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의 번제
-박원주-
아름다운 꿈이 있어
보고 싶은 풍경이 있어
성산에 올랐어라
세상에서 한걸음 떠나
말 뛰는 들판을 지나
해를 담는 커다란 구유
성산에 올랐어라
죄가 많아 드렸던 속죄
이전에 지은 죄
아직도 짓는 죄
훗날에 지을 죄
나를 묶은 저주의 사슬은
뜨거운 태양, 하늘 제단 아래
번제로 바친다
찌든 때 뭍은 몸
욕심을 담을 몸뚱아리는
곶으로 부는 바람에 다 날려버리고
빈 영혼만 데리고 선다
성산에서 맺은 약속
'다시는 나를 떠나
너를 사랑하지 않겠다'
한번도 지키지 못한
세상을 돌고 돌다 다시금 회개할
성산의 약속
기나긴 해가 진다
장대한 분화구의 열정도
화려한 풍경의 분주함도
찬 바다에 식어간다
회개를 마친 내 영혼은
풍경을 덮고 꿈을 덮고
세상을 향해 아래로
발걸음을 내딪는다
* 성산일출봉을 처음 올라 바다와 풍경을 바라본 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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