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439

찬 바람이 붑니다 -21.11.10.(수)

찬 바람이 붑니다 -박원주- 어제와 같은 오늘인데 갑자기 찬 바람이 붑니다 같은 태양 같은 하늘 같은 오늘을 거니는데 너무 매섭게 찬 바람이 불어옵니다 누구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무언가 바뀐 것도 없는데 어디서 시작된 줄도 모르게 찬 바람이 내게 불어댑니다 찬 바람이 불어 여민 옷자락 속에 꿈쳐둔 어제가 그립고 체온에 익숙했던 따뜻함이 그립고 찬 바람이 불어 오늘 커피향은 어제보다 진하고 찾잔을 잡은 손길은 마음 한켠처럼 따뜻하기만 합니다 갑자기 부는 찬 바람에 마음까지 서늘한데 마음 한켠을 내주기엔 치워야할 생각이 많아 바람따라 걷는 길이 그저 분주하기만 합니다 #겨울 #추위 *비가 그치고 갑자기 날씨가 싸늘해졌다

원죄의 후유증 -21.11.9.(화)

원죄의 후유증 -박원주- 어제밤에 아담이 사과를 따먹었어요 너무 허기가 져 죄를 지었어요 아담이 잠이들자 이브도 사과를 먹었어요 아담이 깨어나자 이브는 아담의 갈비뼈 속으로 숨었어요 이브는 밤마다 깨어나 사과를 먹었어요 어제밤도 이브가 베어문 사과가 녹슨채로 발견됐어요 그래서 한번 죄를 지은 아담은 매일 아침마다 이브를 갈비뼈에 재운 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사과밭으로 나간답니다 #야근 #피곤 *야근할 일도 많고 매일 일상을 무료히 살아가는 것도 심심하고

빗님의 초대장 -21.11.8.(월)

빗님의 초대장 -박원주- 빗님이 내렸어요 어제 세상에 먼지가 놀다 갔다기에 오늘 깨끗이 청소를 하네요 단풍도 낙엽도 잘가라 인사를 나누고 빗님과 함께 깨끗이 떨어져 땅속에 잠들었어요 똑똑똑 떨어지는 빗님이 내 마음 문도 열어달라 똑똑똑 두드려요 쏴아아 내리는 빗님이 내 생각도 비워달라 쏴아아 파도 쳐요 창밖에는 아직 빗님이 내려요 아직도 세상에 먼지가 많은가봐요 아직도 내 마음이 닫혔나봐요 아직도 내 생각이 꽉 찼나봐요 빗님 이제는 우리 함께 떠나볼까요? #가을비 #산책 *간만에 내린 가을비에 낙엽이 거리를 채운다. 날이 차다.

왜 눈이 먼저 울어야 했나? -21.11.7.(일)

왜 눈이 먼저 울어야 했나? -박원주- 왜 눈이 먼저 울어야 했나? 아직도 투명하게 너를 보건만 왜 눈이 먼저 울어야 했나? 함께 먹고 마셨던 추억조차 잠잠하건만 왜 눈이 먼저 울어야 했나? 너의 소리가 이토록 가까운데 왜 눈이 먼저 울어야 했나? 눈이 먼저 멀어야했다 참상을 보지 말아야했다 떠나는 물처럼 한줄기 눈물과 함께 흘려보내야했다 다 흐르고 메마른 눈으로 다시 똑같은 것들을 똑똑히 보아야했다 #욥기 #QT *욥이 주께 눈을 들어 눈물을 쏟는다는 말에 왜 그 많은 구멍들을 두고 눈이 먼저 울어야했나 궁금했다

잊혀버릴 시간일까? -21.11.6.(토)

잊혀버릴 시간일까? -박원주- 잊혀버릴 시간일까? 아기의 눈망울은 저리도 동글한데 시간이 지나면 이 기쁨의 대화를 기억할 수 없으리라 잊혀버릴 시간일까? 지나가 기억 못할 시간이라도, 함께 했단 사실조차 모르는 과거라도, 무의식 저편에다 의미란 말을 옹알대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 그 찰나의 깨달음이 스치는 순간이 있음에 감사하리라 지금의 나처럼 #육아 #아기 *아기를 돌보면서 옛날 부모님의 마음을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내가 큰게 아니라 키워졌다는 사실

생각 로그 -21.11.4.(목)

생각 로그 -박원주- 내가 무슨 생각하고 있지? 분명 내가 생각이란 걸 했는데 분명 기억을 했는데 중요한 일이였겠지? 잃어버린 생각을 어떻게 찾을지 누구하나 가르쳐주는 이도 어떤 단서도 없다 내가 생각을 찾을 수 있으려나? 잊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으려나? 아니다 어제 나를 잊어버렸기에 오늘 눈뜬 나를 찾았구나 #건망증 #노화 *분명 중요하다가 생각을 해놓고선 금방 생각이 안나는 건망증이 심해졌다. 나이가 드나보다.

번거로움의 끝 -21.11.3.(수)

번거로움의 끝 -박원주- 일상이 번거로워 이상을 누빌까? 끼니가 번거로워 입맛을 접을까? 호흡이 번거로워 당연함을 끊을까? 일상의 번거로운 모래알갱이들이 해변에 모여 파도처럼 웅성대고 있다 언젠가는 모여야할 물방울들이여 언젠가는 모여야할 알갱이들이여 보아라 이 해변에 널부러진 풍경을 번거로이 부딪히는 축복의 파도를 끝없이 수평선과 달리는 번거로운 인생길이여 곧 사라져도 번거로웠을 한낮 여정길이여 #법무사 #서류 *어머니 재산 관련 가족들 법무사 서류를 팩스로 보내고 등기로 보내는데 역시 서류 작업들은 번거롭기 짝이 없다

물에 빠지다 -21.11.2.(화)

물에 빠지다 -박원주- 물에 빠지다 풍덩 (거추장스런) 옷을 벗고 (푸석해진) 피부를 축이며 (가빴던) 숨을 담그며 (무거웠던) 몸을 허공에 날리며 풍덩 날카로운 외마디 비명소리 후 누군가가 죽어버렸다. 그리고 바로 지느러미를 부채처럼 펼치며 흐느적거리던 물고기가 외친 한마디 "살았다" #수영장 #첫날 *코로나로 수영을 몇달째 못가다가 이번달은 신청해서 간만에 몸을 담궈 수영을했다.

아득한 나무 -21.11.01.(월)

아득한 나무 -박원주- 파란 하늘이 진다 언제나 푸르렀던 꿈 항상 날아만 오르던 끝없던 일상이 이제는 진다 무지개 찬란한 빛을 태우고 서서히 무언가 누군가 그어놓은 결승선을 향해서 두근거리며 뛴다 아득한 끝 오시어 하늘하늘 분주한 잎들을 떨구어버리면 빈 몸 빈 가슴을 안아줄 이 서 있을려나? 아 그대여 #단풍 #산책 *회사 근처 공원에 가을 단풍이 알록달록 물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