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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숨채우기 -19.7.28.일

빈 숨채우기 -신성- 제주 해녀는 자기가 들어갈 바다의 깊이를 안단다 그 깊이속의 바다는 풍요롭고 아름답단다 더 깊은 물속의 전복을 바라보는 순간 물밖에 갔다오면 못찾을 그 전복을 캐는 순간 해녀는 이생의 마지막 물숨을 쉬게 된단다 물숨 물로 쉬는 숨 그 마지막 숨을 쉬지 않기를, 더 깊은 전복을 따지 않기를, 어렵게 가파른 숨쉬기를 한다 일상의 바다가 생명으로 출렁이도록 눈앞의 욕심을 개워내고 숨을 채운다 빈 숨을 채운다 * 예배때 제주해녀 물숨 이야기를 듣고 욕심을 버리고 교만한 마음을 버리기로 다짐한다 ​

나온 김에 -19.7.27.토

나온 김에 -신성- 나온 김에 사야합니다 다신 어울리는 옷을 못 찾을지 모른다 나온 김에 먹어야합니다 다신 지금 허기를 못 채울지 모른다 나온 김에 고백해야합니다 다신 우리 인연이 언제 부딪힐지 모른다 나온 김에 살아야합니다 다신 못 살 시간을 지나고 있는지 모른다 * 쇼핑을 나와서 세일하는 상품을 입었는데 잘 아울려서 대놓고 지름신이 강림했다 ​

긴 기다림 -19.7.26.금

긴 기다림 -신성- 그대를 향한 설레임이 이리도 나약할 줄이야 그대를 향한 사랑이 이리도 핑계많은 변명이 될 줄이야 비가 내리고 기다림이 깊어지면 그대보다 내가 소중해지리라 사랑이 먼저 식으리라 그리도 허망할줄 미처 몰랐네 인생의 끝을 향해 달려가며, 무언가 기다리는 시간을 달려가며, 나는 끝을 기다리고 있는가 외면하고 있는가 만남이란 꿈이 분명하여도 시간은 애써 날 흔들어깨우고 문득 깨어난 나는 무심히 그대를 잊어버렸다 무심코 일상으로 달려가버렸다 기다림과 그대를 바꾸고 시간속으로 되돌아가 버린건가 시간과 그대를 사이에 두고 어디를 향해 걸을지 방향을 잃은건가 무거운 눈을 들어 가벼운 내 자취를 바라본다 달아나버린 나를 되짚으며 언제쯤이면 그대에게 갈런지 시간을 세어다본다 *약속을 했는데 두시간 넘게 ..

억울해 말자 -19.7.25.목

억울해 말자 -신성- 아픔이 비명을 지른다 시끄럽다 소리치지 말아야지 그려려니 사정이 있겠거니 비명에 고막을 떨어대며 같은 주파수로 마음을 찢어야지 미안하다 네 마음이 나로 불편해져 버려서 미안하다 우리 마음이 서로 멀어져 버려서 미안하다 네 비명에 화부터 내버려서 억울해 말자 우리 서로 아픔이 있어 부대낌이 아픈 거 뿐이니까 억울해 말자 우리 서로 거리가 있어 서로가 보이지 않는 거니까 * 여직원이 모니터 가까이에서 업무 이야기를 하는걸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

너가 마지막이다 -19.7.24.수

너가 마지막이다 -신성- 아픔이 뭉쳐서 더는 아파할 수 없는 이는 너가 마지막이다 떠나야지 아픔에 힘겨운 널 보는건 이젠 여기까지만이다 탈피해 날아가는 널 보내주고 이제 나도 번데기를 찾아 걸어들어 가야지 이것이 이별을 향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방울여야지 눈물이 마른 강바닥에 다신 추억이 흐르게 말아야지 *옛동료들이 현동료가 되어도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니 이젠 보내줘야할 때가 된것같은 아픔이 느껴진다 ​​

