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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사람아 -2017.05.12.금

무심한 사람아 -박원주- 나와 네가 함께 한 시간이 얼마더냐 비록 떨어진 시간이 길었다한들 그 떨어진 시간을 주우며 반가운 척 웃음 한번 해맑은 연기 한모금 건네주기가 그리도 어려운 일이더냐 무심한 사람아 애지중지 네 밭을 일구고 가뭄에 목이 탈까 때양빛에 외롭진 않을까 외진 밭에서 가지런한 고랑을 보고 혼자 해맑게 웃어댔던 그 시간이 더 길었으리라 내가 바라던 짧은 미소 그 옛정 한모금 눈가로 건네주기가 그토록 어렵더냐 땀방울이 비명을 지르더냐 이 무심한 사람아 * 세미나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나러 갔지만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무심한 그에게 조금 실망했다. ​

아 카샤 -2017.05.11.목

아 카샤 -박원주- 까만 밤공기속에 울리는 아카시아의 진동 바야흐로 아카시아의 통치가 시작되었다 하얀 팝콘들은 터지기 무섭게 나와 함께 세상을 관람하자 한다 산기슭 언저리마다 파르르 떨고있는 아카시의 전율 천지를 흔드는 진동에 내 가슴도 덩달아 짜릿거린다 하얀 밤 초여름을 헐떡이게 하는 가시나무의 아우성 손을 뻗으면 잡힐 듯 풀어 헤져진 옷고름인데 향기는 생각보다 멀고 마음은 생각보다 깊어서 가득찬 너의 숨소리만 나를 애무하고 있다 * 밤길을 걷는데 어느새 짙은 아카시아의 향기에 늦봄이 지나고 초여름이 도래했음을 느낀다 ​

이팝나무 꽃한톨 -2017.05.10.수

이팝나무 꽃한톨 -박원주- 이팝나무 꽃한톨 내 마음에 떨어졌다 하얗게 모락모락 피어나는 아궁이 엄마가 애지중지 지은신 가마솥 밥한톨 엄마 어릴 땐 검정보리밥도 귀했어 꾹꾹 누르며 많이 먹어라 짓는 미소 산속에 울려대는 뻐꾸기 메아리처럼 처량한 엄마 어릴적 넉두리 한소절 한소절 토닥였던 밥한톨 하늘이 푸르러야 흰쌀밥도 아름드리 나도 먹고 너도 먹고 배불렀던 옛날 옛적 이야기 화사한 이팝나무꽃들은 햇살을 머금고 밥드시오 배고프오 굶주린 내 삶속에 흩뿌려지는 꽃다발 * 이팝나무가 허드러지게 피었다. 엄마 생각이 난다 ​

터미네이터 아들 -2017.05.08.월

터미네이터 아들 -박원주- 엄마가 태어난 날 정말 기쁘고 해맑던 날 옹알 거리는 울엄마는 날 닮아 너무 사랑스러웠다 이 거친 광야를 지나갈 게 무척 안스럽지만 나랑 웃으며 지낼 걸 생각하니 뿌듯히 밀려오는 아들 미소 나도 이런데 울 엄마는 어떨까 나 때문에 웃고 미소지으며 나 때문에 울고 아파했을 울 엄마 더 사랑해야지 더 깊이 사랑해야지 마음으로 감사하고 영혼으로 축복하며 비밀스럽던 내 존재의 근원을 엄마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주어야지 * 내 사랑스런 어머니. 목소리만으로도 기분좋고 편하다. 건강히 오래오래 재밌게 살아요. ​ ​

즉석 연기자 -2017.05.07.일

즉석 연기자 -박원주- 즐거운 척하기 심각한 척하기 내 본심을 숨기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연기자 나는 오늘 누구를 위해 살아가는가? 가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는게 어느정도까지인지 고민이다 나를 위해 산다하지만 나만 위해 살수없는 이곳 멋진 연기자는 멋진 연기를 펼치고 무대가 내려지는 순간 풀어지는 긴장감속에 감추인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 발견한다 * 5월 황금연휴 기간이라 사람들도 많이 고향으로 가고 그래도 반가운 얼굴들과 동영상을 찍었다. ​

