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녹는 길 -21.12.20.(월) 눈 녹는 길 -박원주- 아름답게 내린 눈이 녹는다 투명하게 사람이 흙으로 돌아가듯 사라지는 흰 인생을 밟는다 사각사각 이제 너는 어디로 가느뇨? 이제 나는 어디로 가느뇨? 서로가 서로의 인생을 밟아도 비명소리는 너무 작다 사각사각 내릴땐 소리도 없이 오더니 떠날땐 천지에 피범벅을 뿌리고 여한이 없이 사라져 버린다 나는 아직 할 말이 많은데 들어줄 인생들이 녹는다 사각사각 #눈 #녹음 *주말에 내린 눈들이 다 녹아버렸다 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2021.12.20
없는 이유 -21.12.19.(일) 없는 이유 -박원주- 죄를 지어서 받는게 아니다 벌을 받아서 꼬인게 아니다 고아도 과부도 무죄이거늘 죄인조차 벌을 받지 않거늘 인생이 무지개라 그렇소 아름드리 빨주노초파남보 너머 보이는 탄생과 죽음 너머 느껴지는 따스함과 차가움 너머 알수없는 확률과 무시무시한 계획이 사는 희노애락의 무지개라 그렇소 누군가 잘못도 아니오 누가 칠한 색깔도 아니오 그냥 그자체로 피어나는 죄들이오 멀리 돌아 내려다보면 아름다운 그런 죄들이오 #욥기 #죄와벌 *욥기를 읽는데 죄에 대해서 고난에 대해서 다시한번 고민하게 된다 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2021.12.19
변온 동물 -21.12.18.(토) 변온 동물 -박원주- 아기 눈이 내린다 언젠가 눈사람이 될 흰 꿈들이 내린다 함박눈이 내리면 우리 다같이 어린아이가 되자꾸나 어린 눈사람의 꿈을 이루어줄 산타 클로스 잠시나마 되어보자 뜨건 손에 흰눈이 녹지 않게 뛰던 심장에 흰눈이 밟히지 않게 거친 열기를 잠시 멈추고 차가운 눈동지가 되자 단 몇초라도.. 죽지않을 변온 동물이 되자 잠시나마 얼어죽은 눈사람이 되자 그토록 사무치게 함께 딩굴었던 그리운 사람이 되자 #눈 #눈사람 *외출했는데 갑자기 폭설이 내린다 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2021.12.18
명월 교훈 -21.12.17.(금) 명월 교훈 -박원주- 달이 떳네 멀리서 달이 나를 보네 내가 조금 움직여도 쳐다보네 항상 그자리에 머물며 아무일도 없었던듯 나를 보네 미친듯이 달린 내가 머슥할 정도로 뚫어져라 계속 나를 쳐다보네 먼 달에게 나와의 거리는 더이상 분주하지 않네 어쩌면 내가 중요하다 따져댔던 거리보다 날 바라보는 방향이 중요했나봐 서로 얼굴을 마주보듯 서로 시선을 잊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나봐 달아 그렇게 나에게 떠오른 달아 #달 #방향 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2021.12.17
메리 트리's마스 -21.12.16.(목) 메리 트리's마스 -박원주- 사소한 나무가 갑자기 뻔쩍이며 인사한다 죽은 듯 떨군 잎파리를 악 물고서 난 죽지 않았어 외쳐댄다 간만에 열린 번쩍이는 열매들이 즐거운 나날들이여 곧 오실 산타여 축제를 벌이고 있다 갑자기 같이 죽어가던 사람들에게 화이팅을 외치며 살아내자 함께 즐기자 외쳐댄다 그래 나도 메리 트리's마스다! 모두가 가슴속 응어리들을 태우며 번쩍번쩍 즐거운 축제날이다! #트리 #성탄절 *거리마다 반쩍이는 트리들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2021.12.16
생각 방화벽 -21.12.15.(수) 생각 방화벽 -박원주- 누군가 날 흔들 순 없지 난 내가 지켜야지 생각의 문앞에 나란 초병을 세운다 사랑하는 생각아, 넌 날 사랑하느냐? 간단한 질문으로 생각을 여닫는다. 출처 모를 생각이 날 흔들지 못하게 끝도 없는 생각이 날 휘젖지 못하게 오늘도 떠오른 생각에게 묻는다 사랑하는 생각아, 넌 날 사랑하느냐? 내 뇌리를 치라 #방화벽 #생각 *컴퓨터 네트워크 방화벽 정책을 손보는데 사람의 생각이랑 시스템이 비슷하다 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2021.12.16
비가 추적추적 -21.12.14.(화) 비가 추적추적 무슨 할말이 내리는지 추적추적 간보는거야? 추적추적 내게 오지마 추적추적 제주돈 지진이 났다는데 이깟 비쯤이야 추적추적 그럴 기분 아니야 추적추적 어제와 다른 풍경이라 낫다구? 추적추적 눈물도 핏물도 국물도 아니여서 괜찮아? 추적추적 혹시 알어? 추적추적 내맘인지? #겨울비 #추적추적 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2021.12.14
심판대 앞에서 -21.12.13.(월) 심판대 앞에서 -박원주- 심판대 앞의 간절함이여 심판대 앞의 간절함이여 더 나은 심판을 주소서 그 간절함이 오늘을 살아가게 하소서 그 절박함이 오늘을 걸어가게 하소서 #평가 #성적 *근무성적 평가기간이라 직무기술서를 써서 내었다 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2021.12.14
일용할 양식 -21.11.12.(일) 일용할 양식 -박원주- 젖 먹이시던 엄마의 가슴은 다시 젖을 빨지않아 기억이 나지않아도 칼국수, 수제비, 명태전... 음식을 먹을 때마다 다시 엄마의 내음이 난다 마음에 배어버린 내음 같이 먹던 웃음 소리, 풍경 하나 그 기억의 메타버스에서 내릴 수가 없다 꼬막 한 소쿠리에 외할머니 낚지 한마리에 아버지 수구레 국밥 한그릇에 할머니 감주 한병에 마산 숙모 위스키 한병에 외삼촌 가래떡 한줄의 방앗간 아주머니 기억은 사라진듯 가마득한데 그 때의 맛은 어딘가 살이 되어 그 맛 그 내음에 문득 그 분이 되살아난다 매일 일용할 음식을 먹으며 떠올리는 그 누군가.. 그 분께 못했던 말한마디 꿀꺽 국물과 삼킨다 짤다면 짧은 인생 사람은 죽어서 맛을 남긴다 나는 누군가에게 무슨 맛일까? 맛난 인생이 되어라 든든한 살이.. 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2021.12.12
축구들아 -21.12.11.(토) 축구들아 -박원주- 어릴 때 그토록 넓던 축구장 그토록 잘차던 선배들 헛발질만 해대던 나 다치고 주눅 들던 내가 이제 축구란 걸 알아가는 듯하다 처음엔 다 그래 모르니깐 어색하고 실수가 많고 익숙하지 않으니깐 다치고 재미없고 힘들고 그러다 내가 주인공인 걸 알게되면 골대에 공 들어가는 재미가 솔솔하지 훨씬 덜 힘들고 신나고 축구장도 사람도 관객도 보이지 그게 꼭 인생같지 않아? 축구들아 #축구 #조카랑 *어린 조카랑 축구를 차면서 나를 이기려는 조카를 보니 내가 참 나이가 들었구나 싶다 비타민 시++ /옴니버스연습장 2021.12.12