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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말이야 -19.1.9.수

계란말이야 -신성- 갖잡은 동그란 치킨을 가차없이 쪼개 투명한 속살에 싸인 노오란 생명을 보아라 죽은 목숨에게 짧은 묵념을 올리고 곧바로 양심 긍휼 윤리를 싹다 버림다 나를 위해 네 전부는 죽어줘야겠어 꼬꼬댁 흔한 찰나의 비명도 없이 남은 생을 잠시뒤 마감해줘야겠어 동그랗게 동그랗게 치킨을 추모하며 말아 묻는다 왜 마는지 왜 묻는지 군침만 다시며 그냥 말아먹은 인생처럼 또 말고 마는 것이지 둥근 지구가 쪼개져 우주의 티끌이 되는 때, 내 몸이 썩어져 초록의 먹이가 되는 때, 여명녘 울부짖던 네 외침을 기억하면서 네 육체를 음미하며 혀속에 촉감을 묻으며 맛있게 본능스럽게 원시의 치킨을 잡아먹었다 계란말이 속에는 치킨이 살았다한다 *간만에 계란말이를 했는데 양을 몰라서 6판은 구운듯 ​

단편 기자 -19.1.8.화

단편 기자 -신성- 글을 끄적이고파 펜을 들었어요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죠 그냥 일상의 소소함을 나누고싶었어요 세상은 더 재미있는 걸 말하라 하네요 더 큰 자극에 굶주린 짐승같아요 사람들의 시선을 내게 돌리고 싶어서 떨어져가는 통장을 바라보다 두 눈을 한번 질끈 감고 사실같은 소설로 세상을 사육하기로 했어요 세상이 이게 사실이냐고 물었을 때 처음으로 사실이라 대답하던 설레임 그 한개의 선악과를 따먹은 뒤 저도 세상도 사실을 구분하는 법을 잃어버렸어요 수많은 선악과는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버렸죠 일어난 일을 사실이라고 말하는 맹점 아무도 본 사람은 없다는 맹점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기가 사실보다 어렵다는 맹점 오늘도 나는 소설을 씁니다 사실을 창조하며 유레카! 거친 비명을 지릅니다 한켠에 옛날 쓰던..

사랑을 해내다 -19.1.6.일

사랑을 해내다 -신성- 이제껏 사랑을 얕잡아 보았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망상을 벗어나 내맘대로 되지않는 니 마음 주변을 빙빙 돌고만 있다 사랑을 노력해도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극 사실주의 현실 내가 사랑해도 너는 사랑하지 않았지 니가 사랑해도 내가 사랑하지 않았지 똑같이 사랑에 빠지는 기적은 내게 다시 일어나지 않았지 한번 사랑을 했어 두번 사랑도 했어 그러나 과거의 사랑은 현재가 되지 못했지 만남은 열정을 소비하고 이루지 못한 사랑의 파고는 나를 집어삼켰지 실폐는 두려움의 늪을 파놓고 내가 걸려들길 기다리고 있었지 이제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남은 인생 가운데 옛 사랑이 또다시 꿈틀댈까 메마른 광야에 시들었던 사랑이 다시 피어날까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을 해낼까 *사랑을 하지 않으니 외로움, 쓸쓸..

찬바다에 섰다 -19.1.5.토

찬바다에 섰다 -신성- 찬바다에 섰다 주르륵 눈물이 흐른다 이 황홀한 자태앞에 나는 왜 울어버리는가 눈물이 고인 짠바다 저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지나온 세월에 귀를 기울인다 파도가 치고 파도가 치고 나도 바다도 닳아가고 있다 사랑했노라 우리는 더는 나아가지 못한채 지금의 모습을 보며 사진을 찍었다 웃어라 그모습 한번이면 족했다 한번의 인생처럼 너가 내곁에 스쳐간 인연임에 감사했다 바다를 좋아해도 물을 좋아해도 나는 찬바다를 거닐며 흐르는 감격을 눈물로 얼렸다 *바다도 좋고 가족들도 좋고 풍경도 좋고 음식도 맛나는데 내 마음은 찬바다차럼 왠지 춥다 ​

