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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지않다 -19.8.13.화

나를 믿지 않다 -신성- 항상 같던 나 어제와 같던 나 어느새 자란 나 어느새 늙어버린 나 항상 멀쩡할꺼라 여기던 나 조금씩 닳아져 가는 나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나 점점 깜박하는 크기가 커져가는 나 어느새 나조차 깜박해 버릴 나 흘러가는 시간속 굽이치는 나 매일 뜨는 태양빛에 바래가는 나 동일한 공간을 조금씩 서로 바꾸는 나 이젠 멀쩡한 나를 믿지 않는 나 하루에도 수십번 요동치는 변덕스런 나 *피시방에서 USB를 분명히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그 분명히 조차 이젠 아닌 시기가 왔다 ​

값없이 받다 -19.8.12.월

값없이 받다 -신성-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운석처럼 아무런 노력없이 툭 세상을 받았다 바닷가 우연이 발견한 보석처럼 아무런 댓가없이 툭 행운을 받았다 나의 호흡은 오늘도 너무 쉽게 쉬어지고 있다 나의 하루는 매순간 너무 쉽게 주어지고 있다 기적처럼 행운처럼 멋진 풍경을 거닐어도 아무런 값없이 풍경에 나를 녹이는 웃음소리 값없는 긍휼 덕분에 걷는 길이 가볍다 갑자기 훌훌 털고 날아가도 추억도 기억도 인샐길도 전혀 무겁지 않을 만큼 *안내문을 잘못보고 서류제출기간을 미스햇는데 다행히 이번주까지 받아준데서 감사한 하루다 ​

못다한 이야기 -19.8.11.일

못다한 이야기 -신성- 그대 맘에 채팅창이 있다면 하지못한 말 주저리 주저리 끄적이고 싶네 보고싶다 커피한잔 할래 이건 어때 이 사진 이쁘지 너무 좋았어 받아줄래 내 마음 농담이야 네가 피식 웃으며 그래 그 한마디 건네주길 바라며 밤늦게까지 끄적이다 잘자라 달콤히 속삭이고 싶네 *친구들 채팅창이 밤늦게까지 폭발하듯 떠든다 ​

옛날엔 어찌 지냈을까 -19.8.10.토

옛날엔 어찌 지냈을까 -신성- 전기가 없던 시절엔 다들 어찌 지냈을까 모기장 하나 마당에 펼치고 어찌 긴 밤하늘을 누워 지새웠을까 소쩍새 밤을 울고 모기불 하늘로 올라가 토란잎 소낙비 떨어지면 길고 긴 밤하늘이 조금은 시원했을까 도시에 누워 잠을 자다 무심코 벧은 한숨소리 부채질보다 큰 솔리에 놀라 누가 들었나 고개를 내민다 바람이 들었구나 풀벌레가 들었구나 더위에 같이 대자리에 누이고 어제의 잠을 다시 부른다 그 옛날 깊은 잠을 다시 청한다 *서울 37도의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내일은 말복인데 날씨가 진짜 덥다 ​

계획적인 하루 -19.8.9.금

계획적인 하루 -신성-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서 인간은 생각하고 동물은 행동한다 수많은 생각들로 성을 만들고 마지막 성벽의 벽돌을 드는 순간 걸렸단 말 한마디에 우르르 도미노처럼 생각이 무너진다 아주 계획적인 하루는 그렇게 아주 계획적으로 끝나버렸다 *연차까지 내고 쉬는 마지막 연휴인데 수많은 놀 계획도 그냥 한순간에 다 끝나버렸다 ​

