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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쇠고 쇠다가 -2017.01.27.금

설을 쇠고 쇠다가 -박원주- 달이 주었던 새해 대문을 활짝 열어두고 친척을 맞는다 옛날엔 동네 어귀에서 뻥도 튀기고 어리도 하며 소란스러웠는데 요즘은 한적하기만 하다 동네를 돌며 새뱃돈 받던게 엊그제 같은데 설을 쇠고 쇠다보니 세월에 떠밀려 누군가의 빈자리에 앉아버린 나를 본다 이젠 제일 편한 자세로 딩굴거리다 새뱃돈을 주다가 시체놀이를 하겠지 그게 내가 받을 새해복이지 * 설을 맞아 튀김도 굽고 준비하면서 새해를 맞는다 ​

정체의 정체 -2017.01.26.목

정체의 정체 -박원주- 고향가는 길 역시나 밀린다 강물이나 개울은 물은 적으나 많으나 항상 잘 흐르는데 사람이 지나는 도로는 차가 조금만 많아도 금방 막힌다 도로도 인생길도 우리란 한 차인데 각자의 차를 타고 빨리만 가려 하니 정체는 풀릴 기미가 없다 * 연차 쓰고 내려와도 설명절 도로가 막히는 건 여전하다 ​

연말정산의 회고 -2017.01.25.수

연말정산의 회고 -박원주- 토해내느냐 받느냐 올해도 시작된 세금과의 전쟁 일년 허겁지겁 돈 쓰다가 급하게 염라대왕 앞에 정산하는 시간 돈을 안쓴게 문제인지 카드를 많이 쓴게 문제인지 아직도 내가 혼자 사는게 문제인지 엎질러진 과거사라 후회할 일만 남았다 내품에 안겼던 돈과 생이별하며 벌기도 쓰기도 각박했던 생이지만 벼룩의 간도 빼야하는 참회의 시간 회계야 올해는 세금 좀 많이 때 다오 내년초 그 적금이라도 돌려받고서 조삼모사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구나 * 연말정산 항목을 입력을 다해도 37만원이 환수되어서 내일은 다른 공제항목들을 꼼꼼히 살펴봐야겠다 ​

포켓몬고의 서막 -2017.01.24.화

포켓몬고의 서막 -박원주- 귀엽다 어릴적 만화 캐릭터가 나와 함께 현실을 살아가고있다 포켓몬을 잡으며 어릴적 동심을 주워 담는다 증강현실 속 수많은 캐릭터들처럼 내 주변에 널부러진 보물들을 보지 못한 채 놓치고 스치며 아무 설레임없이 걷고 있었던 건 아닐까 * 포켓몬고가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고 첫날 레벨을 6까지 올렸다 ​

또 사랑해야하나요 -2017.01.22.일

또 사랑해야하나요 -박원주- 설레이고 달콤했던 사랑이 힘겨움이 되고 이별이 되어도 또 사랑해야하나요 너만 사랑한다 너밖에 없단 마지막 고백이 거짓말이 되고 위선이 되어도 또 사랑해야하나요 잊지못해 아파하고 미련에 아파하고 이젠 다 잊었어 아무렇지 않다고 자신하며 덤덤히 잊고 살았는데 또 사랑해야하나요 그깟 사랑 다신 안하리라 다시는 설레이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마이동풍 무덤덤해졌는데 또 사랑해야하나요 불편하고 어색하고 익숙하고 사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되는줄 아는데 너무나 잘 아는데 또 사랑해야하나요 다신 상처주지 않을리 부족한 내 모습 다신 보여주지 않으리 멀쩡한 척 당당한 척 포장하고 화장했는데 또 사랑해야하나요 이젠 못합니다 사랑도 상처도 설레임도 싫습니다 그냥 혼자, 우리로서 편하게 살..

그 나이에 어울리게 -2017.01.21.토

그 나이에 어울리게 -박원주- 아이답게 순수하시오 학생답게 똑똑하시오 군인답게 씩씩하시오 청년답게 사랑하시오 아빠답게 헌신하시오 어른답게 중우하시오 노인답게 사망하시오 누군가가 내려놓은 명령 나는 저것들을 다 완수 할 수 있을까 다 완수해야만 그 사람인 것일까 나는 언제 내가 원하는 때 내가 원하는 붓을 들고 나의 모습을 그리다가 미련도 아쉬움도 없이 훌쩍 떠날 수 있을까? * 친구들을 만나 우리나이의 고민인 연애 결혼이야기를 하다보니 언제 그걸하고 언제 나를 찾아서 살수있을까 기로에 섰다 ​

펑펑 눈내리던 날 -2017.01.20.금

펑펑 눈내리던 날 -박원주- 펑펑 눈내리던 날 새하얀 세상속에 내 마음을 비추었던 날 흰 눈이 펑펑 내리면 세상은 눈이불을 덮고 포근히 잠들었지 사랑방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고 가을고구마를 던졌었지 구들창 아랫목에 바느질하시던 어머니 무릎 슬그머니 잠들었지 마당에 애기 냥이들 발도장을 찍어대면 눈싸움 한바탕 눈사람 한바탕 눈썰매는 언덕 기슭 다 닳도록 탔었지 흰 눈을 까만 눈으로 바라보던 그때 흰 눈을 하얀 눈으로 바라보는 지금 그때 그 시절 그때 그 마음 한번쯤 돌아가고 파도 내리던 흰 눈은 너무 빨리 녹아 흔적도 없이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세월에 녹아버린 늦청춘의 모습 흰눈이 펑펑 내리던 날 나도 펑펑 울었던 날 함박눈은 아직도 멀쩡히 펑펑 내리는데 내 마음은 벌써 녹아 질퍽질퍽 거렸던 그날 * 간만에 ..

정확한 극본 -2017.01.19.

정확한 극본 -박원주- Run! 의식이 깨어나는 순간 인생의 계획보다 더 정확한 계산으로 지연의 틈도 없이 곧바로 실행한다 Speed! 일분일초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 앞으로 닥칠 일들은 바로바로 쳐내야한다 Mission! 제 시간 그 자리로 이동하기위해 갖가지 초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 기막히게 정확한 교통시스템 속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수해야하는 미션 Recall! 일련의 이벤트들이 퍼즐처럼 맞물려 처리되고 나면 나의 공간은 곧바로 다른 장소로 옮겨진다 띡! 어서오십시오! 08:59! 오늘도 무사히 험난했던 출근 여정을 마쳤다 * 어제 출근은 8:59분을 찍었다가 오늘은 9:00를 찍으면서, 내일도 정시출근의 은총이 이어가기를 ​

득템의 긍휼 -2017.01.18.

득템의 긍휼 -박원주- 목적을 가지고 나섰던 이가 애써서 얻어야 할 것! 목적도 없이 방황했던 이가 너무나 쉽게 얻어버린 것! '내가 잘해서 그런가' 생각하다가도 '뭐 딱히 잘한 것도 없네' 독백하게되는 메마른 인생 광야에 내려진 득템의 만나 허공을 차며 빈손으로 털레털레 걸어왔는데 어느새 빼곡히 채워진 삶의 캔버스 오늘은 무엇을 얻게 될까? 새로움에 대한 갈증과 일상에 대한 현기증으로 어제와는 다른 길을 헤치며 위대하고 위태한 득템의 젠가를 쌓아나간다 * 홍대 산책 나갔다가 할인 세일 하는 점퍼 등을 무더기로 사면서 외친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