투명함의 회귀 -2017.05.06.토

투명함의 회귀 -박원주- 살아가기도 뻑뻑하오 무미건조한 일상이오 입술 힘껏 투덜거렸더니 온 하늘이 황사로 뒤덮혀 허기진 내 폐를 째려다본다 잠잠하던 보이지 않던 공기의 반란 또 탄식하며 나오는 원망을 구겨넣으며 바짝 하늘에 엎드린다 묵었던 참회의 날숨을 뱉으며 순수했던 내 일상 내 투명함을 곰곰히 묵상한다 건조한 날씨도 고마웠다 - 그덕에 빨래가 잘 말랐었지 비내리는 하늘도 고마웠다 - 그덕에 평상 낮잠이 달았었지 눈 내리는 대지도 흐뭇했다 - 그 덕에 많이 놀고 딩굴었으니까 찌는 더위도 열대야도 그래 - 그 덕에 물가 이야기가 깊었어 아 돌아오라 내 공기여 평안했던 내 숨결이여 잃어버린 투명함을 되짚으며 내가 숨쉬던 일상으로 다시 되돌아와다오 * 중국에서 황사가 겁나게 불어서 미세먼지 수치가 매우 나쁨..

근육통 오셨네 -2017.05.05.금

근육통 오셨네 -박원주- 몸만들어야지 으샤으샤 열심히 풋샵 아령에 격하게 땀 흘렸더니 간만에 불청객 근육통 오시었네 온 만신이 욱신욱신 내 몸이 근육인 걸 한가닥 한가닥 체험하는 고통 내가 여름이랍시고 무리할때 알아봤다 이제 한동안 몸만들긴 어렵겠구나 미안하다 내 열정아 널 친구처럼 제어하지 못했구나 이로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구나 한가지 당부하는 건 내 젊음이 너무 짧으니 조금만 머물렀다 아픈 기억도 싸가지고서 훌쩍 흔적없이 떠나만 가다오 * 어제 수영하면 좀 나아지려나 했는데 풀릴 기미가 없네. 역시 운동은 꾸준히 해야해 ​

위로의 한 수 -2017.05.04.목

위로의 한 수 -박원주- 많은 위로의 말도 많은 설명의 지식도 필요가 없다 다 그래요 아 말 한마디만 건네고 눈빛을 토닥여주자 나도 격고 너도 격고 누구나가 격는 일상과 문제사이 애매한 경계선 내가 이상한가 (아니다) 내가 부족한가 (아니다) 많은 죄책감에 자학했던 방전의 나날들 다 그래요 다 그런거다 다 그렇기에 다 사는 것이고 지식도 삶도 공유되는 것이다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자구나 누구나가 그랬듯이 누구나가 살았듯이 누구나가 피식댔듯이 * 어노인팅 갔다가 들은 말. 인생의 선배가 해줄수 있는 말음 나도 그렇고 그도 그렇고 다 그렇다는 경험담. ​

땀을 울리며 -2017.05.03.수

땀을 울리며 -박원주- 옛 땀이 그리워 운동을 빌미로 한땀 한땀 불러낸다 건조한 메마른 몸뚱이 땀방울로 촉촉히 우려내본다 침처럼 흘리지 말아야할 금기도 없고 - 삼켜야할 규율도 없기에 자유롭게 흘려라 눈물보단 온몸으로 흐느껴 울어댈 수 있는 - 우리가 얼마나 바라던 카타르시스인가 간만에 대하는 내 투명한 땀방울들 핏줄과 근육사이 이슬처럼 맺히던 땀방울이 소나기처럼 떨어지며 외치는 찰나의 비명소리 나는 살았다! 나는 살아있다! 비명은 내 뇌리에 다그친다 내가 아직도 멀쩡이 살아있으니 무엇이라도 하거라 삶을 바친 순교자처럼 매섭게 다그친다 흐른 땀은 미련없이 사라진다 많은 파도의 꿈도 접고 푸른 하늘 뭉게구름의 가벼움도 접고 건조한 대지 한낮 물방울로 전락해 버려도 그는 변명도 과거도 없이 억겹의 순간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