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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선의 선택 -2017.01.17.화

가장 최선의 선택 -박원주- 모든 걸 구할 수 없다면 가장 최선의 것을 선택해야한다 내게 맞는 성격에다 내게 어울리는 얼굴.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 정도의 재력에다 나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더한 적당한 매너와 미소까지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끄는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본능의 긴박한 협상 최대 다수 최대 행복은 최대 자신의 최대 행복을 향해 이것 저것 이 사람 저 사람 고르고 또 고민하다 오늘도 한개도 못 건진 가장 최선의 선택 * 차마시다 나온 연애 실패담 이야기를 반성하면서 ​

사는 나 사는 옷 -2017.01.16.월

사는 나 사는 옷 -박원주- 남을 위해 사는가 나를 위해 사는가 신이 아담을 위해 지어 주었던 가죽옷. 다시 죄는 지어도 결코 피흘리기 싫은 옷. 그 옷으로 나의 허물을 덮고 더 깊이 나를 가렸다 아무런 헌신도 반성도 없이 오늘도 다시 그 옷을 샀다 그리고 묻는다 나의 시선을 위해 사는가 남의 시선을 위해 사는가 * 합정에서 겨울 니트를 사면서 한마디 ​

기계의 꿈 -2017.01.15.일

기계의 꿈 -박원주- 누가 나를 만들었나? 꼭 알고 싶었다 무엇을 위해 만들었나? 꼭 묻고 싶었다 덩그러니 적힌 설명서엔 이름, 제조일자, 품번만 대충 끄적거려져 있다 누군가 공급하는 짜릿한 전원에 감사하며 반복된 일상속에서도 닳지 않겠노라 기계의 꿈 누군가 차가움을 품어주고 딱딱함을 녹여주길 기대하며 오늘도 주문하는 신비한 마법 마르고 닳도록 일해야하는 마모의 저주가 풀리면 바람처럼 자유롭게, 햇살처럼 따스하게, 식물처럼 싱그러운 인간이 되리라! 기계는 그 구원의 날을 고대하며 길고 긴ㅡ 시간의 뼈다귀를 닳아나간다 * 한라산 등산을 다녀와서 피곤한 나를 돌아보며 ​

성산의 번제 -2017.01.14.토

성산의 번제 -박원주- 아름다운 꿈이 있어 보고 싶은 풍경이 있어 성산에 올랐어라 세상에서 한걸음 떠나 말 뛰는 들판을 지나 해를 담는 커다란 구유 성산에 올랐어라 죄가 많아 드렸던 속죄 이전에 지은 죄 아직도 짓는 죄 훗날에 지을 죄 나를 묶은 저주의 사슬은 뜨거운 태양, 하늘 제단 아래 번제로 바친다 찌든 때 뭍은 몸 욕심을 담을 몸뚱아리는 곶으로 부는 바람에 다 날려버리고 빈 영혼만 데리고 선다 성산에서 맺은 약속 '다시는 나를 떠나 너를 사랑하지 않겠다' 한번도 지키지 못한 세상을 돌고 돌다 다시금 회개할 성산의 약속 기나긴 해가 진다 장대한 분화구의 열정도 화려한 풍경의 분주함도 찬 바다에 식어간다 회개를 마친 내 영혼은 풍경을 덮고 꿈을 덮고 세상을 향해 아래로 발걸음을 내딪..

게스트하우스의 하룻밤 -2017.01.13.금

개스트하우스의 하룻밤 -박원주- 지친 여행 일정에도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좋은 기회 끼 많은 학생회 대표들 반듯한 카츄사 군종들 귀여운 초중고 여대생 친구들 한국말이 서툰 독일 교포 모두의 인생이 닿아 한 자리에 모였다 뭐하시는 분이세요? 무슨 관계세요? 서로를 묻고 알아갈수록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게 된다 내가 꿈꾸던 젊음 내가 사랑하던 꿈 내가 사랑하던 연인 짧은 하룻밤사이 내게 건넨 독백 난 이렇게 살고 싶었구나 이렇게 풋풋하고 싶었구나 이게 그렇게 아쉬웠구나 긴 긴 밤 짧은 밤 서로를 사랑하고 나를 추억하다 우리는 다시금 먼 남이란 일상으로 길을 떠났다 * 게스트하우스에 처음 묵으며 많은 이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

한곳을 바라보는 연습 -207.1.12.목

한곳을 바라보는 연습 -박원주- 앞만 보고 가시오 목적지만 보고 두벅두벅 시선을 돌리지 마시오 #1. 한 여인이 급하게 뛰어갑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결 그녀가 입은 노란 스웨터는 옛날 내가 사랑했던 그녀와 취향이 비슷하네요 그녀는 잘 지내고 있겠지요? 아차! 다시 앞을 보고 걸어갑니다 #2. 오늘은 바람이 시원합니다 저절로 콧모래가 흥얼거려집니다 지나가던 구름도 산허리에 하얗게 걸리고 꽃도 잎도 파스텔로 물드는 완연한 봄입니다 어느 강가엔 버들강아지도 피어나겠지요 어릴 적 봄소풍처럼 설레이듯이.. 아차! 다시 앞만 보고 걸어갑니다 #3. 지나가던 아저씨가 나를 훑어봅니다 제가 무얼 잘못했나 고민하게 됩니다 그분은 계속 저를 째려보지만 전 잘못한 걸 모르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상엔 참 이상한 사람..

차가운 불똥 -2017.01.11.수

차가운 불똥 -박원주- 언제 우리 사이가 이렇게 멀어져 버렸을까 기대로 시작했던 만남은 짧은 사랑을 스치고 긴 조율을 지나 서로를 침범하지 않는 묵인, 무덤덤함이 되어 버렸다 찬 계절의 변곡점을 돌아서기 무섭게 메말라 버린 너와 나의 앙상한 숲. 바람에 부대끼며 노래하던 잎새도 이젠 닿는 것조차 짜증나는 촉수가 되어버렸다 너라는 변수 x 나라는 변수 y 서로에게 영향도 피해도 주지 않는 영원한 상수이고픈 두 변수 영원히 만나지 않는 평행선이고픈 함수 난 너에게 넌 나에게, 현재의 우리가 미래의 우리에게, 다시는 타오르는 불꽃이 되지않길 바라며 적당한 시선의 경계에 경계를 유지하다 어쩌다 튄 불 똥을 급하게 소화시킨다 * 한 사람이 또 나에게 태클을 거는 모습과 그런 상황에 대처해야하는 안타까운 나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