다. 아직은 내가 더 깍여야 하나 보다. 씩씩대며 현실을 째려봐도 바뀐건 없으니 내가 바뀌는게 맞겠지. 내 마음이 넓어질 때까지 키우는게 맞..

뻣뻣한 하루 -24.5.22.(수)

뻣뻣한 하루 -박원주- 하나 둘 셋 구분해서 동작하면 잘 되는데 연속해서 동작하면 잘 안된다. 시간이 연속이라 그런가? 인생이 연속이라 그런가? 내가 너무 만만해서 내 말을 안 듣는건가? 뻣뻣한 하루처럼 뻣뻣한 몸에 급 울화가 치민다. 삶도 딱!딱!딱! 생각대로 움직여주면 좋겠구만 뻣뻣하게 지맘대로 움직이다 결국 오늘도 망했다. 급 울화가 치민다. * 골프에서 골반 회전이 중요하다는데 참 그게 어렵다.

생각하는 동물.H -24.5.21.(화)

생각하는 동물.H -박원주- 약육강식 밀림이 우거졌다. 동물에만 서열이 있는줄 알았는데 “이거 할 사람?” 한마디에 눈치가 주르륵 정리되더니 “제가 할께요!” 척척 알아서 기는 걸 보니 사람도 역시 생각하는 동물이였다. * 회사 생활에서는 그걸 할 수 있는 사람과 그걸 알아서 하는 사람과 그걸 시키는 사람 등등 서열이 있다.

하드코어 꼰대 -24.5.20.(월)

하드코어 꼰대 -박원주-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꼰대니? 사장이요. 월급을 빌미로 직원들을 갈궈요. 국회의원요. 자기가 법을 만들고 자기가 휘둘러요. 교수요. 가르치는데 컨트롤 할 사람이 없어요. 아재요. 재미도 없고 잔소리 라떼만 찾아요. 나보다는 한수 낮은거 같은데? 거울에 비친 다중인격에 놀라 하드코어 거울을 깨트려 버렸다. * 한 기관에 사장님이 방문하신다는데 방문 스케쥴과 고위급 미팅 요청사항이 심상치 않다. 사장님 의전 이야기가 참 꼰대들의 최강자 대결 같다.

물질-마음 쓰기 -24.5.19.(일)

물질-마음 쓰기 -박원주- 먹으면 없어지는데 왜 먹는데 돈 쓰냔다. 아무거나 입지 왜 옷사는데 돈 쓰냔다. 학교에서 배우는데 왜 굳이 과외비 쓰냔다. 연애하면 돈 쓰니 만나면 빨리 결혼하란다. 보이지도 않는 신인데 뭐하러 헌금하냔다. 다들 돈을 벌지만 쓰는 곳은 천차만별. 물질 있는데 마음이 있더라. 돈 쓰는 곳에 인생도 쓰더라. * 아이들이 드마리스 뷔페에 가자고 해서 간다고 했더니 생각보다는 비싼 곳이다. 선생님들이 비싸다고 만류를 한다.

이글 축제 -24.5.18.(토)

이글 축제 -박원주- 모두가 네번만에 해내는 걸 두번만에 하는 행운이 굴러왔다. 우리는 축하해주고 친구는 점심을 쏘고 우리는 상패를 만들고 친구는 파티를 열고 우리는 다시 모이고 친구는 저녁을 쏘고 주거니 받거니 끊임없이 축제가 이어졌다. 세상사람 모두 이글 한번 했음 좋겠다. 주거니 받거니 끊임없이 축제가 이어졌음 좋겠다. * 귀임 골프로 친한 분에게 처음으로 사적으로 같이 골프를 치러갔는데 그분이 이글을 하셔서 상패를 받았다. 신기.

제1 분실의 법칙 - 24.5.17.(금)

제1 분실의 법칙 -박원주- 출근길에 책을 두고 내렸다. 퇴근버스를 타니 그제사 생각이 났다. 버스노선, 좌석번호, 주마등같은 시간이 흐른다. 아내는 날 나무라며 분실 이력을 줄줄 흞는데 B형 아내가 A형 날 닮아가는게 신기하다. 이것보다 더 사소한 건 이제 없을텐데 나중에 더 중요한 걸 까먹으면 어쩌나? 이렇게 늙어가는건가? 늙아가는 인생이 허망하고 무너지는 건강이 허무하고 두고보는 현실이 참담하다. 인생이 멈추면 시간도 돌려줘야할텐데.. 모든 걸 잃고나면 공간조차 돌려줘야텐데.. 날 붙들던 미련조차 결국은 분실되고 말텐데.. 잃어가는 미래를 잘 참고 견딜 수 있을까? 같이 아파하며 함께 죽어갈 수 있을까? 잃어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래도 아직은 잃을 것들이 많구나. 그래도 아직은 내가..

싸고 좋은 보물찾기 -24.5.16.(목)

싸고 좋은 보물찾기 -박원주- 길거리에서 주섬주섬 우리돈 2300원에 아침을 산다. 싸고 좋은 보물에 배부르고 위의 콧노래에 더 배부르고. 사람이 간사하게 이런데서 보람차다. 수요와 공급 법칙을 거슬러 다음에 좋고 싼 보물을 찾아나선다. 이 맛에 돈을 버는거지. 이 맛에 돈을 쓰는거지. 간사한 사행성에 인생은 무거워지고 보물들도 어딘가에 점점 쌓여만 간다. * 길거리에서 아침을 먹으러 매일 보는 베트남 아줌마에게 주섬주섬 아침 음식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