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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해지는 순간 -19.8.3.토

친해지는 순간 -신성- 낮선 서로가 부딪히다 친해진 순간은 언제일까? 일상에 굳어졌던 마음이 다시금 열린 순간은 언제일까? 상처로 얼룩졌던 서로가 껴안으며 괜찮다 다독이던 순간은 언제일까? 어느새 알아버린 여정에도 같이 걷자 손 내민 순간은 언제일까? 내민 손을 맞잡으며 흔쾌히 흔들던 순간은 언제일까? 어느새 자라난 우정은 서로의 눈동자를 더듬으면 찾을 수 있을까? 한 상처 한 상처 나이테를 더듬으면 너를 너라 나를 나라 가까이 선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기꺼이 바라볼 수 있을까? *제주팀이 모여 짐도 싸고 볼링도 치며 친해진 듯하다 ​​​

썰물 길 -19.8.2.금

썰물 길 -신성- 달이 지구를 당긴다 하지요 땅이 매정히 남아있어 바다가 대신 가서 안긴다 하지요 바다가 떠난 가슴 무엇이 있나 다녀보지요 끝없는 모래길 사막이 나와 좀 놀랬지요 저멀리 도망간 바다 달이 다시 돌려주기전 바다의 마음을 둘러보았지요 함부로 마음에 들어가지 말아야지 함부로 발자국을 찍지 말아야지 함부로 위로한다 소리치지 말아야지 마른 바다속엔 누군가 걸은 길이 있지요 바다가 밀려오면 사라질 누군가 걸은 길이 있지요 누군가 추억한 마음이 있지요 *대부도 목섬에 썰물때 맞춰 걸어 구경하고 왔다 ​ ​

유리바닥에 서서 -19.8.1.목

유리바닥에 서서 -신성- 높다란 전망대 유리바닥에 서서 낮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날지 않아도 떨어지지 않아 가만히 서 있어도 추락하지 않아 작디 작은 세상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작게 펼쳐진 세상을 이리저리 돌려봅니다 저기가 왜그리 버거운지 지긋이 쳐다봅니다 속도가 멈춰선 곳에서 아래 움직이는 점들을 스다듬어 봅니다 고요한 세상속으로 다시 함께 추락해봅니다 *시화호 전망대 꼭대기 유리바닥에 세상을 바라다보았다 ​​

초점 잃은 나 -19.7.30.화

초점 잃은 나 -신성- 보지 말 것을 바라보다 길을 잃었구나 나를 잃었구나 이룰 수 없는 허상을 보고 비교의 숲을 헤메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보고 비관의 늪에 빠졌구나 누군가의 성취에 끝없이 관음의 윤회를 돌았구나 핥을수록 닳아버린 솜사탕처럼 결국 끊어져버린 한 시선 급히 끝을 잡아다 눈동자 속으로 집어넣으며 초점을 깜박여본다 다신 잃지말아야지 풀어진 동공을 조이며 탱탱히 시선을 묶는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살을 찢는 결단없이 수술은 일어나지 않는다 ​​​​

떠난 마음 -19.7.29.월

떠난 마음 -신성- 떠난 마음을 붙들고 공허한 빈 허전함 잠시 채워달라 했다 떠나는 마음을 붙들고 방금 잘린 꽃처럼 잠시 곁에서 미소지어달라 했다 떠날 마음을 붙들고 평소처럼 곁에 앉아 내 이야기 다소곳이 들어달라 했다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떠나가버릴 것들이 흘러가는 마음을 붙잡고 잠시 안심하고 있다 그래도 마음의 파편은 떠나가고 있다 다시 흘러가고 있다 내눈에서 아득히 희미해지고 있다 *퇴사자에게 연락해서 업무를 물러보며 느낀 것은 떠나기전과 떠난 후는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

빈 숨채우기 -19.7.28.일

빈 숨채우기 -신성- 제주 해녀는 자기가 들어갈 바다의 깊이를 안단다 그 깊이속의 바다는 풍요롭고 아름답단다 더 깊은 물속의 전복을 바라보는 순간 물밖에 갔다오면 못찾을 그 전복을 캐는 순간 해녀는 이생의 마지막 물숨을 쉬게 된단다 물숨 물로 쉬는 숨 그 마지막 숨을 쉬지 않기를, 더 깊은 전복을 따지 않기를, 어렵게 가파른 숨쉬기를 한다 일상의 바다가 생명으로 출렁이도록 눈앞의 욕심을 개워내고 숨을 채운다 빈 숨을 채운다 * 예배때 제주해녀 물숨 이야기를 듣고 욕심을 버리고 교만한 마음을 버리기로 다짐한다 ​

나온 김에 -19.7.27.토

나온 김에 -신성- 나온 김에 사야합니다 다신 어울리는 옷을 못 찾을지 모른다 나온 김에 먹어야합니다 다신 지금 허기를 못 채울지 모른다 나온 김에 고백해야합니다 다신 우리 인연이 언제 부딪힐지 모른다 나온 김에 살아야합니다 다신 못 살 시간을 지나고 있는지 모른다 * 쇼핑을 나와서 세일하는 상품을 입었는데 잘 아울려서 대놓고 지름신이 강림했다 ​

긴 기다림 -19.7.26.금

긴 기다림 -신성- 그대를 향한 설레임이 이리도 나약할 줄이야 그대를 향한 사랑이 이리도 핑계많은 변명이 될 줄이야 비가 내리고 기다림이 깊어지면 그대보다 내가 소중해지리라 사랑이 먼저 식으리라 그리도 허망할줄 미처 몰랐네 인생의 끝을 향해 달려가며, 무언가 기다리는 시간을 달려가며, 나는 끝을 기다리고 있는가 외면하고 있는가 만남이란 꿈이 분명하여도 시간은 애써 날 흔들어깨우고 문득 깨어난 나는 무심히 그대를 잊어버렸다 무심코 일상으로 달려가버렸다 기다림과 그대를 바꾸고 시간속으로 되돌아가 버린건가 시간과 그대를 사이에 두고 어디를 향해 걸을지 방향을 잃은건가 무거운 눈을 들어 가벼운 내 자취를 바라본다 달아나버린 나를 되짚으며 언제쯤이면 그대에게 갈런지 시간을 세어다본다 *약속을 했는데 두시간 넘게 ..

억울해 말자 -19.7.25.목

억울해 말자 -신성- 아픔이 비명을 지른다 시끄럽다 소리치지 말아야지 그려려니 사정이 있겠거니 비명에 고막을 떨어대며 같은 주파수로 마음을 찢어야지 미안하다 네 마음이 나로 불편해져 버려서 미안하다 우리 마음이 서로 멀어져 버려서 미안하다 네 비명에 화부터 내버려서 억울해 말자 우리 서로 아픔이 있어 부대낌이 아픈 거 뿐이니까 억울해 말자 우리 서로 거리가 있어 서로가 보이지 않는 거니까 * 여직원이 모니터 가까이에서 업무 이야기를 하는걸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