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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잘못 -19.8.7.수

누구의 잘못 -신성- 더위를 탓하랴 장소를 탓하랴 시간을 탓하랴 말 못하는 것들은 잘못이 없다 한다 나를 탓하랴 너를 탓하랴 우리를 탓하랴 말 많은 것들도 잘못이 없다 한다 네 잘못이다 입을 뻥끗하는 순간 잘못이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본다 다들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본다 네 잘못이구나 누가 작은 돌맹이를 하나 그에게 던진다 누가 작은 돌맹이를 하나 그에게 던진다 누가 작은 돌맹이를 하나 그에게 던진다 돌무더기가 쌓이고 그는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 정죄하지 말라며 예수가 십자가를 지셨다 *사소한 잘못된 표현하나에 마음이 상하고 실수가 반복되면 오해가 쌓이고 서로가 양보가 없으면 잘못은 더 큰 구멍을 남긴다 ​

땀구멍 -19.8.6.화

땀구멍 -신성- 내 몸이 물병이라 누가 말했던가 곳곳에 구멍 났다 누가 말했던가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누가 말했던가 태양이 물을 내라 호통을 치던가 하늘이 구름을 내라 구걸을 하던가 여기저기 구멍으로 진액이 흐르고 물이 새는 것인지 몸이 새는 것인지 물인지 나인지 분간없이 흐르는 땀 울지못해 쌓였던 땀 피나지 못해 묵었던 땀 오줌처럼 버리지 못한 땀 이렇게 구멍이 많이 난 줄 몰랐네 이렇게 쉽게 흘러가버릴 줄 몰랐네 이렇게 허무하게 날 잃을 줄 몰랐네 *감귤 비닐하우스에서 배수로 파이프 관을 삽으로 고랑을 파서 묻는데 땀이 비오듯 흘러 내렸다 ​

일을 피해 -19.8.5.월

1을 피해 -신성- 1을 떠나 1 없는 곳 맘껏 쉬고파도 잠시 자고 1어나면 익숙한듯 1이 다가와 쉬는 나를 1깨운다 어떻게 쉴지 어떤게 좋을지 어떻게 갈지 1어나버린 1들 뒤따라 돈과 시간이 도착하자 쉼은 가차없이 내곁을 떠났다 1을 피해 쉼을 찾아도 떠나지 않는 1을 어이할꼬 *아이들과 노는 것도 일인지 노는 건지 헷깔리기 시작했다 ​​

떠나는 짐들 -19.8.4.일

떠나는 짐들 -신성- 떠나기 전날 짐을 싸며 중요한 것을 담아봅니다 소중한 것을 골라봅니다 옷가지 몇벌 세면도구 화장품 충전기 그리 중요한게 없어 들었던 무게가 아쉽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날엔 몸뚱이도 두고 간다는데 뭘 두고 가야할지 뭘 들고 가야할지 고민하며 살아야겠습니다 하루하루 짐을 싸고 풀며 영원을 담으며 살아야겠습니다 영원을 말하며 걸어야겠습니다 *제주로 떠나는 비행기가 7시라서 4시에는 만나야해서 짐을 싸고 일찍 누웠다 ​​

친해지는 순간 -19.8.3.토

친해지는 순간 -신성- 낮선 서로가 부딪히다 친해진 순간은 언제일까? 일상에 굳어졌던 마음이 다시금 열린 순간은 언제일까? 상처로 얼룩졌던 서로가 껴안으며 괜찮다 다독이던 순간은 언제일까? 어느새 알아버린 여정에도 같이 걷자 손 내민 순간은 언제일까? 내민 손을 맞잡으며 흔쾌히 흔들던 순간은 언제일까? 어느새 자라난 우정은 서로의 눈동자를 더듬으면 찾을 수 있을까? 한 상처 한 상처 나이테를 더듬으면 너를 너라 나를 나라 가까이 선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기꺼이 바라볼 수 있을까? *제주팀이 모여 짐도 싸고 볼링도 치며 친해진 듯하다 ​​​

썰물 길 -19.8.2.금

썰물 길 -신성- 달이 지구를 당긴다 하지요 땅이 매정히 남아있어 바다가 대신 가서 안긴다 하지요 바다가 떠난 가슴 무엇이 있나 다녀보지요 끝없는 모래길 사막이 나와 좀 놀랬지요 저멀리 도망간 바다 달이 다시 돌려주기전 바다의 마음을 둘러보았지요 함부로 마음에 들어가지 말아야지 함부로 발자국을 찍지 말아야지 함부로 위로한다 소리치지 말아야지 마른 바다속엔 누군가 걸은 길이 있지요 바다가 밀려오면 사라질 누군가 걸은 길이 있지요 누군가 추억한 마음이 있지요 *대부도 목섬에 썰물때 맞춰 걸어 구경하고 왔다 ​ ​

유리바닥에 서서 -19.8.1.목

유리바닥에 서서 -신성- 높다란 전망대 유리바닥에 서서 낮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날지 않아도 떨어지지 않아 가만히 서 있어도 추락하지 않아 작디 작은 세상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작게 펼쳐진 세상을 이리저리 돌려봅니다 저기가 왜그리 버거운지 지긋이 쳐다봅니다 속도가 멈춰선 곳에서 아래 움직이는 점들을 스다듬어 봅니다 고요한 세상속으로 다시 함께 추락해봅니다 *시화호 전망대 꼭대기 유리바닥에 세상을 바라다보았다 ​​

초점 잃은 나 -19.7.30.화

초점 잃은 나 -신성- 보지 말 것을 바라보다 길을 잃었구나 나를 잃었구나 이룰 수 없는 허상을 보고 비교의 숲을 헤메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보고 비관의 늪에 빠졌구나 누군가의 성취에 끝없이 관음의 윤회를 돌았구나 핥을수록 닳아버린 솜사탕처럼 결국 끊어져버린 한 시선 급히 끝을 잡아다 눈동자 속으로 집어넣으며 초점을 깜박여본다 다신 잃지말아야지 풀어진 동공을 조이며 탱탱히 시선을 묶는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살을 찢는 결단없이 수술은 일어나지 않는다 ​​​​

떠난 마음 -19.7.29.월

떠난 마음 -신성- 떠난 마음을 붙들고 공허한 빈 허전함 잠시 채워달라 했다 떠나는 마음을 붙들고 방금 잘린 꽃처럼 잠시 곁에서 미소지어달라 했다 떠날 마음을 붙들고 평소처럼 곁에 앉아 내 이야기 다소곳이 들어달라 했다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떠나가버릴 것들이 흘러가는 마음을 붙잡고 잠시 안심하고 있다 그래도 마음의 파편은 떠나가고 있다 다시 흘러가고 있다 내눈에서 아득히 희미해지고 있다 *퇴사자에게 연락해서 업무를 물러보며 느낀 것은 떠나기전과 떠난 후는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