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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이별 -23.9.13.(수)

무리한 이별 -박원주- 떠나는 이에게, 잘 떠나라 하는 건 더 잘하라 하는 건 더 웃으라 하는 건 더 애쓰라 하는 건 잘 지내라 하는 건 다 무리한 요구겠지.. 홀가분히 떠나도록 떠나는 이는 그냥 두자 무언가를 더 바라는 건 미련이란 미련한 짐 한짐 지워 보내는 거지 언젠간 추억할 이야기라도 생각나게끔 흘러간 유수처럼 흘러가는 시간처럼 흘러갈 우리처럼 말없이 포옹없이 나로부터 너를 유유히 흘려 보내자 * 동료가 퇴사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마무리를 짓는게 좋을지 고민이된다. 그냥 두는 게 그나마의 추억을 잘 보듬는 거겠지

태초의 선물 -23.9.12.(화)

태초의 선물 -박원주- 세상에 수많은 꽃이 피었다. 저마다 핀 모양도 색도 향기도 다르다. 열리는 열매도 저마다 맛이 다르다. 세상에 무수한 사람처럼 신기하게 겹치는 캐릭터가 없다. 어떤 것은 꽃밭침, 어떤 것은 씨방을 먹는단다. 이름을 떠올리면 같이 떠오르는 저마다의 색다른 설정들. 태초에 누군가가 나를 위해 미리 준 선물. 먼훗날 내가 껍질이라는 상자를 열면 그 속에 담긴 새콤달콤한 선물을 먹으며 미소지을 그 나를 생각하며 지은 선물. 나도 미래의 누군가에게 어떤 맛을 선사하고 싶다. 껍질을 열고 음미할 멋진 맛을 안겨주고 싶다 과일처럼 꽃처럼 선물이 되고 싶다 * 베트남에서는 열대 과일을 싸고 맛나게 먹을 수 있어 좋다

안빈낙도.씨ver -23.9.11.(월)

안빈낙도.씨ver -박원주- 사람도 해바라기씨를 먹는다 씨를 잇 사이에 세워 깨물면 하찮은 알맹이가 톡 튀어나온다 참 단순한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멍하니 다람쥐가 된 나를 본다 씨를 먹고 시간을 먹고 일정을 먹고 나를 갈아먹고 다람쥐처럼 한낮 씨앗에 자족하게 된다 그런데 이상히 좋으다 사람으로 살기에 지쳤었나 보다 시간을 채우기 지쳤었나 보다 나를 들고있기가 힘들었나 보다 멍하니 그냥 쉬고 싶었나 보다 그냥 숨만 쉬고 싶었나 보다 가만 있어도 된다고 다독이고 싶었나 보다 * 출장에 휴일 근무에 여러 일정에 지쳤었나 보다. 카페에서 먹는 해바라기씨가 이렇게 좋다. 베트남은 15천동(800원) 정도면 해바라기씨 한봉지를 먹을 수 있다. 행복.

마피아 둘이서 -23.9.10.(일)

마피아 둘이서 -박원주- 도착. 건물은 웅장한데 문이 잠겼다 행사는 하는데 안내가 없다 하객은 있는데 주인이 보이질 않는다 노래는 부르는데 흥이 없다 인사는 해 놓고 잘 가란 말이 없다 탈출. 하나만 그러면 그려려니 하련만 연이어 그러면 그려려니 하게되네 심사가 꼬인 건가? 허깨비가 씌인 건가? 오해를 한 건가? 남에게 각박한 건가? 엉키고 설킨 실타래 세상 “너가 마피아 아냐?” “응? ... 깜빡했네” 내가 마피아라 생각해야 덜 이상한 세상사 섬짓하구만 *어느 곳을 들렀는데 그냥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냥 그렇다고 그려려니 하려다가...

박물관 독후감 -23.9.9.(토)

박물관 독후감 -박원주- 찬란했던 영광이 가고 흔적만이 남아 누군가의 눈요기가 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했는데 요즈음은 비행기로 가고 굳이 안가고 화상으로 만난다 역사도 문명도 위인도 성인도 이젠 두꺼운 책으로 커다란 동상으로 남아 그 흔적을 곧추세운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구나 헌 것들에게서 새 것들의 운명을 본다 난 누군가의 눈요기라도 될까? 한 낮 희망이라도 토닥이며 나의 구석구석을 훑어다본다 서시까진 아니여도 쪽 팔리진 않아야할텐데 “다 지나가리라” 그래서 다 지나면, 나도 지나가버리면 이 세상은 무슨 재미로 살아야할까? 또하나의 의미나 또하나의 목적이나 또 하나의 가치나 또 하나의 고상함이 도사리고 있을까? 아는 사람 손? *호아안 밤 구경을 했다. 한때는 찬란했던 무역의 중심지라는데 이제는 다낭..

눈 잃기 -23.9.8.(목)

눈 잃기 -박원주- 가끔은 눈을 감아야지 눈에 보이는 게 다 인 것같을 때 잡음에 흔들린 초점을 정박시켜야지 보이지 않는 것들아 어디쯤에 있니? 더듬더듬 소리를 들어야지 난 정말 쓸데없이 보이려고 참 구물거렸구나 그래서 내일 갈 길이 멀구나 눈을 떴을 때 나는 눈을 감았을 때 나와 같거라 * 행사 차 다낭 출장을 왔다. 흘러가는 비행기 구름처럼 살아야지 했는데 막상 행사장에서는 눈에 보여지는 모습을 만드느라 에너지를 소비한다.

턱 턱 -23.9.6.(수)

턱 턱 -박원주 턱. 턱. 턱과 턱 사이 뭐든 넣으면 다 씹을 줄 알았다 맘같이 씹히지 않는 순간 난 턱이 어디쯤인가? 더듬거렸다 매일 얼굴을 보아도 보이지 않던 그 먹고 사느라 바빠 너만 이용한 내가 미안하구나 어디서부터인가 틀어져버린 우리 아구를 딱딱딱 거리며 맞춰보았다 * 갑자기 턱이 아파 베트남 현지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도 받고 초음파 치료도 받고 약처방도 받았다

일상 비보 -23.9.5.(화)

일상 비보 -박원주- 가끔 가다 훅 일상이 멈추면 충격에 넘어져 주변을 두리번 댄다 무엇이 나의 일상이 있었을까? 물을 떠난 고기처럼 뻐끔 거치는 것은 지금 숨을 잘 쉬는게 쉬는게 아니야 어느날 죽어버린 어느 이름처럼 이제 생소한 죽음도 일상이 되는 때가 왔다 같이 옆에 둥둥 흘러가는 부유물들에게 묻는다. 일상이란게 있을까? 이제는 가라앉아 잠잠한 모든 침전물들처럼 우리는 죽고 끊어져 잊혀진 죽어야하는 일상의 침묵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같이 일하는 직원이 갑자기 퇴사를 한다고 해서 좀 정신이 없었다. 베트남에서 일하는 것, 살아가는 것, 그 일상을 돌아다본다

전지적 카페 시점 -23.9.4.(월)

전지적 카페 시점 -박원주- 카페를 찾아 떠난다 조건은 분위기인즉슨 내 맘이다 들어갔다 나갔다 들어갔다 나갔다 그래도 내 맘대로 정하는게 하나 있어 참 좋네 잠시 카페를 호령하곤 문을 나선다 다시 다음 카페를 찾아 나선다 *호안끼엠 둘레를 살짝만 벗어나면 까페거리가 많다. 이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내 삶을 내가 주관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일까 더 카페에서의 시간이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