바다 굿 -19.8.8.목

바다 굿 -신성- 바다가 하늘을 품었으니 마음을 씻으로 가야지 지평선이 수평선에 닿았으니 지친 몸을 하늘에 띄우러 가야지 발목을 던지자 발목이 바다와 악수를 건넨다 종아리를 담그자 멍 든 종아리가 바다에 안긴다 무릎을 잠그자 무릎의 무게가 바다에 녹는다 가슴을 적시자 가슴 핏줄 머금고 머리가 젖는다 허나 머리가 가슴을 놓아주지 않는다 그깟 옷쪼가리 젖기 싫다고 머리가 가슴을 놓아주지 않는다 가슴이 울어댄다 바다를 보고도 심장한번 꺼내지 못해 한번뿐인 여정이 억울하다 서럽게 울어댄다 분하게 울어댄다 자박자박 걷는 모래에 가슴이 뛰며 운다 바다에 빠지고 싶거든 못들은 척 엎어져라 자빠져 빠져라 귀뜸을 한다 바다에 빠져야지 가슴이 적셔야지 바다에 심장을 담그고 바다가 짠가 피가 짠가 남은 소금 담아서 싸들고 ..

누구의 잘못 -19.8.7.수

누구의 잘못 -신성- 더위를 탓하랴 장소를 탓하랴 시간을 탓하랴 말 못하는 것들은 잘못이 없다 한다 나를 탓하랴 너를 탓하랴 우리를 탓하랴 말 많은 것들도 잘못이 없다 한다 네 잘못이다 입을 뻥끗하는 순간 잘못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본다 다들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본다 네 잘못이구나 누가 작은 돌맹이를 하나 그에게 던진다 누가 작은 돌맹이를 하나 그에게 던진다 누가 작은 돌맹이를 하나 그에게 던진다 돌무더기가 쌓이고 그는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 정죄하지 말라며 예수가 십자가를 지셨다 *사소한 잘못된 표현하나에 마음이 상하고 실수가 반복되면 오해가 쌓이고 서로가 양보가 없으면 잘못은 더 큰 구멍을 남긴다 ​

땀구멍 -19.8.6.화

땀구멍 -신성- 내 몸이 물병이라 누가 말했던가 곳곳에 구멍 났다 누가 말했던가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누가 말했던가 태양이 물을 내라 호통을 치던가 하늘이 구름을 내라 구걸을 하던가 여기저기 구멍으로 진액이 흐르고 물이 새는 것인지 몸이 새는 것인지 물인지 나인지 분간없이 흐르는 땀 울지못해 쌓였던 땀 피나지 못해 묵었던 땀 오줌처럼 버리지 못한 땀 이렇게 구멍이 많이 난 줄 몰랐네 이렇게 쉽게 흘러가버릴 줄 몰랐네 이렇게 허무하게 날 잃을 줄 몰랐네 *감귤 비닐하우스에서 배수로 파이프 관을 삽으로 고랑을 파서 묻는데 땀이 비오듯 흘러 내렸다 ​

일을 피해 -19.8.5.월

1을 피해 -신성- 1을 떠나 1 없는 곳 맘껏 쉬고파도 잠시 자고 1어나면 익숙한듯 1이 다가와 쉬는 나를 1깨운다 어떻게 쉴지 어떤게 좋을지 어떻게 갈지 1어나버린 1들 뒤따라 돈과 시간이 도착하자 쉼은 가차없이 내곁을 떠났다 1을 피해 쉼을 찾아도 떠나지 않는 1을 어이할꼬 *아이들과 노는 것도 일인지 노는 건지 헷깔리기 시작했다 ​​

떠나는 짐들 -19.8.4.일

떠나는 짐들 -신성- 떠나기 전날 짐을 싸며 중요한 것을 담아봅니다 소중한 것을 골라봅니다 옷가지 몇벌 세면도구 화장품 충전기 그리 중요한게 없어 들었던 무게가 아쉽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엔 몸뚱이도 두고 간다는데 뭘 두고 가야할지 뭘 들고 가야할지 고민하며 살아야겠습니다 하루하루 짐을 싸고 풀며 영원을 담으며 살아야겠습니다 영원을 말하며 걸어야겠습니다 *제주로 떠나는 비행기가 7시라서 4시에는 만나야해서 짐을 싸고 일찍 누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