방학 방근 -19.1.4.금

방학 방근 -신성 방학처럼 한달 방근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 매달 꼭같은 하루는 얼마나 지루한가 아이들에게만 허락된 방학을 어른들에게도 허락해주소서 나에게도 쉼과 충전이 순수하던 옛날처럼 필요해 모두가 다같이 추운날 더운날 다같이 쉬자구 다같이 무리할 필요는 없잖아 우리 다같이 쉬면 되는 간단한 일이야 *조카들 방학이라고 누나집에 와서 대게도 먹고 과메기도 먹고 간만에 쉰다 ​

희망 그루터기 -19.1.3.목

희망 그루터기 -신성- 작년에 심은 뿌리를 뽑아 새해에 옳겨 심는다 내가 하고픈 일 못다이룬 일 또 고이고이 심는다 영혼을 가꿔야지 몸도 가꿔야지 사람도 가꿔야지 가지가 치고 가지가 치고 나는 올해도 위로 위로 자라난다 나란 그루터기 위에 빈접시를 깔아본다 *새해라고 새해 하고픈일들 꿈꾸는 일들을 끄적여본다 ​

설레이는 첫출근 -19.1.2.수

설레이는 첫출근 -신성- 내가 처음으로 닫힌 문을 열고서 바라본 그곳. 사람들은 어떤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까? 내가 건넨 눈빛에 어떤 말을 던질까? 내가 헤쳐나갈 일은 재밌을까? 힘들면 어떻게 해야할까? 보상은 확실히 줄까? 난 어떻게 살까? 난 뭘할까? 난 뭘까? 난 왜? 어? . (응애) - 이 소리는 노동의 저주를 안고 세상을 구하러 온 한 노동자의 첫 소리입니다 - 수많은 질문을 안고 태어났지만 버거운 현실의 호흡과 압박에 아무말도 아무짓도 못한채 그냥 하염없이 울어버렸다 기억도 나지 않는 태고적 나의 세상으로의 첫 출근 *새해라서 출근도 좀 일찍하고 여유를 가지면서 새해를 설레이게 시작했다. 작심삼일일찌언정 뿌듯하다 ​

해아래 새것은 없어 -19.01.01

해아래 새것은 없어 -신성- 어제의 해가 지고 오늘의 해가 떴다 어제의 내가 죽고 오늘의 내가 산다 같은 태양이 떳다는 건 비밀. 다시 태어나도 바로 어른인 것도 비밀. 새해. 언제 시간이 새로와졌나 언제 사람이 새로와졌나 말한마디에 뚝딱 새로와졌나 한꺼번에 뚝딱 새로와졌나 해아래 새것은 없다는 걸 알아버린 나 이젠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설레지 않는다 나를 설레이게 할 새로움이 그리운데 해가 가고 해가 와도 아직 해아래 새해가 없다 *새해가 새롭지 않다면 새로운 다이어리와 달력이 새로운 것이겠지 ​

내게주는 개근상 -2018.12.31.월

내게주는 개근상 -신성- 참 잘했어요 일년 삼백육십오일 수고한 나에게 엄지를 지켜세운다 뭉클한 가슴에 두 손을 얹고 한해 고생했다 수고많았다 토닥인다 피땀으로 얼룩진 나의 레드카펫을 깔고 나의 지체들을 조촐한 시상식에 초대해본다 수고한 발에게 두 가슴으로 박수를 수고한 손에게 머리로 골때리게 축하를 수고한 입에게 눈물 머금은 찬사를 보이지 않게 안에서 수고한 이들에게 간만에 배를 열어 스다듬어주어라 뜨는 태양과 지는 태양을 보며 울고 웃기를 반복한 지체들이여 올해도 우리는 한배를 탔네 한해의 매듭을 묶는 12.31. 끝날 오늘과 비슷한 내일이지만 오늘과 색다른 내 1.을 기대하며 일년 삼백육십오일 하루도 빠짐없이 수고한 내게 건네는 나의 축 개근상 *장관상도 타고 송수영신을 뜻깊게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