전면에 나서다 -19.7.23.화

전면에 나서다 -신성- 실현된 정의는 무조건 선이라 인정해도 되는가 출발한 정의니 끝까지 선이라 믿어줘도 되는가 무죄한 정의기에 무심코 돌팔매를 던져도 되는가 실수는 나쁘기에 고민없이 즉시 처형해도 되는가 옳다구나 물었던 정의가 미끼였다 믿었던 신념에 부서진 나 되돌리기엔 늦었다 포기해버린지 모른다 울분에 찬 폭도 정치를 위한 몸빵 내가 죽든 너가 죽든 한치앞도 모른채 전면에 선 이들 전면전이 벌어졌으니 누군가는 죽어야겠구나 죽은 넋을 기리며 아픔이라 선포해야겠구나 아무말없이 떠난이들이여 *감사후 유출된 연봉을 개인정보라 분노하는 이들을 보며 생각이 잠긴다​​ ​​

아담한 폭탄 -19.7.22.월

아담한 폭탄 -신성- 어제의 폭탄을 오늘 던집니다 차마 어제는 던지지 못한 폭탄 더이상 안주할 수 없게 부서지는 파편에 도망치도록 미련없이 정든 하루 오늘에야 터트립니다 폭탄소리에 모두가 시겁합니다 던진 이가 누군가 모두가 쳐다봅니다 누군가 던지지 않았다면 멀쩡했을 오늘을 반가이 맞아 던져버립니다 아담이 던진 폭탄 하나 가인이 던진 폭탄 하나 아빠가 던진 폭탄 하나 오늘이 던진 폭탄 하나 폭탄이 터집니다 부서진 오늘이 아무렇지 않게 멀쩡한 내일을 다시 부릅니다 *직원들이 하나씩 나가면서 폭탄 돌리기 같다 ​ ​

미(美)의 연단 -19.7.21.일

미(美)의 연단 -신성- 아침이 다가와 제일 먼저 눈을 떴어라 그대가 다가와 제일 먼저 눈을 떴어라 바라보는 눈동자에 아름다움만 안기고파 두송이 눈이여 한줄기 몸이여 어여쁜 하늘이 되어라 푸르른 바다가 되어라 꽃피는 대지가 되어라 눈동자에 많은 선물 안겨주지 못해도 나된 나로 그대에게 한 기쁨이 되리라 한 웃음이 되리라 표현 하나 몸짓 하나 모두 살아서 그대 거닌 길가의 풍경이 되리 그대에게 다가선 몸짓이 되리 바라보다 반짝이던 별빛이 되리 * 이쁜 옷 이쁜 머리 이쁜 악세사리 이쁜 표정만으로 그대가 자연스레 웃는 그런 내가 되어야지 ​​​​​

혀를 씹었다 -19.7.20.토

혀를 씹었다 -신성- 혀를 씹었다 평소 가까이 있어도 잘도 피하던 널 가차없이 씹었다 피맛이 날줄 알았다 모든 고뇌가 구멍으로 줄줄 새어나올 줄 알았다 혀는 아무맛도 없었다 말처럼 울려대던 언어의 뿌리는 아무 맛도 외치지 않았다 아니 혀는 혀의 맛을 전혀 몰랐다 혀에 금이 갔다 부드럽기만 했던 너가 지도에 그어진 선처럼 주르륵 깨져 버렸다 싸워야할 이유도 모른채 소리를 질러대는 적군처럼 혀에서 갈라진 혀가 불만스레 퉤퉤 침을 뱉었다 잠시 침묵이 지나고 혀는 다시 입에 붙었다 이제 살만하다 다시 재잘거렸다 긴 뱀이 사는 동굴속 똬아리를 틀고서 산채로 누가 들어오길 바라며 개미지옥처럼 심연 속에 몸을 박았다 씹히기전 무존재했던 공간의 틈으로 혀 바닥을 말아넣고 깊은 잠을 청했다 *얼떨결에 혓바닥을 씹었는데 ..

결정 장애 -19.7.19.금

결정 장애 -신성- 금색을 입을까 부담스러울지 모른다 은색을 입을까 금방 질릴지 모른다 가볍게 나갈까 존재감이 필요할지 모른다 기능을 더 넣을까 유지비가 더 들지 모른다 무지한 내가 한번의 선택으로 운명을 결정짓는게 맞을까 가끔은 너무 쉽게 방향이 틀어지는 인생길이 부담스럽다 아무렇지 않게 흐르는 시간처럼 아무렇지 않게 흘러간, 흘러가고 흘러갈 내 인생이 부담스럽다 *고민하던 안경을 맞췄는데 모양, 색깔, 무게, 가격, 성능 등 결정을 하려니 결정장애가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